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터널 앞 통영바다가 비를 가득 머금는다
비가 얼마나 오는지? 카메라가 습기를 머금어서 희뿌옇게
되어 폭우속에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을정도로...
시간은 오전이지만 꼭 오후 4시를 넘긴 시간 같다.
통영항은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지만
비를 마구 받아 먹는 지금의 모습은 또 어떻게 비칠지...
내가 찾은 통영은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비를 받아
먹는 모습이 아닌가?
꼭 타들어 가는 모든 것들이 비를 맞고 좋아하는것처럼...
모든 것은 뿌옇고 검다,
간혹 빗길을 달리는 차 뒤꽁무니의 빨간불빛이 있어
아주 먼 옛날의 도께비불빛을 닮았다고
억지주장도 해 보며.
미끄러지는 차의 뒷모습도 멜랑꼬리하고
비 맞는 전봇대들과 전깃줄이 일렬로 선 모습도
비가 내려 앉는 풍경도 수채화 한폭쯤에 해당하는 고즈녁한 분위기...
창문의 빗방울 ,작은 눈발같기도 하다.
서호항인가? 차창으로 내리는 비를 담았다.
사진으로 보면 비 오는 날의 분위기가 전하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곧장 이런 시가 생각났다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면...'
다시 차에서 내려서 찍어 보니 똑 같은 사진이지만
분위기는 이렇게 또 달라진다.이런 기억 오랫동안 기억 해 두어야지.
우산 받은 남녀의 뒷모습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딩굴딩굴 비요일의 느긋함을 즐기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남망산 공원 가는 길에
남망산 위에서 내려 다 본 풍경
남망산 공원위에는 통영문화예술회관이 있었고
연극 '한여름 밤의 꿈 ' 을 공연중이었다.
연극을 본 학생들이 우의을 입고 산을 내려 오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고
비가 너무도 많이 내려서 다시 거제로 가려고 차를 돌려 달렸고.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54분 SK휴게소에 들어서 커피 한잔
뽑아 마시고..
운무속에 바다랑 어깨동무한 듯한 마을이 붙박이처럼
꼼짝않고 염전히 그 자리에 서 있고
멀리로 보이는 작은 마을에 누가 살고 있는지?
비가 내리니 혹 저 집속의 사람들은 곤한 낮잠을 즐기는지?
그냥 궁금해진다.
함부로 포개진 나무들,오선지줄 같은 전깃줄.모두가 비로 인한
연출된 분위기...무지 좋다.
운무는 산에만 머물지 않고 산을 다 감싸고 들판으로 내려 와서
온 세상을 하얗게 포장해 버린다.
날씨는 내가 간절히 원하던 계획인 미륵산 오르기와
고 박경리선생의 고향인 '뚝지먼당' 찾아 가는 길에 쓸데없이 방해를 한다.
내가 그곳에 갈 사람의 자격이 못된다는 뜻인가?
오래전부터 꼭 가 보려고 마음 먹었던 곳
'김약국의 딸들'의 무대가 되었던 뚝지먼당(서문고개)를 찾아가려고
기대를 했였는데
남편은 말한다.
구태여 그곳에 뭣하러 가려하느냐고
박경리선생도 고향을 떠난 후에 다시 들리지 않았는데
(죽어서 미륵산에 묻히셨다)
뚝지먼당은 통영에서 가장 못 사는 동네라고 하지 않았나 그곳에 무슨 매력이
있어 오고 싶었겠나?라고 말하지만
난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뚝지먼당은 통영의 가장 고지대로 서울의 70년대 가난한 달동네 분위기라고
하였지만 가난한 동네에서 고집스런 집념으로 스스로를 골방에 가두고 끝없이 독서를 한
소녀 박경리를 떠 올려 보고 싶어서이다.
가서 느껴 보는 것 그 짜릿함이 줄 흥분을
각시가 좀 느껴보고 싶다는데...다 저 철없는 비때문에...
하지만 언제까지나 비를 미워하지는 못할것이다.
그냥 되돌아 가는 길은 미련이 남아 그런지 마음도
비를 닮아 축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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