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시누랑 올케랑

이바구아지매 2008. 10. 8. 06:17

 

연일정씨 포은공파 ...  고려의 충신이셨던  포은 정몽주를 조상의 어른으로 흠모하며

후손들이 여기에 모여서 그 분의 얼을 기리고 여러 조상들의 혼을 기리는 곳

(재실입니다)

어머니집의 바로 옆에 있습니다.

 

 

"세이(언니)야, 나 왔다"

수연이 고모님이 마늘 심는 일을  도와주러 왔습니다

울 어무이는 급하게 일손이 필요하면 근처 옥포에 사는 수연이 고모님을 잽싸게 호출하십니다

수연이 고모님은 반찬도 정말 맛깔스레 잘 하시고   바느질 솜씨도, '짱'입니다

 

 

말연이랑 수연이는 시누올케 사이입니다

하지만 사이가 참 좋은 친형제 같은 사촌간

참 용하십니다 울 어무이는 사촌 시누이까지도 불러서 일을 시킬정도니

그 능력이 대단합니다

"아니 내가 시눈데 올케가  일을 시킨다고?매운  시누이맛을 좀 보여줄까?"

분명 옛날엔 이랬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고모님은 그런 못된 성깔머리를 가진 시누이가 아닙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아서 늘 일을 도와주려고 전화받으면 잽싸게 달려  옵니다.

 

"세이야, 어데 심으꼬"

말씨도 참 곱습니다

"새아가(아직도 내가 새아가?) 참 바뿌제 니가 고생한다 아는 많고 그래도  참  야무지고 ..."

수연이 고모님 또 제게 칭찬을 자자하게 합니다

우리 수연이 고모님은 작년에도 이렇게 너른 마늘밭을 일주일동안 나랑 같이 마늘심기 놀이를 하였습니다

올 해 또 호출당하고도 좋아서 너울너울 춤 추며 밭고랑으로 오셨습니다

 

다행하게도 올 해는 어무이가 아프지 않으셔서 마늘심기 대장으로 손끝 야무진

어무이가 마늘을 구멍에 쏘옥 심기만 하면

되도록 대부분의 일을 다 끝내 놓으셨습니다 

일을 잘못하는 며느리는 디카스케치를  하고

고모님은 비닐구멍속에 마늘만 심으면 되고...

올 해는 일 잘하는 농학박사님이 밭일을 대부분 다 하시니 그냥 일하는 시늉만 해도 됩니다

 

 

시누와 올케는  전생에 친한 친구였는지?

전셍에 친자매였는지

너무도 마음이 잘 맞습니다

 

 

시누값도 않고 올케가 심으라고 한 마늘을 잘도 심습니다

 

 

"좀 자연스럽게 찍어도라  아이구 지저분한 모습이 나오면 안될낀데

구라분 좀 볼라보까?"

어무이는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설레이는가 봅니다

"요 마늘통도 잘 나오거로 해 도라 "

어무이가 소리칩니다

"하하 새이야, 그 마늘담긴 통이 지금 흙으로 화장 안 했나 예쁘게 나올끼다 걱정하지마라"

 

 

"아가, 고모 빨간 장갑 이뿌나?

손모델이라쿠더나 하면 좋겠나? 아이다 장갑 모델하모 우떻것노?"

 

 

"아따 심들다 요럴때는 모찌기 노래가 최고제

조지자조지자 시어매도 조지고 시아베도 조지고..."

"ㅎㅎ 이제 어무이가 시어멘데예 누가 어무이로 조집니까? 대장님인데 ㅎㅎ"

 

 

"나도 이 효리처럼 해 볼까? 아이다 나는 전지현이가 더 좋다

참 김 태희도 이뿌다"

고모님은 신식이다 하긴

"정애야, 우리 어디서 만날래?"

아직도 친구 이름 부르며 하하호호 하는 무늬만 어른입니다

 

이렇게 즐거운 마늘심기 놀이도 이제 끝났습니다

부지런한 울 어무이가 고모님을 불러서 마늘심기를 하는 모습이 정겨워서 콕콕 찍어 두었습니다

내년 이 맘 때도 별일없으면 또  시누올케는 마늘심기 놀이를 할 것입니다

두 사람이 일하는 모습은 보기도 참 좋습니다.

 

지나간이야기 (2008년9월23일 송정 밭에서)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이 오는 소리  (0) 2008.10.08
연극 "거제도"  (0) 2008.10.08
집으로 ...  (0) 2008.10.06
고등어가 풍년이네  (0) 2008.10.06
동화속 가을 이야기  (0) 2008.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