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옛날,옛날에...

이바구아지매 2008. 9. 21. 05:23

 

 

2008년9월 9일  길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해녀 옥자씨,

 우리집 셋째 귀염이가 교통사고로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 해 있었을 떼

바로 옆 병상에 입원 해 있었던  병실 동료입니다

바다를 닮아 맑고 투명한 마음씨의   해녀 옥자씨...

 

오늘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가나랑 둘이서 나누는 대화가 하도 정겨워서

살짝 옮겨 보았습니다.^^*

 

 

"아줌마, 어디 살아?"

"응  가나야, 아줌마는  호랑이가

나오고 맷돼지가 나오는   깊은 산속 외딴집에 살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는 , 귀신도 나와

도깨비랑, 뱀도  나와서 노는  정말  무서운 곳에  살아 "

" 옥자 아줌마, 그러니까 그기가 어디냐구?"

"조기야 아주 멀어 가나는 가르쳐 줘도 잘 몰라  아줌마는 도깨비랑 함께 산다"

"그럼 도께비 뿔을 달고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그런것도 해 보았어"

 

 

"그럼   "

"에이 거짓말 어디 봐봐 도깨비가 준 목걸이랑 반지도  보여 줘 봐"

"ㅎㅎ욕심 많은  귀신이 우리집 근처에 살고 있는데 아줌마가

시내에 나온 사이에   살짝 훔쳐  가 버렸어 지금은 없어.

그리고 나는 그딴 것 다 필요없어   어디다 쓸거야

가게도 없고 아이스크림도 안 파는 곳인데  그곳에서라면 돈도 필요없어 ㅎㅎ"

 

 

 "아줌마가 사는 곳은 깊고 깊은  산속  호랑이가 사는 곳이야?"

"맞아  아줌마는 저기  해금강으로 가서 다시 배를 타고 통통통 

소리를 내며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한참동안 간다

그리고  배에서 내리면 다시   산길을 걸어서 또

한시간이나 간다.

그럼 캄캄한 밤이야   숲속에서 컹컹캥캥거리며 여우가 울고

귀신이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희리릭 하고 내 앞을 날아 간다"

"진짜, 가나도 가 보고 싶어" 호랑이도 나오고 귀신도 나오는  무서운 그곳에 말이야 "

"에이 안 돼 가나가 그 모습 보면 기절한다 병원에 실려 간다구 저번에 아줌마 친구가

놀러왔다가 무서워서 기절했는 걸, 그래서 병원에 실려갔는데  

 아줌마가 더 혼났어 그런 무서운 곳에

데려가면 간이 콩알만한  사람은 죽는다고"

"그럼 아줌마는  간이  많이 커?

얼마나 큰지 보여 줘"

"간 그거 집에 두고 왔는데...

 장농속에 꼭꼭 숨겨 두고 왔어 간은  갖고 다니는 거  아냐

잃어버리면 죽어 아무한테 보여 주는 거 아냐  절대루 보여 주면 안 돼

가나도 아무한테 보여 주지 마 알았지 해님과 ,달님이 보여 달래도

 보여주면 안 되는거야"

 

 

"나 옥자 아줌마네 집에 꼭 가 보고 싶다 .

 그곳에 가면   해님이랑 달님도  놀러 와"?

"그럼  바람도 놀러 오는 걸 

 진짜루 멋진 곳이야 그런데 사람은 딱 두사람만 산다.

아줌마랑 할머니만 살아 전깃불도 없어

TV,컴퓨터도 없고 산에서 나무해 와서 불 때서 밥 해 먹고

밤에는 바다에 물질하러 가지  저쪽  망치, 양하 앞바다로 말이야 아줌마는 해녀잖아 

그래서 가나가 가면 혼자 있어야 하는데 무섭고 심심해서 안 돼

천정에는 뱀이  기어 올라가 있고 기둥에도 뱅뱅 또아리 틀고 있어

내 포켓속에도 뱀이 막 들어 가"

 

 

 

 "포켓속에도 뱀이? 정말 그럼 보여 줘"

"그래 보여 줄게  호리호리~후익~ 뱀 나와라  얍"

 

 

"ㅋㅋㅋ 주문이 잘못 걸렸네  도깨비 방망이가 실수했구나  봉숭아 꽃물로 잘못

알아들은 ...

에이 바보 도깨비야 너 오늘 집에 가면  나한테 혼나는 줄 알어"

"도깨비가 봉숭아꽃물도 들일 줄 알어"

"응 그런데 오늘은 도깨비가 순엉터리네 

 시내에 나오니 도깨비가  기운을 통 못차리네  

도깨비는 시내에 나오면 맥을 못 춘다. 

 이렇게 차가 많이 다니고 사람들이 바삐 뛰어 가면

도깨비는 어지럼증이 일어  꼼짝을 못 해"

 

 

"ㅋㅋ 아줌마 포켓속에도 뱀이 있다고 하하 웃긴다"

"진짜야 담에 오면 포켓에 뱀 담아 올게 우리동네 우포에 가면 할 수 있어 "

 

 

" 우리동네는 아이스크림 같은건  없어  우아   진짜 맛있다"

 

 

 "진짜 도깨비가 있을까?"

 

 

"귀신도 있을까?" 

 

 

 

"옥자 아줌마가 사는 곳은 옛날 옛날에~ 

라고 시작하는 이야기 책 속 같잖아 

꼭 한 번 가그 곳에  보고 싶어지네  " 

 

(2008년9월9일 고현에서  해녀 옥자씨가 가나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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