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섬마을 선생님

이바구아지매 2008. 2. 19. 00:51


 

 

 

 

 


"학생, 혹시  중학교다니니?  학교 좀 가르쳐 줄래?"
"예에  저쪽으로 가모예 중학교가 있는기라예"
"학교가 어디쯤이야?"
"여기 삼거리에서 저기  우체국 보이지예? 우체국 조금 지나면
이발소가 나오고예 ,그 다음  신작로 따라 쭉 가면 술도가가 나오고예,
그 다음에  플라타너스  나무가 가득한 길이 나오는거라예.
그기가 중학굔기라예"
"혹시 너 그 학교에 다니니?"
"인제 중학교에 입할 할 낍니더"
"그렇구나 난 서울에서 발령을 받아 온 선생님이야 니가 학교까지
좀 따라가줄래? 혼자가면 심심할 것 같다 "
"예에 그럴게예"
"그런데 넌  어디 사냐?"
"저예, 저 말입니꺼? 저쪽동네 열녀천산이 있는 동네
참 삼거리에서 신작로길 따라 오른쪽으로 성냥간(대장간) 지나고 큰 다리 하나 건너면
참말로 예쁜  동네가 나오는기라예 그 동네 삽니더"
"그런데 너 이름이 뭐니? 내가 너의 사회선생님이 될지도 몰라"
"옴마야, 그래예 저~어 현숙이라예"
"  현숙아, 선생님은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하숙을
구해야 하거든
혹시 하숙할만한곳 추천해 줄곳 없을까?"
"샘예, 시골에선 하숙하는 집이 없어예 어쩌지예?"
"정말로 하숙하는 곳이  없을까?"
"큰일이네 어쩌지 내일부터 학교에 출근을 해야하는데"
"샘예 그라모 제가 우리엄마 보고  하숙치라고 하까예?"
"그래 그래주겠니?"
"우리집에는 방도 있고 학교 샘들이 전근오시면 우리집에서
자취를 해예 그라고 전근가시모  새로 오신 샘이 그 방에 계시고예"
"내가 널 제대로 잘 만났구나 "
"그라모 우리집에 가입시더"
 "현숙아, 너 땜에 샘이 큰 걱정하나 들었구나"
"아니라예 샘이 수학샘이 아니라서 참 좋아예 전 수학이 싫거든예
사회는 참말로 재미있고예"
" 그래 잘 만났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보자 .신작로길이 먼지가 참 많구나"
"그라모예 시골길은 먼지가 폴폴 나는기라예 버스가 지나가면
뒷창문이 허옇게 먼지를 뒤집어 써서  물로 씻어 내지 않으면예 뒤가 항개도 안보인다 아입니꺼"
"샘예 그런데  와 서울샘이 이런 시골에 오세예? 혹시 애인하고 헤어졌어예?"
"자식 아니야,  왜 그런 게 궁금해?"
"샘이 배우처럼 생겼는기라예 그라고예 우리집에 자취하던 샘 중에서
서울에서 오신 샘이 간혹 계셨는데 얼마 못있어서 그만 가버리더라고에"
"난 아니야, 샘은 이런 시골이 좋아서 일부러 지원을 해서 오는 걸!"
"그래예 ! 샘 넘 멋지다."
 
샘이   웃으시면 양볼에 보조개가 패이고 눈웃음이 매력적이어서  선생님의 수업시간에는  

우리반 친구들은 샘의 보조개속으로 풍덩   빠져 허우적거렸다.

"음 너희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샘이  1학년 4반 이쁜이들 몽땅 비행기에 태워서 

일본, 필리핀,미국,영국,캐나다, 홍콩으로 둘러서 터키까지 구경을 시켜줄거야 열심히 공부하도록 ..."

샘이 들려주신 그 엄청난 꿈에 부풀어 1학년 4반 친구들은 일주일 내도록  사회시간만 기다렸다.
핸섬한 총각샘은   세계 곳곳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셨다.
"야야  현숙아, 사회샘이 너네집에서 하숙하지  반찬은 뭘로 좋아하디?"
"샘하고 변소에서 만나모 어짜노?"
"샘한테 서울에서 애인이 찾아오나?"
"샘은 몇시에 주무시노? 놀러가도 되나?"
'
시골학교에 전근 오신 서울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내숭쟁이들이라 말은 안해도  1학년 4반 친구들은 모두가 샘을 좋아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전교생중  여학생들은 다 좋아했을 것이다.
1년동안 무지 행복했던 사회시간   서울샘은 그렇게 우리에게 아름다운
희망을  심어 주고  다시 서울로 가셨다.
불편하고 먼지만 풀풀거리던 시골길, 쪼그리고 앉아서 별을 세던 화장실,
겨울에도 수돗가에서 찬물로 세수를 하면서도 웃으시던 샘
날마다 노래를 부르며 아침밥을  드시러 큰방으로  건너 오시던 샘
그 샘이 학년이 바뀌자 떠나가셨다.
"샘예, 편지할께예 답장 꼭 해 주이소예"
"그럼 답장 꼭 해 줄거야,  그리고 '지금  샘과   헤어지는건 결코  이별이 아니다.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는것이야,  알겠지 우리학교 친구들 모두  열심히 공부하도록 ..."
단상에서 송별인사를 하시던 샘께서도  결국 눈물을 흘리시고 말았다.
샘은 눈물을 닦으시며  버스를 타고 뽀얀 먼지만 남기고 떠나가셨다.
 샘을 태워서  가버리던  버스가 너무도 야속했다.
그렇게  눈물 흘리며 떠나셨던  샘,  그 후로 소식한번 없었다.
서울로 가자마자  곧장   우리따윈 다 잊으셨나 보다.섬마을 시골뜨기라고 ???
 
"샘예, 잘 살고 계세예? 현숙이 생각나예?  보고 싶어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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