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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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작은 암자 삼덕사에 멋진 총각 스님이 오셨다.

첫 눈에 봐도 참 잘 생긴...

"야, 우리  삼덕사에 총각 스님 보러 갈래?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잘 생기고 똑똑한  스님이 서울에서 오셨대"

하고 호들갑을 떠는 내 말에

순아가  한 마디 또 받았다.

"히히  땡땡이 중이 천희  꼬시러 왔는 갑다"

쪼무래기들은 한 여름의 땡볕을 온 종일 물가에서 첨벙거리다가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사방은   늑대의 시간으로 물든 후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갔다.

동네 머스마,가시나 쪼무래기들이 한테 뒤섞혀  한낮의 땡볕아래로  

 산 그리메 지는  냇가에서 난리벅수를 떨었다.

어찌나 요란한지 큰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산 메아리도 온 종일

 울려대는 쪼무래기들의

소리를 다 기억하지 못했다.

"야 저기봐라 벼락바위 징검다리 위에  봐봐 히야 그 땡땡이 중이 나왔다

드디어 아가씨 꼬시러 나왔는기라 저 봐라 대갈빡이 번쩍번쩍  눈이 다 부신다"

하고 늘 웃음 팔고 다니는 윤태가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듣는다 조용히 해라 스님한테 땡땡이가 뭐꼬 돌중이라쿠고 그라모 안된데이"

태형이가 조용히 하라고 말했지만 태형이도 윤태 못지 않게 목소리 큰 개구쟁이였다

.물장구를 치던 윤태는 기어코 물속 바닥으로 헤엄쳐 벼락바위 징검다리를 향해 돌진해 갔다.

그 뒤를 금방 잠수하여 따라가는 태형이가 물개처럼 빨리 헤엄쳐서 쫓아가고 숨줄이 가쁜 

 윤태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코끼리처럼 물을 뿜으며 물밖으로 솟아 올랐다.

그 사이에 물에 서 있던  윤태의 두 다리가 쿡하고  접칠어졌다.

태형이가 쫓아와 물속에서 윤태의  종아리를 턱 접칠러버린 것이다.

잠시도 장난을  멈추지 못하는 물가의 아이들...

 

그 때 , 삼덕사 작은 암자의 스님이 오솔길을 따라  내려 오고 있었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소리없이, 벼락바위 아래로 내려 오는 것이 쪼무래기들의

눈에 들어 온 것이다

 

벼락바위 근처로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징검다리 건너 언덕으로  개망초가 하얗게 수 놓은 모습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저기봐라 개망초꽃 꺾는 천희가 보이제  히야  봐라봐라  내  말이 우떻노?

천희  꼬시로 온 땡땡이 돌중 맞는기라"

윤태의 고함소리는 처녀가 들었을지도 모른다.

 

처녀는 이웃동네의 정석이오빠의 동생으로 스무살이었나?

중병에 걸려서 서울의 큰 병원에서 오랫동안 입원 해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삼덕사에서 머물고 있었다.

 

스님과 처녀는 가끔씩 개울가로 나왔고 우리는 그 해 여름 몇 번인가 그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두 사람이 걸어 가는 것을 보고 팔짱을 끼고 갔다고 소문을 내고

뽀뽀하는 것을 보았다고 부풀려 소문을 내기도 했다.

소문은 날개를 달고  동네에 퍼져 수다쟁이 아줌마들은 말을 더 보태고

굴뚝에 연기가 폴폴나게 만들었다.

그 소문은 금방 스님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하루는 정말로  개망초를 가득 꺾은 처녀의 손을 스님이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저 봐라 손 잡았제 저래도 거짓말이가?"

"와 진짜네"

아이들은 물가에서 방방 뛰었다.

"와 인자 쪼깬만 더  있으모 알라 놓겠다 그자"

 

윤태랑 태형이의 말은 사실이 되어버렸다.

 

온 여름을 개망초가 가득 피었던 개울가에서 보낸 아이들은  

찬바람이 불자  개울가로  가는 횟수가  줄어 들었고,  수런수런대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삼덕사 스님이 기어코  처녀랑  눈이 맞아 도망을 갔다는 이야기가  마을에 돌았다.

아이들은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따윈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로운 호기심을 찾아 산으로 들로

쏘다녔다.

 

훗날  스님과 처녀는  결혼하여 서울에서 아들,딸 낳고 살고 있다는 소식이 흐뭇하게 들여왔고,

그 해 여름 ,개망초 곱게 피어나던 작은 개울가는  빛바랜 액자속  그리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