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오빠는 풍각쟁이야

이바구아지매 2008. 2. 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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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풍각쟁이야

- 박향림 -

오빠는 풍각쟁이야 무어-
오빠는 심술쟁이야 무어-
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다 뺏어먹는건
난 몰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구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오빠는 욕심쟁이 오빠는 심술쟁이
오빠는 깍쟁이야

오빠는 트집쟁이야 무어-
오빠는 심술쟁이야 무어-
난 싫어 난 싫어 내 편지 남몰래 보는건
난 싫어-
明治座 구경갈 땐 혼자만 가구
심부름 시킬때면 엄벙땡허구
오빠는 핑계쟁이 오빠는 안달쟁이
오빠는 트집쟁이야

오빠는 주정뱅이야 무어-
오빠는 모주꾼이야 무어-
난 몰라 난 몰라 밤늦게 술 취해 오는건
난 몰라-
날마다 회사에선 지각만 하구
월급만 안 오른다구 짜증만 내구
오빠는 짜증쟁이 오빠는 모주쟁이
오빠는 대포쟁이야


"유성기로 듣는 오빠는 풍각쟁이야 는

킹레코드에서 발매된 무지 오래된 노래 입니다. 

10번째 박향림편에 수록되어 있고 그녀의 본명은 "박억별".

1921년 함경북도 주을에서 출생 1946년

불과 26살의 나이에 요절했다고 하는데,,,

 

 

어른이 된 후에도 곧잘 다섯오빠들의 특별한 모습이 가끔씩 떠 오른다.

이 흥겹고 익살스런 노래 "오빠는 풍각쟁이야" 란 노래를 들으며

다섯오빠들의 모습을 노래에 함께 엮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이차가 많은 세 오빠들은  잔잔한 추억이 많지 않지만

넷째오빠,다섯째 오빠들의 모습은 특별하였다.

넷째오빤  영락없는  풍각쟁이

다섯째오빠는 짝퉁 풍각쟁이

 

어렸을적  설,추석에  받은 새뱃돈과

방학 때  생긴 용돈등을   모아서 책갈피에 잘 펴서  넣어 두면

풍각쟁이 오빠들은 호시탐탐 노려서 기어코 뺏어갔다.

 

십원짜리. 백원짜리 지폐를 야무지게 모아서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잘 지키리라 다짐했다. 

 돈이 제법 책갈피속에 불룩해지면 풍각쟁이 오빠들이 낼름낼름,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했다.이번에는 '절대로 뱃기지 않을거야  두고 보라지

어떤 계략에도 속지 않는다구 절대로...'

 

하지만 넷째오빠의 나긋나긋한 모습의 친절함과 공갈사탕에  굳게 다짐했던

내 마음의 약속이 헤벌레 풀려서 빳빳한 십원짜리 지폐를   슬쩍 내밀었고

오빠는 빙그레 웃으며 다섯째오빠한테는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새끼손가락  고리걸어 다짐까지 하고...

 

영특한 다섯째 오빠가 어느새  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계략서"

다섯째오빠는 더 치밀하게 내 돈을 공짜로 먹지 않겠다며  

 당당한  모습으로 친절하게 영수증까지 써 주었다.(한자로 둘러 써 준 엉터리 계약서)

"x 월x일  돈 50원을 빌려서 x월 x 일 이자 2부로 계산하여 지급한다"

 이렇게 나는 번번히 오빠들한테 당했다.

"이번 설에 받은 새뱃돈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내가 쓰고 말테야"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

 결국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오빠들은 내 돈에 눈독을 들였고

돈은 마술의 힘으로 옮겨지듯 어느새 두 오빠들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갔다.

영화보러 갈 때도 어른들 틈에 살짝 끼여 들어가게 하고

배 타고 부산 갈 때는  잠도 안 오는데 억지로 엎드려서  잠든 척 하게 하고

( 배표를 검사하는데 난 엎드려서 잠든 척 함)

그리고 돈은 오빠들이 삥땅치고(돈은 오빠가 챙겨서 꿀꺽 ,

부산에 오 갈 때 오빠들이랑 가는 것은  얼마나  가슴이 쿵쿵거렸는지 첩보작전 007... 

매표검사원 아저씨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내려깔고  뱃전을 슬슬 숨어 다니기도 하고)

 

학교졸업식에 가서   꽃도  팔게 하고 돈은 

받아 챙겨  이쁜여학생 언니랑  데이트 비용으로  쓰고...

 

오빠는 핑계쟁이야, 내 돈 다 뺏어 가 놓고 변명은 또 어찌그리

잘 둘러대는지 어느 새 오빠들이 둘러 댄 말은  딱딱 들어 맞았으니...

 

ㅎㅎ 이 노래를 들으면 얄미운 오빠들의  골이 탱글탱글하게 만들었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어린시절  오빠들은 풍각쟁이들... 동생을  시시콜콜 골려 먹는...

 

 

 

 *풍각쟁이: 시장이나 집을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여 돈을

             얻으러 다니는 사람.

*모주쟁이:모주망태, 약주를 거른 찌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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