이야기뱃길...

그 대 보 세 요

이바구아지매 2008. 1. 21. 12:10

 

    

 

***  그대보세요.***

 

하늘이 참 맑고 푸릅니다.

잠시만 문 열고 내다보세요 제발요.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모르겠어요

날마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어요.

전 어찌하면 좋을까요?

우리언니가 그러네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라구요.

정말 오르지 못할 나무인가요?

정말 쳐다보면 안되나요?

가슴이 무너져서 터져 버릴 것만 같아요

이런 마음 어찌하면 좋은가요?

이런 마음 처음이에요

저는 충청도 천안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소에 취직하여 거제도에 오게 된  형부네 집에 잠시 다니러 온  양순이라고 해요.

언니는 저더러 그대를 사랑한다니 죽으라고 머릴 밀치고 쥐어 박았어요.

내처지와 형편을 생각하라구요.

그래요 전 국민학교만 졸업한 충청도에서 굴러 온 못난이 양순이에요.

물론 언니도 상표와 기표를 둔 야무지지 못한  몹시 행동이 느린 탓에

주인아주머니의 눈 밖에 났을거예요.

 그렇지만 어떡해요. 그래도 제 마음을 받아 주면 안될까요?

오늘에사 알았는데 파란 하늘도 저를 위해서 그대를 위해서 파랗게

물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늘 그대를 바라만 보아도 무지 좋아요.

이런 제가 몹쓸년인가요?

언니말대로 난 그럴 자격이 없다면 정말 죽어버리고 싶어요.

이렇게 행복하게 죽어버리면 좋겠어요.

양순이가 그대의 근처에도 못간다면 삶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감히 용기가 안 나서 이 편지를 그대에게 직접 전하지 못하고

그대의 어머니편에 맡기고 언니 말대로 이를 악물고 떠나볼게요.

그래도 잠시 행복했습니다.

이곳이 많이 그리울거예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 되세요.

그래도 절 꼭 기억 해 주세요 조선소 용접공의 처제였던 양순이를요.

제 마음을 담아서 여름내도록 매듭을 꼬았어요. 꼭 걸어두세요.

그리고 말한마디 못하고 언니한테 쫓겨가다시피 떠나는 양순이를

잊지마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1975년 8월  양순이 드림...

 

***조선소가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조선소에 취직을 하려 거제도로 엄청나게 몰려왔다. 집집마다 방을 세 놓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는지 방은 늘 딸려서 집집마다 돼지우리까지 개조를 해서 방으로 만들어 세를

놓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붙어진 괴상한 이름"대우가축"

 

73년도에 조선소의 기공식을 하고 거제도엔 조선소의 터전을 닦기 시작했고

의장부,탑재부,선각부,조선설계,해양설계 공무, 마킹, 도장 용접 ...여러 부서와 다양한 조선용어가 넘쳐났다.

 

그 시절 우리집에 세 들어 살던 상표의 이모가 언니네 집에 다니러 왔다가

방학이 되어 집에 온 주인집 아들을 짝사랑하여  가슴앓이를 하다

편지를 써 본인한테 직접 주지 못하고  우리 엄마한테 건네고 새벽에

고향으로 가 버린 슬픈 이야기다.  그렇게 주인집 아들을 짝사랑하는 상사병에 걸려 고생하다가 훗날 양순이는 도배공과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잘 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양순이가 주고 간 청실홍실 매듭은 30년이 넘게 우리집 기둥에서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나란히 묶여 있기도 하고...

 

한 여자의 사랑이 가득한  예쁜 매듭에 얽힌 짝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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