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내 사랑 누에야,

이바구아지매 2013. 8. 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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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에

 

 

 

 

 

 

 

 

★누에고치 ,참고 (밸라쯔의 달달한 감성창고)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게 뭘까요???

 

버섯이에요  버섯은 밤새 다자라지요

 

콩나물? 사슴뿔?  ㅋㅋㅋ 몇 가지가 더 있군요

 

하지만  내가  오늘 들려 줄 이바구는  먼저 '고것' 이라 칭하겠소

 

이 세상에서 젤로 빨리 자라는,  하늘이 내려준 천상의 것이 또 있다오

 

 고것은 20일만에  1,000배나 쑥쑥 자란다오.

 

다 자라서 하늘로 오르기할 때 엄지손가락길이, 혹은 5cm정도로 뼈 없이 허물허물 기어가는

 

것이 있다오 먹성이 좋아 2시간마다 사각사각 먹어대는 요것은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먹어대면

 

소나기 내리는 소리가 난다오 이것은 잠도 자는데 잘때마다 쑥쑥 자라서 5령 잠  자고 나면 하얀궁전 지으러

 

짚섶으로 올라간다오  그리고 하얀궁전으로 짓기 시작하는데   땅콩모양, 장고모양, 그리고 타원형도 만들어요.

 

고것들은 까망 씨알에서  애벌레, 번데기, 나방까지 자라는 네 시기를 거치며 '한 살이로' 약 45일  정도 걸린다오

 

고것들은 깔끔쟁이라서  키우는 동안  가장 깨끗한 방을 줘야하고 부엌에서 식칼가는 소리도 내선 안되고

 

연기를 내서도 안 되며   방문소리를 텅텅거려도   안된다오

 

부엌 ,도랑사구에서 그릇을 부닥치며  설거지 하는 소리라도 내개 되면  고것은 더욱 신경질을 내어

 

제 몸을 갉아 뜯고 스트레스를 받아요.고것들이 집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집안에서 신경질적으로 싸움소리도 내서도  안된다오

 

그 뿐이 아니에요 자신이  먹는 파란잎사귀에 허연솜털같은 비리(진딧물)가 묻어도 안되며 파란 잎사귀 뒷면에

 

금색  쌔알이 뭍어있으면 고것은 기절을 하고 만다오.

 

항상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손을 개끗하게 씻고  고것을 만질때는 살폿이  손에  힘을   빼고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야 한다오 .  파란잎은  먹기좋게 쓸어서 두시간 간격으로 골고루 뿌려  줘야하며

 

배설물인 까만 똥을  잘 걷어내 주어야 하며   편안히 쉴 수 있는 나작하고 넓은 궤짝으로  자주자주  이사도 시켜 주어야 한다오

 

고것한테 정성을 쏟듯하면 이 세상에서 그만큼의 사랑에 감동 안 할 남녀가 어디있겠소

 

아마 지구상엔 평화가 가득할게요

 

잘 때도  고것은 평화롭게 잠들도록 자유를 줘야하고 고것을 돌보는  계약기간동안  나랑 엄마, 언니는 그냥 고것들의 하녀가 된다오.

 

혹시라도 실수하여 깜빡  잠들어  몸부림이라도 쳐서 고것들을 깔아뭉개  비명횡사라도  하는  날에는

 

몇날며칠 혼구녕이 나는게지요, 내 옷에는 늘 고것들의  주검의 흔적들이 탁본처럼 따라다니고

 

푸른잎처럼   시체되어  엉덩이에   떡  하니 올라 붙어  있으면  그 꼴은 참으로  흉하오

 

똥구녕에 뿔이 난 것도 아닌데  이 탁본 같은 몰골은  이마빡이나 머리빡에 붙어있기도 하고

 

어떤날에는 가슴팍까지  흔적이 오롯하게 화석처럼 달려다니기도 하지요

 

"가시나,그기 머꼬, 단디해야제  고것들이 다 돈인기라   신주모시듯 정성을 쏟아 키워야 하는기라  그라모  나중에 

  팔아서  칸다꾸(원피스) 하나 사 줄끼다..."

 

하고 엄마가 가끔씩  고것을 잘 돌보라며  예쁜 새  원피스로  유혹했어요.

 

이것이 무엇이것소 나 참  하늘이 내렸다고도 하고 하얀궁전  만들면  명주실 내어 비단 선물 준다고도 하는 ...

 

고것을 키우는 동안 깜짝 죽는 시늉까지 하고 귀하게 여기며  사랑을 쏟았던   이녀석은 ...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도 고것을 키웠고 학교에서도 키웠는데  5학년때부터는  당번까지 정해서

 

쉬는 시간에도 가서 뽕밥 주고 똥 가리고 밤에도 고것들이 가득한 방에서 잠을 설치며 똥 받아 내고 뽕밥주었다오.

 

그러면 고것들은 좋아서 뽕잎을  소낙비 소리를 내며 갉아먹었다오.

  고것들 방에서 사각사각 소리를 들으며 겁도없이   밤을 밝혔다오.

 

꾸물꾸물 기어가는 폼새가 태극무늬 달고 나라를 대표해 기어가기  대회에 출전 한  선수마냥. 재미있었다오..

 

고것들은  훗날 세상이 변하여 동충화초, 누에그라 , 등의 이름으로  인간에게 유익한 약재로도 쓰이게 되었다고 하오.

 

이제는  고것들을  자주 보지 못하니   다시 그립소 5령 잠 자고 나면 그렇게  좋아하던 뽕밥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흐물흐물 누렇게  익어  고개 빳빳 쳐 들고 입에서 하얀 실을 토해내며

 

고치( 하얀궁전)를  지어 꿈번데기 되어 들어 앉던

 

.그대들의  이름은 , 누에라오.

 

 

 

사랑해아낌없이 주는 누에의 한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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