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깍두기 담그는 날

이바구아지매 2008. 10. 15. 17:07

오랫만에 깍두기를 담기로 했다

해마다 요맘때쯤에는 알타리김치를 담그면 정말 맛있어서 어머니께 혹시 밭에 알타리가 만발하였느냐고 물으니 올해는 심지도 않았다고 하신다

어찌나 섭섭하던지 ...

"알타리로 김치 담그면 얼마나 맛있는데..."

하고 섭섭해 하자  어머니가 고민하셨나 보다

 

아침일찍 어머니댁에 갔다

 

 너른 마당가 축담의   다라이 속에는  내가 그토록 찾던 알타리무가 가득 절여져 있었다

어머니는 집에 안 계시고...

"참 어무이도... 알타리무 없으면 그냥 무로 깍두기 김치 담그면 되는데 ..."

기분이 좋기도하고 약간 미안하기도 하고...

 

밭에서 한참동안 일을 하다가  내가 왔을거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오신 어머니께

"알타리 무 없으면 그냥 깍두기 김치 담궈도 되는데  혹시 샀어예?"

하고 놀라자

"어데 알타리무는 아이고 무를 가지고 알타리 무 맹키로 그래 안 잘랐나

꼭 알타리무 같제!!!"

 

어머니의 정성이 놀랍다

깍두기 김치는 담궈서 당장에 먹으면 별맛을 모른다 담근 후 여러 날이 지나면 맛이 들어서. 다른 찬이 없어도 밥한그릇 뚝딱하는 밥 도둑으로 변신 ...

며칠후면 손님도 오실테고 , 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하려고 ...

그 첫번째로 오늘 하는 일이 깍두기를 담는 것

새벽잠이 없는 어머니는 일찍부터 밭에서 무를 캐오셨다

가물어서 조금 쓸거라고 하시며 물에 담궈 놓았다가 건져서  깨끗하게 씻어서  소금물에  푹 절여 놓으시고... 그 동안 찹쌀풀을 끓이시고. 이때부터 근처에 사는 팔방미인 박정언냐가 적극 팔을 걷어 부치고 도와 주셨다

양파를 갈고, 마늘도 찧고 붉은 고추도 총총히 잘라서 씨를 빼고  믹서기에 갈고...

멸치젓국을 적당히 넣고 그야말로 무공해로 ..정성을 쏟아쏟아서 깍두기를 담았다

 

하늘도 맑고 고운 날, 구름이 소풍 가는 날  어머니랑 정애언냐랑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깍두기를 담궜다

오늘, 내일 지나면 냉장고속으로 들어갈테고...숨 쉬는 항아리속에서 8일밤을 자고나면

꺼내서 먹을것이다  ...깍두기야, 제발 맛있어져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깍두기가 되거라...혹 니가 맛있으면 날 찾아 온 손님들이 널 칭찬할거다 .

 

 

 

 

 

 

 

 

 

 

 

 

 

 

 

 

 

 

 

 

앗싸 !!!

노래없는 세상 생각하기도 싫어라 ㅎㅎ

헤헤헤 제가 노래는 좀 하거든요

안녕하세요 저는 정애아입니꺼 우하하하~~

그런데 막상 소지맘이 노랠  불러보라카니 가슴이 두근두근  그캄서

노래가 잘 안되는기라예

그래도 예쁘게 봐주이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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