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우리들의 여름이 빛나는 이유

이바구아지매 2008. 1. 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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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하늘은 물풍선이 가득 매달려 있는 달

 

어린시절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늘은 온통 물주머니 속이고  심술쟁이 마녀가 구름위에  걸터 앉아서

내려 다 보고  있다가  시도 때도 없이 우릴 골탕먹인다고 생각했다.

구름위의 마녀가 비의 요정에게 부탁하여  온 세상에 비를 마구 뿌리며  부리는 심술이라고.

 

8월의 하늘은 염천할  변덕쟁이로 하늘나라에 사는 호랑이들은늑장을 부리며 밍기적거리다가 

하필이면  여름철에 장가를  가는 것 같았다.

8월의 소나기는  길을 걷다가도  만나고 , 밭에서 풋고추를 따다가도  만나고 , 뱀이 나올까 무서워서 조심조심 풀더미를 헤치며 가는 논두렁에서도  만났다.   멱감다가도 수시로 소나기를  두들겨 맞았다.

 소나기는   지나가는 비로 우리가 냇가에서  멱을 감다가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우리는 고함을 치며 비를  피할 생각도 않고  온몸으로 샤워를 하듯 그대로  맞았다.

그러다가 심하게 내린다 싶으면  비를 피해  물속으로 풍덩하고 자멱질하여

한 동안 숨을 쉬지 않고 물속에서 비를 피하기도 했다.

물속으로 피한 악동들은 물속에서 눈을 부릎 뜨고  쳐다보며 킥킥거리다가 물을  먹기도 했다.

 

소나기는 지나가는 비로 한동안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다가 죽을것만 같으면  뽀록뽀록  거품을 내며 물밖으로  솟아 올랐다. 물 위의 세상은  어느 새 햇살이  쨍쨍 나 있었다.

 

물속에 오래 있었던 우리는 이내 추위를 느끼며 부르르 떨며 물밖으로 나왔다.파란 입술을 오돌돌 떨며 조막손이 물에  불어  허여멀건하고  쪼글거리는  손을  펴 서로 맞추며 깔깔대다가  흔들흔들 물기를 털어내며  시퍼러둥둥한 추위가

온몸에 휘감긴채   조약돌이 가득한 갱변에 드러누워  이번에는 종약돌로 찜질을 하였다.

 

그러다가 다시 조약돌찜질도 싫증이 나면   이번에는 모래구멍을 파서 들어가서   머리만 쏘옥 내밀고

모래로 동산처럼 만들어  주면  곳곳에 모래동산이 생기고  그 봉긋한 모래동산에 개구쟁이들의 고개만  나와

하얀 이를 드러내고 우습다고 깔깔거렸다. 축축한 모래로 모래성을 쌓으면  

고개만 나와  마음대로 돌리지도 못하는 로봇이나 오뚝이 모양이 되어 우스운 모양을  했고...

 

 정오의 햇살은   무섭게 땡땡 내리쬐니 그만 모래성이 툭툭 벌어져 모래가

떨어져 흘러 내렸다.  모래는 믿을 게 못 되는 모래성이었다

쌓다가 쓰러지는 순간을 자꾸만 반복했다. 가끔씩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사랑이란, 변하면 모래성 같다는 말을 종종하였는데 우리는 그 말의 뜻을  어린시절 여름날의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으로부터 배웠다.

 

이내 그  짓도  재미없어지면 이번엔 돌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등 위에다 납작납작한 돌들을 서로에게  얹어 주었다.  따끈따끈한 돌찜질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잠시 뒤면 그것도 시들해지면 소꼽놀이를 시작했다.

까망고무신에 물을 떠 온 곳엔 떡을 만든다고 고무신속에

흙과 쑥을 뜯어 넣고 물을 적당하게 넣어서 반죽을 해 놓고

하얀고무신 속에는  국도 만들었다.

맑은물에 송사리까지 떠 와서 그기다가 뱀 딸기라 불리던   빨간  열매를 따서 

  쿡쿡 짜 넣어 맛있는국을 만들었다.

유리조각이랑 사금파리로 예쁘게 상차리고, 아빠,엄마,아가며 가족들이 금방 결성되고...

 

그 때 하얀고무신에 붙은  리본모양 같은 곳엔 골이 있어 지저분한 것들이 끼이기도 해서 소꼽놀이를 하다가 씻으면 그 리본모양속에 끼인 이물질을 뺀다고  살살 어루만지면 그 사이에 그만  리본이 톡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리본이 붙었던 자리는 흔적만 남아 허전함과 밋밋함만 남았다.

 리본모양 흔적만 남은 하얀고무신은 쓸쓸한 모습이 되었다. 리본이 떠나갔던 자리... 

새로 고무신을 살 때까지는 한 동안 그런 쓸쓸함을 느끼며  그냥 신어야했다.

 

여름철 우리들의 발은 늘 열개의 발가락이  자유롭게 춤추었다.

맨발로 고무신을 신었기에...

한 참을 신고 걷기라도 하면 발은 이내 땀으로 미끌미끌해졌다.

 

발등은 햇빛에 타서 까맣고 발속엔 땀으로 고였고 고무신을 벗으면

발둥엔 고무신 테두리가 선명하게 둘러진채 발이 미끄러지며 나왔다.

발바닥은 땀냄새와 고무냄새로 진동하였다.

 

그럴즈음이면 우리는 옷을 입은 채 신발을 신은채로 물속으로 풍덩 뛰어 들었다.

그리고 물속에서 힘껏 신발을 벗어서 차 올렸다.

 

물 위엔 순식간에 고무신들이 동동 떠 다녔다.

물 위에서 뱅글뱅글 돌며  떠내려 가는 고무신들이 빚어내는 정다운 풍경  누구의 신발이라도

 상관없이 가느다란 물살을 타고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회오리 급물살을 타고 떠내려 가기도 하였다.

 

그 때 아마 우리는 그 신발을 떠내려 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지리도 꼴보기 싫었던  고무신의 불행 ...까맣고 ,하얀고무신

우리는 그 신발들을 몹시도 미워하였다. 떨어지라고 잡아당기고 때기를 치고 그러다가 다시 물속에서 멀리로 던져버리기도 하고  그래도 만년구짜  고무신은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듯 끈질긴 생명을 이어갔다..  구박하며 아주멀리로 던져버려도 곧  물위에 나타나서 자기의 위치를 알렸다.  저만치서  급물살을 타고 흘러  내려가기라도 하면 이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듯   첨벙첨벙 거리며  허겁지겁 신발을 잡으러 쫓아갔다. 작은 하얀배, 까망배들은 기어코 우리들의 손에 잡혀서 동산위로 올라 왔다. 

미운오리새끼마냥  잡아서 물먹은 오리 물을 토해내듯 고무신을

홍쳐쥐고  물기를 탁탁 턴 다음 갱변에다 엎어  말렸다.

어찌그리 고것들은 잘도 마르는지...

 

하얀고무신은 그냥 보면 깨끗하고 조금은 더 고급스럽게 보인 신발이었다.  대신 때가 잘 탔다.  때가 타면 돌에  엎어 쓱쓱 문지르면 때가 베껴 나와서 하얗게 되었다.

 

하얀  고무 가루가 물에 퍼지면 하얀고무신을  씻던  물가엔 하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물이 들었다.

 

물가에서 온갖 난리를 치며 노는  동안에 다시 세상은 어둑해지고  햇살은  잠시 구름속에 들어가고 앞산 허리를 병풍치듯 비가 지나갔다.

우리는 다시  물속으로 잠수를 하여선  힘껏  고무신 벗어 올리기를 시작했다.

물속에서 힘껏 차 올린  고무신들이 동동 떠 내려 가는 그림을 그리며 놀던 우리는 몹시 장난끼가 심한 아이들이었다.

 

하루에도 수십차례 비가 지나갔을까? 우리는 그래도 집으로 쫓아가지 않았다. 그냥 우리들의 강가에서  흩뿌리며 지나가는 비는 그대로 맞으며 온 종일을 그러고  놀았다.

 

우리들의 여름은 그렇게 땡땡거리며 지나갔다.

앞산앞의 지나가는 비처럼, 까망고무신과 하얀고무신이 물위에서 동동

떠 내려가듯 ...

 

가끔은 이런  기억도   조잘대며  내 머릿속을 마구  싸돌아 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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