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어머니의 손 맛

이바구아지매 2008. 9. 20. 16:09

 

 

2년간 곰삭은 멸치액젓을 뜨고 있습니다

외포바다에서 잡은 팔팔뛰던 멸치를 소금에 절여서

황색종이로 단지를 잘 덮어 두었다가 오늘 개봉하였습니다

어머니가 뜨는 맑은 액젓이 어찌나 고소한 냄새를 풍기던지

집에 가면 김치를 담궈 볼려구요

김치를 담궐때는 요것맛이(우리동네에서는 젓국이라고 함)  김치맛을 좌우합니다 

신기하게도  파리한마리가 얼씬하지 않습니다

파리떼들이 축농증이 걸렸는지?

ㅎㅎ 어머니의 정성가득한 멸치액젓 뜨는 풍경 구경들 해 보시라구요.

 

 

 

 

 

 

이번에는 된장을 만들어서 담고 있습니다 

밭에 심은 대두를 타작하여 삶아서 메주를 만들어 잘 띄워서 간장에 오랫동안 담가놓았다가

건져 내어   조물조물  으깨면 맛 좋은 된장이 탄생합니다

 

 

작은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다져놓구요

항아리 옆의 한 되박이 조금 못 되게 담긴  알곡은 참깨입니다 

 

 

어머니랑 한 동네에 사시는 육촌 아지매입니다

오늘 점심은 삼겹살 구워서 상추쌈 싸서 점심을 드실거랍니다 

 

 

아지매는 음식솜씨가 아주 좋답니다

조물조물 하는 손 맛이 일품이라네요

김치를 넣어 동태찌개 맛 있게 끓이는 법, 비린내를 없애려면 요렇게 담권 된장을 살짝 풀어서

맛을 내면 비린내가 하나도 안난다며  맛깔나는 요리이야기까지 알려 주시고...

 

 

깨를 봉지에 담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일등품 참깨입니다

 달달  잘  볶아  양념하여 맛있게 먹으며 깨소금같이

 사이좋게 살라고  어머니가 당부하셨어요

참 ,깨를 맛 있게 볶는 방법으로는 볶기전에 맑은 물에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바로 후라이팬에

볶으면 훨씬 고소하다구요

엄마가 그러셔서 왜 그런지도 모르고 따라했는데 오늘에사 알았네요

훨씬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한거라고...

 

 

된장맛이 어떤지를 손가락으로  콕 찍어 맛을 봅니다 

"맛이 괜찮네 "

하고 어머니가 간도 잘 맞다고 하자

"형님의 깔끔한 손맛은 누가 따라가것소"

라고 아지매가 칭찬을 하네요

 

 

"봉지봉지 싸 가거라  너거 어무이 살아계시니 이렇게 야무지게 챙겨주지

어무이 돌아가시모 누가 이래 챙겨줄까

저건너 평자는 저그메 죽어 상여 나가는 날 꽃 상여 앞에서 그리 슬피울더라

엄마엄마 이제 가면 언제 오노 나 친정오모 봉지봉지 싸서 챙겨 주더마는

엄마 가고 나모 누가 나 챙겨주노 이러면서 우는 것이 얼마나 구슬피 울던지

어제같이 생각나네

니는 우짤끼고 ..."

"저는 기록으로 남겨 놓을라고예 사진으로 찍어 놓고 가끔씩 해 보기도 하구요"

 

 

멸치액젓을 뜨는 항아리속   촘촘하고 긴  대소쿠리 같은 것을 독 안에 넣어서

맑은 액체만 담기게 합니다

지꺼기는 소쿠리 밖에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이 대소쿠리는 전남 담양에  관광 갔을 때 사 오신 거라합니다

맑은 액젓을 떠 내는데 최고라는군요

전에는 면으로 된 아주 고운 천을 받쳐서 액젓을 받아내었는데

이제 그런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지  기막힌 작품이라고

칭찬을 얼마나 해대시는지...

 

 

액젓 뜨는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봅니다 

 

 

 

항아리속 잘 보이나요? 

 

 

가져 갈려고 병에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멸치액젓이 병속에 담겨서 저를 따라 우리 집으로 갑니다

참 간장도 한 병 떠다 담았습니다

미역국을 끓일때는 항상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어야 맛이 훨씬 좋습니다

소금으로 미역 국 간 맞추기 ㅎㅎ 참아주세요

그런데 왜 조선간장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어요

조선시대부터 간장이 만들어지 시작하였는지? 한 번 검색 해 볼까요???

 

 

 

이렇게 챙겨 주려고 바쁘게 일하시니 어머니의 주름살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늘 고맙고 미안합니다 어머니의 모습이  꼭 마사이족  같습니다

어머니는 우리가 사는 모습이 늘 물가에 내 놓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안 놓여서

죽지도 못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앞으로 30~40년은 더 사시라고 하였습니다

ㅎㅎ 이 한마디가 어머니를 흐뭇하게 해 드렸을까요?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

저를 향한 답글입니다

 

 

 

 

다시 항아리의 입구를 잘 봉합니다

누런 황색종이로 봉하는데 파리나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게 잘 막아야 합니다

잘못하여 빗물이라도 들어가면 꼬물꼬물 기는 하얀 벌레(구더기)가 생겨서 감당하기 어렵게 됩니다 

 

 

어머니가 신은 조선나이키 신발이 참 시원 해 보입니다

즐겨 신는 어머니의 하얀 고무신  

 

 

별것 아니지만 조금 만 눈 여겨 보면 우리 주위에 늘려 있는 생활속의 지혜가 가득합니다

오늘도 기분좋게 바리바리 싸고 봉지봉지 담아서 어머니의 정성까지 담아 왔습니다

마음 넉넉한 하루입니다^^*

(2008년9월 20일 어머니의 작은 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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