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수능대박 나세요.

이바구아지매 2008. 11. 1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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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1월13일 , 봄날처럼 따뜻한 날씨속에 '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루어진다

보온도시락과 무릎싸게,방석,물까지 한짐가득 챙겨서 자신이 다닌 해성고등학교로 출발한 딸

부지런히 따라가서 학교 앞 분위기를 디카로 스케치 하려고 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녀석과 막내가 있어

그러질 못하고 집에서 초조하게 왔다갔다 안절부절 못한다.

 

 

 

 손녀딸 시험친다고 바쁜 걸음으로 달려오신 어머니께 막내를 부탁하고 학교앞으로 갔다  학교앞은 평상시보다 더 조용하고 각종 플랜카드만 깃발처럼 나부끼니 그 고요함이란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마음이 되어 보고...

 

 '고3용사 화이팅', '수능대박 나세요'...등 후배들의 격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학교를 나와 그냥 길을 걸었다 시험이란  무엇인가?  고민해 보면서...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가로수 길을  무턱대고  터벅터벅 걸었다

 

 걷다가   어느 담장에 기어올라가던 담쟁이 넝쿨을 보니 평소와는 달리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단단한 콘크리트벽에 첫 뿌리를  내려 매달리려고  얼마나 처절한   몸부림을 쳤을지???

 

 

 집에 돌아와서도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아 전화로 같은 수능생 엄마인 미정씨를 불러서 함께 등대로 갔다

 

 등대근처 바다에 해녀가 둥둥 떠 올라서  아는 척 해 주며 웃으며 손 흔들어 주었는데  혹시 해녀 옥자씨가

아니었는지...

 미정씨,  바닷바람을 쐬더니 초조하던 기분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 들어서 이쁘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포즈를 주문했더니...꼭 소녀같다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입질하지 않는  낚싯대를 보며 인내하는 강태공들의 가을 낚시를 구경도 하고...

 소지맘이  바다를 향해 소리친다

"딸, 시험그것 별것아니야   엄마가 바다용왕신께  부탁드렸어  다  잘 될거야  홧~ 팅 "

 

 ㅎㅎ 강씨아저씨들이 잡아 준 성게가 펄펄 살아서 움직인다.

 

  분위기 좋은 집 '정연하우스' 에 갔더니...

애광학교(장애자)의 학생들이 직접 구운 쿠키와 카스테라를  파는데 맛이 괜찮다

 작은 꽃을  피운  식물들이 가득하고 벽에 걸린 크로키형식의  그림들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무지 잘 어울린다 정연하우스의 대표격인 성빈차는   대추향이 알싸하여 좋았고  애광원 학생들이

정성스레 구운 천사,  하트,잎새모양의  쿠키를 먹으면서  예쁜 천사모양의 쿠키를  사진속에 담기도 하고 ...

가방속의   폰이 울려서 받아 보니  항상 명랑한 깔깔거림의 주인공  '폴로라'님의  고운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옆에는 코스모스님도 계시고...어 저기 아폴론님이 오시고  하하하 ... "

플로라님의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금방 좋아져서 산에서 맑은 나무향을 맡는 기분이다

팔공산으로 초대를 하겠다고...그러겠다고 약속을 하고, 선물로 직접 짠 모자를 보내셨다나!!!...

ㅎㅎ 대박감동이다

미정씨가 부러워서

"언니는 넘 좋겠다 "

라며  진심으로 함께 좋아 해 준다

 

 

 

 

 

 어둠이 내린다

아침부터 저녁6시 05분까지  수능에 지친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빨간 불빛이  어둠을 밝히고

오돌돌 떨면서 기다리던  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서로가 수고했다는 인사를 수없이 건네고...

시험이 끝나고 교실을 빠져 운동장으로 어둠과 함께 몰려나오는 수험생들의 찡그린 모습을 보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뉴스로 변별력 때문에  어렵게 출제된 시험이라는 소식을 접하였지만 ...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힘들었다고 투덜대며  쏟아져 나온는 수험생속에 소담이도 터벅터벅 걸어나온다

"소담아,소담아, 수고했다 정말 "

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엄마를 보고 놀라서 큰 눈이 더 동그래져  토끼같던 딸을 만났다

이번 수학능력시험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었다는 수험생들의 공통된 생각으로

다시한번 발표일까지 마음 조리며 기다려야 할것 같다.

외국어영역과 수리영역이 많이 어렵게 출제되었다는건 과학고와 외국어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속좁음인가???

 

어쨋거나 그 동안  공부한다고 애쓴 아이들, 푹 자고 휴식 취하면 좋겠다

딸, 정말 수고했다  네가 어려웠으면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야 ...난 그렇게 생각 해

내일은 깨우지 않을테니 푹 자거라,에고 나도 한일없이 이곳저곳이 짓누르는 기분이 드네

마음을 놓아서 그런가?

 몸이 찌뿌둥해져온다. 몸살이 날랑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꿈나라여행이라고...2박3일로

딸과 함께 떠나는 꿈나라여행 ... 그래  좋았어 

지금당장  출발해야지 ... 꿈속에서 온세상을 다 돌아댕기다 와야지 로마도 가고, 스위스도 가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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