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비 내리는 통영

이바구아지매 2008. 7. 14. 14:32

2008년 7월13일 통영의 미륵산으로 출발하였다.

출발 인원 점검 먼저하고(광.숙)

인원이상없음.

 

먹거리 잔뜩 챙겨서 두 가방에 빵빵하게 넣고 기분좋게 ㅎㅎ

오늘은 우리차를 타고 가니 느긋하고 쾌적하고

꼭 연애하는 청춘남녀처럼 깔깔대며 가다가 그만 쏟아지는 비를 만났다.

거제도를 채 벗어나지도 못한 곳에서 억수같은 폭우를

...아 이 일을 어쩐다???...

 그래도 가야 해  끝까지 가 보는 거야

차는 빗길을 미끄러지면서 도착한 곳 거제대교...통영쪽 휴게소에

차를 대고 내려서  약해진 빗방울을 맞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거제대교는 현재 두개가 사용되고 있다. 오른쪽으로 구거제대교가

아직 사용되고 있다.내 생각엔 다리를  좀더 색다른 모습으로

변형시킨다면 관광명소가 될 멋진 풍경이 아닌가 싶다.

전망대가 건설중이다.

한참 공사중인   전망대가 완공되면 또 하나의 명물이  되겠다.

거제도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 전망대는 통영쪽에 있다.

 비 맞는 루즈베키아가 어찌나 투명하고 상큼한지

물기가 생기를  주어 막 코스모스밭을 빠져 나와 나를

따라가겠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용화사 절 근처다

미륵산을 오르려고 하는데 긋던 비가

다시 폭우로 변한다.

 이 빗속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차안에서 내다보고만 있다.

비가 내리는 날 차 안에는 남녀 둘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창문을 열려고 해도 비가 고스란히 다

튕겨 들어오겠고 혹 비가 멎으려나 하고 인내하면서 기다려보면서

책이라도 읽으려고 꺼내도 빗소리,어둠 이런것들로 독서가 될리만무하고...

 여름에는 갑자기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일기예보를 원망하다가 다시 체념하고 딩굴거리며

밖을 내다 보니.서울,대구에서

차를 전세내어 몇십명씩  미륵산에 오르려고 온 산악회원들이

비가 너무 오니 고민하다가 행선지를 바꾸는지

돌아간다.

나도,랑이도 돌아가야 하나? 고민이다.

 비록 미륵산은 못가더라도 통영을 쏙쏙드리 돌아보자

그래서 간 곳

비 맞고 있는 통영 해저터널, 터널입구에는 '용문달양 '

이라 적혀 있다.

 바닷속 길 해저터널을 처음 찾아 가는 사람들은 못내 실망할  것이다.

바다가 너울거리는 풍경을 보며 바다밑 해저를 걸어간다는 감동을

떠올리다가 밋밋한 콘크리트벽을 만나는 건 섭섭하고

실망스러울 정도다.

비 오는 휴일낮 터널 입구의 풍경

바둑 두는 노인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해저터널이야기를 여쭤보기라도 하였다면 여기서 꼬박 하루해를

넘길것 같아  포기하고 기록을 찾아 보기로 하였다.

1932년에 만들어진 통영 해저터널은 동양 최초라고 하며 일본인들이

섬나라인 자국의 곳곳에 해저터널을 건설하기 전  식민지 조선을

대상으로 기술적 가능성을 '실험' 해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이 곳을 다녀간 사람이 자기의 느낌을 그리 적어 두기도 하였다.

당연한 결과다.

 

 "그들은 신작로를 따라 해저터널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천정에 매달린 전등이 터널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벌레,한 마리 없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온통 콘크리트로 굳어진 곳 인실은 무너지듯

땅바닥에 주저 앉는다.

오가다는 선 채 인실을 내려다본다. 열병에 걸린 것처럼 인실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

지금쯤 터널 위로 배가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곳으로 생각이 넘어간다."

박경리선생의' 토지'에서 이렇게 묘사되어 지고 있다.

통영의 해저터널은 이렇게 작품속에서 세상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밋밋한 콩크리트벽만이 시작이고 끝이지만 토지에서 통영의

분위기로  잘 이끌어 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흐르고 특별한 풍경이 없어도 콘크리트벽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존재하는것 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고, 의미일 수 있다고

 비가 탁탁탁 소리를 내며 터널위로 떨어지는 낙수 소리를 들으며

지금의 풍경도 어찌 성급하게 잊을 수 있을까?

통영이 낳은 작가 박경리가 해저터널을 묘사하기 위해 이 곳에

몇번이나 와 보았을까? 선생이 살았던 '뚝지먼당'(서문고개}가

그리멀지 않으니

수도 없이 와 보았을지 모르겠다.

혹은 전혀 와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상상세계는 이미 실제보다 더 정확하다는 정평이 나 있으니...

하긴 소설이 설계도면처럼 정확할 필요야 없지만...

 

 

 해저터널 앞 통영앞바다에도 비가 가득 쏟아서 순식간에

뻘물이 되었다.

해저터널 앞에는  이렇게 부착되어 있는 설명의 글이 있다.

 앞에 보이는 2층집은 아마도 일제시대 건물인듯

통영에는 아직 일제시대 그 분위기를 떠 올리는 건물들이 곳곳에 있다.

 

통영에 비가 내린다.

오늘 미륵산에 오르려고 한 계획은 일단 보류하고

빗속이지만 난망산 공원으로 가려고 차를 달려 간다.

늘 하듯 나는 열심히 비와 함께 하는 세상풍경,비가 스며 드는

통영을 깡그리 담는다. 내가 지나간 곳은 내 손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그 욕심으로...

어쨋거나 비를 즐기는 나의 성격도 참 별나긴하다.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륵산 오르기  (0) 2008.07.15
통영 느끼기  (0) 2008.07.15
바다로 가자  (0) 2008.07.13
와현해수욕장, 풍경 따라잡기  (0) 2008.07.13
와현, 추억만들기  (0) 2008.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