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비구니가 된 그녀

이바구아지매 2008. 2. 1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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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한 여인이 있다.

머리가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나는 여인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니 앞모습이 궁금해진다.

"스님, 혹 저를 아세요?"

"네 나무관세음보살"

하고 합장하며 해 맑은 웃음 지어보이며

내 앞에 얼굴을 들어 보인다.

"아니 넌 보현이?"

"네 모현이라합니다"

"예에 모현스님~참 오랫만이죠

얼마만이에요

많이 궁금했는데~"

'이게 아닌데

이게 뭐야

보현이가 스님이 되니

친구같지도 않고...

이상해,정말 이상해 변하였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몇년 전 내가 학원을 하고 있을때였다.

점심시간이라서

근처의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길에서 비구니 스님을 만났다.

유난히 키가 작은 비구니의 뒷 모습

담박에 난 소리쳤다.

"얘, 보현아

너 보현이 맞지 ?"

"네에  이젠 모현이라 불러주십시오"

하고 돌아선 비구니스님이

날 보고 빙그레 웃으며 합장을 했다

급하게 나도 따라서 합장을 해 보였다.

그렇게 비구니가 된 보현이

정말 궁금하고 보고 싶었던 친구였는데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걸은지도

수십년째

많이도 궁금했는데

막상 만나니 할말이 하나도 떠 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지냈는지?"

"바람따라,세월따라 인간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끝없는 질문속에서 답을 찾아 떠나는 중이지요"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이럴 때

정말 난처하고 낯설어진다.

나는 불교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기에...

우리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임에

너무도 먼 거리에 있었고

얼른 자리를 피하고만 싶었다.

내가 만난 친구는 이미 불가에 입적하여

옛날에  매일 만나서 떠들고 하하호호 웃고 떠들던 그 소녀는  아니었다.

 

보현이가 비구니가 되기 일주일전에

우린 만나서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울었다.

왜 비구니가 되리라 생각했냐고?

그냥 이대로 살면 되지 않냐고 설득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난 이미 결심했어

속세와 인연을 끊기 위해

사진도 몽땅 태우고

머리도 삭발했는 걸

이젠 봉정사로 갈거야

그기서 행자생활을 하며 고행의 길을 걸어볼거야

그리고 승가대학을 가겠어

제대로 된 중이 되어볼테야"

 

보현이네는 원래 아버지가 대처승으로 절에 사는 친구였다.

가끔씩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가랑잎새 하나 구르지 않고 깨끗했으며

법당의 서카레 지붕 처마밑에 달린 풍경들이 댕그랑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맑고 상쾌한지

그 날 밤 절집에선 통 잠이 오지 않았다.

깊은산 속에서

나무들이 우는 소린지,

부딪는 소린지, 묘한 산사의 밤은 내 기억속에 산속의 밤을 특별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난 태어날때부터 중이 될 팔자였대

꼭 그래야 하고..."

"더 구체적으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지?"

"다 덧 없음이야 다 부질없는 일이라구

난 속세를 떠나기로 각오했어 부처님께 기이하기로 한 걸"

 

 그리고  얼마나 우는지 그 날 밤 새벽4시가 가깝도록 울기만 하였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지

보현이는 이미 여자도 아니라고 했다.

불가에 기이하려면 여자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가 생리를 하지 않으면

이성이  무덤덤해진다고 했다..

그런  의식도 치뤘다고 했다.

열아홉살 겨울바람이 스치는 날 밤 우리는 잘알지 못하는 그런 소리를 하고

또 들었다.

보현이가 좋아한 이루지 못할 이성이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 무렵 보현이네 산사에는 고시공부를 하러 오는 고시생이 몇몇 있었다.

그 중 누구를 마음에 두었다는 말을 언듯 들은것도 같은데

그 이상은 모르겠다.

속세의 연을 다 끊어야 한다며

함께 찍었던 사진도 불에 태우는걸  말려도  통하지를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울면서 속세의 이별을 했다.

 

얼마 후 수원의 봉정사로 몇 번의 편지를 했지만 답장이 없었고

중년의 어느날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젠 아무런 궁금한것도 없고 서로가 가는  길도 다르다.

환하게 웃던 그녀의 창백한 모습은

하얀 백지장 같았다.

 

 

오늘 우연히 속세를 떠난 그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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