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뽕나무 가지에 걸린 슬픈 사랑이야기...(1)

이바구아지매 2013. 8. 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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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뽕나무

 

 

 

 

"올 봄 늬비만 키우모 인자 가을늬비부터는 안키울끼다 그랑께 정서이하고 명주는

 

외가 뒷골 뽕밭에 오늘만 딱 댕겨오모 되것다

 

내일은  일요이니  가서 뽕만 따고

 

외갓집에서 실컷 놀다 와도 된다 

 

자 바기미 한개씩 들고 비료푸대 다섯개다  

 

푸대는 바기미에 잘 접어 넣고 가야제"

 

"엄마, 엄마는 참말로 계모같다 언제 이 많은 푸대에다 뽕잎을 다 따 담으라꼬 ? 

 

뭐 그라고  실컷 놀아도 된다꼬???

 

밤새도록 따도 다 안차것는데   엄마는 누에를  키울 때만 되면   우리를  잡아 물라 쿠네

 

엄마, 누에가 우리보다 백배  더 귀하고 소중하나? 어째서 그리 신주모시듯하고 우릴 맨날   뽕따는 뽕각시로 맨드노"

 

"명주야,"됐다 엥간하게 해라 니가 그래삿는다꼬 우리가  뽕따로 안 갈 것도 아이고 고마 가자"

 

"언니는   맨날 일하는기 그래 좋나?"

 

"나는 일하는거  진짜로 싫다고  말했제 나도 누에처럼 먹고자고, 먹고자고 그라모 좋컷다"

 

"그라모 니 누에할래 실컷 뽕만 묵고 팔리갈래?"

 

"응, 그래 팔리갈란다 잘 팔리가모  부잣집에 가서 맛난 것도 묵고 띵까띵까 놀기만 하모 될끼고???"

 

"시끄럽다 고마 안 그래도 요번 봄늬비만 키아가 매상하고 나모 가을니비부턴 안할끼다

 

너그아부지가 인자 딸내미들 중학교 가모 공부해야 한다고 이번으로 끝내라캤다.  정선아, 명주  요가시나는 

 

뺀질거리니  단속 좀 잘해라  알긋제 니가 언니아이가"

 

"ㅊㅊㅊ 가기 싫어  가기 싫다구 "

 

"명주야, 언니가 가다가  문씨상회 들러  눈깔사탕  사 주께 가자"

 

"그래  진짜제 거짓말하모 내꼬랑에다 풍덩 빠자삐고 나만 되돌아올끼다"

 

우리는 바구니속에 비료푸대를  접어 넣은채 바구니를  들고 앞뒤로 마음껏 흔들며 갔다

 

외가에 가는 길은  볼거리도 많아서 언제나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웠다.

 

집을 나서자  코 앞에 있는  지서애서 일하는   키큰 사환언니가 청소를 하다말고

 

쩣아와서   윙크를 보내며 엄마 심부름 잘해야 한다며 대신 내일은 언니가  맛 있는 건빵을

 

실컷먹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을이   끝나는 지점인 사창거리를 지나고  연초삼거리에 있는  연일식당을 지날 때 쯤이면  ,

 

얼마전 새로 온 여급이  짙은 화장을 하고 껌을 질겅거리며 

 

짧은 맘보치마를 입고 하얀 허벅지의 깊은  속살이  훤히 들여 다 보이게   앉아 있는 풍경을

 

 힐끗거리며 지나가는 재미와  자나께나 불과 싸우는  권씨 아저씨네 대장간의  빨간 풍경도  스릴 넘쳤다.

 

 언제나  빨갛게  달아오른  불구덕에서  낫과 호미, 칼, 곡괭이가

 

 무디어진 날을 세우기 위해 ,물러지려고  ,달구어지고 있었으며 ,    불속에서 꺼낸 쇠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 쇠망치로 두들겨서   갑자기  찬물에 풍덩 담궜다  꺼내는  담금질로 바쁜  대장장이의

 

 모습은  마치  땀을 뻘뻘 흘리며 기괴한 표정을 짓는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대장간 ( 인도의 대장간 풍경 , 옮긴 사진)

 

 

 

 

조금 더  걸어가면  이번에는 잘생긴, 하지만 팔이 하나 없는  외팔이아저씨가 불 뻔쩍하여

 

명함판 사진을 폼나게  찍어주는  사진관을 지나고

 

신작로 아랫쪽으로 꺾어서  먼지나는 길을 가면  흐린 날에는  처녀귀신이

 

종종 나타나서 겁을 주는  열여천이 나왔다. 

 

그리고  시장통으로 불렀던 관암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흥남철수작전(1,4 후퇴) 때 '피란민14,000명을 태우고  3일간

 

생명의 항해'끝에   크리스마스 날 아침 거제도  장승포항에 도착했던 사람들로 그들중 많은 사람들이

 

   거제의 내륙지방인   연초면  죽토리 관암마을로 와서   피난민촌을 이루고 살았다.

 

   이 마을은  길양편으로  길게 삐딱빼딱  들어  서 있었는데

 

서너평 정도의  작은 하꼬방집들이었다. 마을에는  신기하게도 없는게 없었다. 

 

대부분 의 사람들이 장사를 하며 살았는데  부산에 있는  국제시장에 가서 별별 물건을 다 떼어와서 팔았다.

 

 

나와 정선이 언니는  함경도 말씨를 들으며 학교  가는 길이  마냥 즐거웠다.

 

 학교 가는 길의 소소한 풍경의 수채화는 또 있다.

 

  밀가루 반죽을 걸죽하게 타서  노란색 양은주전자로 한주전자 담아

 

주둥이로 조금씩 부어  굽는 국화꽃 모양으로 굽던   풀빵 냄새도 고소했고

 

풀빵을 굽느라 익어버린 짝꿍  재환이 할매의 빨갛게 달아 오른 양쪽볼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조금 더 아랫쪽인 연사마을 방향으로 내려 가면  길가  하꼬방집에 살고 있던   친구 금순이 엄마는

 

언제나 골이 난 함경도 말투로

 

" 38선 문 열어 다오 나 이북 갈래요"

 

라며 날마다 이렇게 외쳤는데

 

  학교 가는 길에 보는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우리면의 중심인  면사무소와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가 나란히 있는 이곳에서

 

앞쪽인 남쪽방향으로  난

 

소롯길을 따라 가면   다시  아래로 경사진 길이  효촌마을로  가는 마을길로 이아져 있었다.

 

그리고  제법 큰 강이 흘렀다  징검다리가   징검징검 놓여 있었고,

 

  징검다리 위로  올라서면 거울처럼  맑은 물이 돌돌돌 소리내며 흐르고 있었다.

 

강을 따라   은어, 천어, 피래미,  탱바리,  붕어, 장어, 문저리며  고둥이  헤엄치며  놀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 물속에  있었다

 

'언니야,  아까 샀던 눈깔사탕  묵자  "

 

"그래, 한 알은 냉기놓자 밤에 심심하모 외갓집에서 묵거로 "

 

하고 입으로 톡 깨어서  반통갈을 주었다

 

언니의 '침이 묻었거나 말거나  달달한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면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흥얼거리며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속을 빤히 들여 다 보기도 했다.

 

물속에는 단발머리

 

소녀가 파란 하늘을 이고 물결에 흔들리고 있었으며

 

행동이 느린 탱바리가 긴 수염과 뭉텅한 입으로  뽕긋거리며  소녀의 물속 그림자를   따라 유유자적  놀고 있었다.

 

"쉿 ,  조용히"

 

하고  신고 있던 나비가 달린  하얀고무신을 벗어 들고 거울같은 물속에서 잽싸게 탱바리 한마리를  담아 올렸다

 

"요바라 한마리 잡았다 언니도 신발 벗어서 잡아봐라 금방 몇마리는  잡긋다 "

 

"가시나야, 그냥 물에 살려주라  몬살게 굴지말고  그라고 쎄기 가자 

 

 우리는 지금 뽕 따로  가는 길이지  탱바리 잡으로 왔나  시방  .이 많은 포대에 언제 뽕 다  따

 

 담을끼고  봐라  해가 금방  서산을  넘어갈라꼬 안하나 "

 

"언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엄마 팥쥐오메 같다. 

 

  언제 이 많은 포대에다  뽕을  다 따 담으라꼬,

 

이건   불가능한 일아이가 책에서 보면  팥쥐오매가 콩쥐 미워  말도 안되는 ,

 

 고약한 숙제를 안내더나  그건 순전히  심술보고 , 억지였제

 

말도 안된되는거아이가? 나는  영도다리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맞는기라   일시키 물라꼬 덜꼬온...

 

, 혹시  뽕 따고 있으모

 

요술할매가 나타나서 도와줄낀가 착하고 불쌍한 명주한테.. 아니  언니가 요술할매 되어 줄끼가?"

 

이렇게 주절거리는 동안 신발속의 탱바리가 눈을 감빡이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그래 너 살려줄테니  용왕님께 가서 부탁해줘  오늘   뽕 따로 가면  순식간에 바구니가 뽕잎으로 가득 차게

 

마법의 손되게 해 줘 그래서  퍼뜩 일 끝내고 실컷 놀게 말이야    꼭 부탁해 알겠지

 

   자~~ 용궁나라로  얼른 헤엄쳐 가"

 

하고 고무신에 든 탱바리를  물에 놓아주니  쏜살같이  용궁으로 헤엄쳐 갔다

 

잔망을 떨며 소롯길을 지나고 언덕길도 지나고 대숲도 지나고  석류나무랑 감나무랑

 

꽃들이 종종 나타났다 외가는 꽃들로 둘러쌓인 참 예쁜 동화속 같은 꽃집이었다

 

외가에 가면  파란대문 앞에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꽃들은  소꼽놀이하듯 놀고 있는 것도 같고

 

 마당에 들어서니 우리를 기다리고 았었던  것 처럼  외숙모가 반겼다

 

"정선아, 명주야, 뽕따로 왔제  어서 와서 밥부터  비벼 묵고 뒷골 뽕밭에 가서 뽕을 따거라 배가 든든해야제

 

주야네 늬비가 석잠 잤노?"

 

'예 엄마가  그라는데  석잠 잤고 일주일만 더 있으모 넉잠 잔다캤어예 "

 

"그래 그라모 늬비가 뽕을 젤로 마이 묵을때다 마이  따가야제

 

늬비가 넉 잠만만  자면  명주가  고생안해도 될낀데 욕 본다  엄마가 늬비키아가  팔모 정선이하고 명주

 

이쁜 옷 사줄라꼬 그란다아이가 "

 

우리는 외숙모가  비벼주는  콩나물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 희야, 니도 어서 뽕따로 가거라 어서어서 서둘러야제 해 떨어지모 일몬한다"

 

하며 외숙모는  외사촌 희야언니도  같이 가서 누에밥을 따오라고  함께  보냈다.

 

우리는 깔깔거리며 뒷골 뽕밭으로  올랐다

 

뽕밭은  넙적넙적한 뽕잎들로  뽕따는  기계라도 있어 들이대면 두두두둑 하며

 

지나가면 금방 다 따버릴것 같았지만 꽤 부리는 명주는  끝없는 뽕나무를 보며  심술과  잔망만 덕지거렸다.

 

정선이 언니는 일벌레로   착하고 일도 어른들처럼 잘했다.

 

  고작  6학년이었는데 ...

 

'명주야 쎄기쎄기 따자 너는 이 바구니 두개만 다 채우거라 이 포대들은 언니가 다 채우께"

 

정선이언니는   벌써 큼 뽕밭에 뽕잎을 어른처럼 따기 시작했다

 

'희야언니야, 내 바구니에도 채아도 나 뽕잎따기 싫다  뱀 나오모 무섭다?"

 

"알았다 해바라 다 몬하모 언니가  도와주께 "

 

이렇게 뽕밭에 서서  바구니 속에 따다 담으니 금새 또  오줌이 마렵다

 

'희야언니야, 나 오줌 마렵다  외갓집에 갔다올게"

 

아이다 '요기서 볼일 보거라   아무도 안 본다  "

 

"그라모 내 엉덩이를  뱀이 물어삐모 우짜노"

 

"개안타 안 문다 봐 주께'

 

명주는 하얀 엉덩이를 까고 오줌을 누었다

 

뽕잎색을 닮은  개구리가 오줌벼락을  맞고 풀적 뛰었다 깜짝 놀란듯 콩콩 뛰어  도망을 갔다.

 

"명주야, 뽕 마이 땄나?"

 

" 어 누가  날 불렀어?"

 

"짱이아지매다  너거 외숙모가 어서 가서 같이  따 오라캐서 이래 안 왔나"

 

"ㅋㅋㅋ 그러모 그렇제 외숙모가 짱이아지매 보낼줄 내 알았제 우리 외숙모는

 

 내 맘을 우찌그리  잘 알꼬?"

 

"짱이아지매야, 내 바구니에 다 따도  나는  따기 싫다

 

허연 비리도 날아와서 얼굴이랑 ,눈에 다 묻고 머리도 허옇게 할매머리 되고  다리도 찔리고 그랑께 고마

 

 저 감낭개 아래로 가서 오재미놀이나 하고  놀란다"

 

"명주야, 아지매옆에서 쪼금만 따거라 내 재미난 이야기 해줄게"

 

"진짜로 짱이아지매 이야기 참 잘하제 무슨 이바구 해줄끼고 퍼뜩 해 봐라"

 

"명주가 뽕잎을 잘따야제 이바구도 술술  풀려나오는기라 "

 

'알긋다 잘 딸게"

 

 

 

 

하고 뽕잎을 따니 짱이아지매가 이야기주머니를  열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긴데 뽕나무에 숨겨진 슬픈 사랑이야기란다

 

원래 뽕나무는 푸른 뽕나무가 아닌 흰뽕나무였대

 

바빌로니아라는 고장에서 최고의 미남이었던  피라모스와 바로 옆집에 사는 예쁜 티스베가 어느날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 그런데 양쪽집 부모들은 원수지간으로 두사람의   사랑을 반대했단다"

 

"그래서 우찌 되었노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티스베) 1909(옮김)

 

 

"둘의 집은 벽하나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하루는  벽에서 틈을 발견한거야  그리고 밤만되면 몰래 그 틈사이로

 

사랑을 속삭였지 그런 사실은 눈치챈 부모님은 둘을 갈라놓으려고 했지

 

그러자 둘은 약속을 했단다.  도망을 가서 결혼해서 살자고

 

그리고 어느 날 밤 근처의 흰뽕나무밭에서 만나서 도망을가자고 약속했지

 

드디어 약속한 그날이 왔고 티스베는 일찌감치 약속장소로 도망을 쳤어

 

그런데 가다가 멀리서 쫓아오는 사자를 본 거야

 

놀라서 근처의 동굴속으로  티스베는 숨어버렸지 그 때 쓰고 간 베일이 날아가버렸어

 

갈증이 난 사자는 물을 찾아 가다가 그베일을 덥석 물고 갈기갈기 찢어버렸지   티스베의 베일은

 

찢어져서 흩어졌고 잎에 피칠을 한 사자는  근처의 옹달샘에서 물을 먹고 또 달려갔어

 

 뒤늦게 뽕나무밭으로 달려 가던 피라모스가  사자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

 

입에 피칠을 한 사자가 티스베의 베일을 물고 가는 걸 보고 티스베가 사자한테 잡아먹혔다고 생각하고

 

자기 잘못으로 죽은 티스베 의 곁으로 가기 위해 흰뽕나무 옆에서 칼로 가슴을 찌르고  넘어졌지

 

간신히 티스베가 사자를 피해 흰뽕나무밭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피라모스는 눈을 감으려는 순간이었어"

 

"참 슬프다  그라모 피라모스가 죽는기가  어쩌노?"

 

"너무도 안타까운 순간이었어. 

 

  티스베는 얼른 사랑하는   피라모스를 안고 눈을 뜨게 하려고 하였지만

 

 피라모스는 티스베를 향해 행복하게 웃으며

 

눈을 감았어  그러자  티스베가 울부짖으며 그 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어

 

그리고 사랑하는 피라모스의 곁으로  가버렸어 이 장면을 본  신들도 슬프하면서 흰뽕나무를 푸른뽕나무로

 

바뀌게하고  오디도 빨알갛게 물들게 해 주었지 "

 

"참 슬픈 이바구네"

 

"이 신화로 영국의 소설가 세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작품을 만들었단다"

 

'너무 슬프다  뽕나무 가지에  그런 깊은 슬픔이 ..."

 

누에가  뽕나무의   이런 슬픈 이야기를  알까???"

 

어느새 해는  서산으로 꼴딱 넘어갔다

 

뽕나무 가지에 걸린 전설 ,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슬픔을 안고...

 

.....  계속....

 

 

 

 

 

엉엉 이 글은 2007년 3월14일에  섰던 글로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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