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심심한 시골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8. 2. 10. 15:19

 

"안녕!!! 나비야,"

 

"누구세요?"

 

소지맘은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명희네 집에   가는 길이에요.

명희네는 연초면 송정리에 살고 있었어요.

신작로길을  지나 작은 들길을 걸어서 정이네 집앞까지 오니 벌써

슬슬 깨가 나기 시작했죠 ㅎㅎ 그런데 나비를 만났지 뭐예요.

 

한참을 나비랑 놀아보려고 불러도 휑하니 도망을 가지 뭐예요

소지맘은 얼른 쫓아가서 사진을 찍고 싶다며, 모델이 되어 달라고 간청했어요.

"그럼 소지맘님 딱 두장만 찍으세요. 저 애인이 있어서 얼굴팔리면 곤란해요."

 

"ㅊㅊ 별걸가지고 다 유세를 떠냐? 너희들이 임자가 어디있냐?

피, 어제 구촌길 언덕에서 보니 나비 여섯마리가 난리를 치더만..."

"아니에요 그곳은 바닷가잖아요. 우리 산골엔 순정파라서 딱 한나비에게만 사랑을 고백한다구요."

 

"그렇구나 역시 연초 나비들은 고고하구나 알았어 고마워 "

소지맘은 나비의 사진을 두장 찍고 들길을 걸어서 마을로 들어섰습니다.

가다가 만성아저씨네 집에서 장작 가득 패   쌓아 놓고 추운겨울에

군불 땔 땔깜으로 가득하고 그 앞에 세워 둔 지개랑 사다리도 만났습니다.

 

 

"ㅎㅎ 장독대의 항아리도 참 예쁘구나 만성이아지매의 손끝을 닮아 예쁘고 단정하구나 "

 

"지게야, 사다리야, 안녕? 설 잘 보냈니?"

 

"네 소지맘님도 설 잘 보내셨나요?"

안녕 호박아,"

"네 소지맘님도 안녕하세요"

 

 

몽이네 집에 들러서 몽이할머니를 만나보려다가 할머니는 못만나고 

천정아래 스카레만 만났습니다.

 

 

"안녕 넌 송칸이구나 문 고리 잡고 열면 작은 찬장속? 뭐가 들었을까?

몽이할머니가 쌍둥이 줄려고 사탕도 숨겨 놓았나? 열어 볼까?"

 

몽이네 정지문,  부엌에 무엇이 들어 있나 그것도 궁금하고...

 

ㅎㅎ 회칠이 깔끔하게 되어 있는 큰방 벽 창호지문, 그리고 대창문

몽이네 할아버지가 저 대창문을 열고 곰방대에 봉초 담배를 빠꿈빠꿈

 피셨습니다

 

몽이할머니가 반질반질 수없이 마루를 닦아서 윤기가  납니다.

 

몽이네집 뒷켯으로 돌아가니 갈빗대가  담위에 걸쳐있습니다.

아직도 갈비를 하러 산에 가나 봅니다

 

뒤�의 스카레도 보입니다. 부엌 아궁이에 불을 많이 때서 검은 연기에 나무가

까맣게 변해버렸습니다.

 

 

몽이네 부엌 위엔 이렇게 연기가 빠져 나가는 공간이 있습니다.

부엌에 나무를 많이 때면 연기가 가득차서 굴뚝 하나론 어림없습니다.

이렇게 연기가 빠져 나가는 곳이 천정 아래에 있습니다.

 

지붕아래 천정밑은 아예 까맣습니다.

 

꼭 불이 난 흔적 같습니다.

이렇게 나무를 날마다 때면 부엌쪽 천정과 그 아래는 이런 빛깔로 바뀝니다.

한 백년정도 불을 때었나 봅니다.

 

몽이네 장독대에서 만난 술채 ㅎㅎ 막걸리가 생각납니다.

 

시골집엔 다 있는 술채입니다.

 

되백이라고 부르는 대박 쌀이나 콩,보리등  되는 그릇입니다.

 

낫입니다. 풀도 베고 벼도,보리도 베는 낫 어떨 땐 작은 나뭇가지도 딱딱

꺾는 일도 합니다.

 

호미도 만났습니다.

"호미야, 너  본지 오랫만이다 지난 가을에 마늘 심을 때 무지 힘들었는데

잘 있었니?"

 

회벽속엔 바로 황토에다 짚푸라기가 섞힌 흙벽이 나옵니다.

시골집은 이렇게 지어진 집이 많습니다.

 

마루 위 천정엔 전깃줄이 정신없이 이쪽저쪽으로 검은 테잎을 바르고

엉기어 있습니다. 하지만 보기 싫지도 않고 정겹기만 합니다.

 

계량기도 보입니다. 시골에선 두꺼비집이라고 하는 안전차단기도 까맣게

달려 있습니다.

 

대창문 ㅎㅎ 할아버지가  심심찮게 열고 닫으며 곰방대에 궐련을 피워 무시고

밖을 내다보기도 하시고 밖에 인기척이 나면 " 게 누가 왔는가? 허허" 

그렇게 유용하게 쓰이는 작은 문

 

어이 숭례문이 불탔다는데 꼭 이 색깔이 날것입니다.

 

자랑스런 새깜둥이 부엌천정색깔 ...숭례문은 이런 시골부엌 천정보다

보살핌을 못 받았나 봅니다. 탈대로 다 탄 느낌의 빛깔이 곱습니다.

 

 

 

무쇠솥속엔 따뜻한 밥이 한 그릇 들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무청 말려 삶아 물에 담궈놓은 씨래기...저녁엔 된장 풀어 넣고 멸치넣어

시락국을 끓일 것 같습니다.

 

타고 남은 재를 담아 놓았습니다.

밭에 거름으로 쓰일것입니다.

 

천정아래 ...소지맘은 부지런히  동네의  이집저집을 거쳐서

명희네집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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