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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언덕길에 피어 난 개나리가 보입니다 한 동안 날씨가 포근하더니...
노오란 꽃잎이 하나,둘,셋 덩달아서 햇살을 따라 방긋 웃으며 나옵니다 마치 어느 봄날같습니다.
날마다 걷는 길을 오늘도 무심코 걷습니다 그리고 등산로 입구에 금방 도착했지요
아니 그런데 매미할아버지가 흙을 파고 땅을 고르고 계십니다 왜 그러실까요???
할아버지의 연세에 힘든 산길을 내시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데 도대체 왜???
"할아버지. 뭐하세요? 왜 이렇게 힘든일을 하세요?"
" 허허 별것아니예요 이 등산로 입구가 너무 가팔라서 혹시 누군가가 다치면 어쩌누 그래서 연장 몇개 가져와서
요렇게 비스듬히 길을 다시 내면 위험하지 않을거 같아서..."
" 와우,할아버지, 넘 멋져요... 할아버지, 혹시 페스탈로치를 아세요"
"ㅎㅎㅎ 그런 건 잘 몰라..."
"할아버지는 꼭 그분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넘어져서 다칠까봐 깨진 유리를 주워주던 분
할아버지, 감동이예요 누구도 생각 못했던 힘든 일을 하고 계세요
할아버지 훌륭해요 "
"별거 아니예요 누구도 다쳐서는 안돼요 절대로 단지 그거이지 뭐 즐겁게 산 오르내리라꼬..."
할아버지 ,마음의 눈은 정말 밝다 누구도 보아내지 못한 아름답고 밝은 눈으로 길을 만들어 내십니다
이른 아침부터 공사를 혼자힘으로 하셨다고 ... 매미할아버지는 자꾸만 제게 감동을 주십니다.
"할아버지, 오늘은 꼭 멋진 사진 한장 찍어드릴게요 이런 멋진 일을 하는 할아버지가 누구신지
다들 궁금해 할거라구요 그러니 모델이 되어주셔야..."
"아니예요 뭐 이런 걸 가지고... 그럼 나 쑥쓰러워서 안 돼 "
하며 사양을 하다 억지로 찍힌 사진 속 포즈...할아버지의 멋진 인물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습니다
왜 할아버지는 사진을 안 찍으려고 하시는지??? 분명히 사연이 있으실것 같습니다.
아무에게도 얼굴이 알려지고 싶지 않는 진짜 이유가 무얼까???
매미할아버지는 늘 산에서 목마른 사람들에게 마실음료수며 배가 고픈 사람들에게 고구마를 삶아주시고
고민을 가득 담은 얼굴인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음악을 들려주시고 , 춤도 추어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십니다
그런데 오늘 산길을 내는 건 정말 힘드셨을텐데 ...아마도 새벽부터 나오셔서 길을 닦으신것 아닌가 그런
짐작이 갑니다.
할아버지는 매달 30십만원의 돈으로 생활하시는 기초생활 대상자 이십니다
산에 올라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돈으로 생활을 어떻게 해 가며 산에 오는 사람들에게 일일히
커피며 마실것 그리고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단 말인지???
그런 할아버지가 너무 신기합니다.
산에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에 할아버지를 찾아가니 계시지 않습니다
길내고 너무 힘들어 집에 가셔서 드러누우셨나 봅니다.
할아버지 댁은 어디인지도 모릅니다
혹시 할아버지네는 춥지 않으실지?
날마다 남을 위해 베풀고는 기분좋아 하시는 할아버지...
내일 혹시 할아버지를 만나면 댁을 꼭 알아두어야겠습니다 혼자사는 할아버지네
혹시 김치는 있는지? 쌀은 있는지?
자신의 것은 챙겨 두시지 않는 할아버지가 분명해 보이는데...
마음이 무지 따뜻한 사람 ...할아버지 올 겨울 건강하고 아프지 마세요
늘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미소처럼 올 겨울이 조금 더 포근했으면 좋겠습니다
매미할아버지댁에도 올 겨울에 빠알간 동백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놀러 갔으면 좋겠습니다
매미할아버지댁은 어디일까요?
혹시 정겨운 대나무 대문일까요???
플라타나스 잎새가 하늘을 팔랑거리고 있는 집일까요?
할아버지네 뜨락에 고운 꽃이 빠알갛게 피어나고, 햇살이 가득 퍼져 노는 그런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할아버지를 만나면 꼭 할아버지댁을 알아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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