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벌초

이바구아지매 2008. 9. 2. 09:05

.할아버지,할머니 산소를 벌초하였습니다

저희 집 산소 벌초는 몇년전부터  제가 따라갑니다

큰 일은 못하지만 꽁꽁 얼린 물과 약간의 음식을 가지고...

일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일하라고 능률을  올려 줄 겸 ㅎㅎ

따라가서  온갖 뉴스며 이야기 보따리 풀어줍니다

그리고 예초기로  풀을 베어 눕히면 낫으로 덜어 내 주는 일은 제 몫이 됩니다

땀 뻘뻘 흘리며 풀 베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정도의 일은 해야한다는 제 생각입니다

한번도 본 일 없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산소에 와서 오래전 자연으로 돌아간 그분들을 생각 해  봅니다

가만 생각 해 보니 산소에 벌초하러 오는 일도 수십년을 이어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갈 수 있는 날에는 가능하면 이렇게 따라 나섭니다

할아버지,할머니, 손주며느리도 와서

이발해 드리니 기분이 좋으신가요?

 

 

 

벌초를 하러 갑니다 

밭언덕에 울타리처럼 탱자가 가득 달린 채 가을 하늘을 올려 다 보고 있습니다 

푸르디푸른 호박이 살짝 숨어 열려 있습니다 

예초기를 메고 산소로 올라갑니다 남편이... 

 일년에 두어번 쓰는 예초기가 말썽을 부립니다

시동이 자꾸만 꺼집니다

기계란 건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작동이 잘 되지 않는군요

측백나무 숲을 지나가는데 키가 높이로만 자라는 측백나무 숲에는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합니다 

낮에도 햇살이 파고 들지 못해서 숲이 컴컴합니다

먼저 도착한 사촌 시동생이 먼저 예초기로 벌초를 열심히 합니다

시동생은 8월20일에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하노이 신부 칭티쮸엔의 사랑하는 남편이기도 하구요

ㅎㅎ 내년에 예슬이를 따라 하노이 외가에 예슬이 업고 따라가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며 웃습니다

참 철딱서니 없는 형수는 아무도 못말립니다.

남편의 예초기는 계속 말썽만 피웁니다 

밤송이가 산소 주변에 가득합니다

야생밤이라서 알이 굵지는 않지만 맛은 참 좋습니다 

남편은 꼭 방역소독을 나온 사람같습니다

연기를 풍풍 날리는 것이 꼭 방역 소독하는 것 같지 않나요? 

불이 난 것 같기도 하여 겁이 덜컥 납니다

불이 나면 어쩌나요? 얼린 물 1,5L 2병 밖에 없는데... 

억지로 또 메고 작동을 해 보지만 연기만 풍풍 나고 풀은 칼날에 전혀 베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산에 불이 났다고 꼭  쫓아  올것만 같습니다 

예슬이아빠는 차분하게 벌초를 잘도 합니다 

남편은 소리만 요란하지 일이 제대로 되지를 않습니다 

 산소 주변에는 작은 버드나무가 가득합니다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오래전에 장목반에서 사다가 가득 심으신 것이라는군요

 할 수 없이 예슬이아빠 예초기를 받아 메고 벌초를 합니다

나는 뭐했냐구요 베어놓은 풀들을 다  안아 들어냈어요

그것도 땀이 뻘뻘 납니다

산소 자리가 어찌나 넓은지 운동장 같습니다.

앗 ,영지버섯이다  

끓여서 물만 마셔도 무지 좋다는 영지버섯 발견

어머니께 갔다 드리고...

올 해 벌초를 끝냈습니다

7월에는 국립묘지 아버님 산소에도 다녀왔구요

이제 할아버지,할머니가  이발하신 것 좋아하실까요 ?

 

2008년 8월31일(일) 연초면 송정리 할아버지,할머니 산소를 벌초하고...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부의 하루  (0) 2008.09.02
싱싱하고 맛 있는 수박  (0) 2008.09.02
장승포에 밤이 내립니다  (0) 2008.08.29
추석이 가까워옵니다  (0) 2008.08.29
관계  (0) 200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