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I를 아시나요. 모르신다구요?
그럼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rince Edward Island)는요?
두번째 힌트. PEI는 캐나다에서 가장 작은 주(州)랍니다.
세인트로렌스강이 긴긴 여정을 끝내고 대서양을 만나기 직전
잠시 쉬어가기 위해 거대한 bay를 만듭니다.
그 세인트로렌스만(灣)에 백합바구니처럼 떠있는 섬이 pei랍니다.
< 지도를 보시면 정말 pei가 백합바구니처럼 생겼답니다. 그래서 이 섬에 가장 먼저 살기시작한
미크마크 원주민은 '파도 위에 떠있는 백합바구니'라는 뜻으로 '아베크위트'라고 불렀지요.>
마지막 힌트. 설마 ‘빨강머리 앤’을 모르시진 않겠지요?
‘빨강머리 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냐구요. 그렇습니다.
캐나다가 낳은 세계적 작가 루시 머드 몽코메리의 고향이 바로 PEI주랍니다.
‘빨강머리 앤’은 바로 pei를 무대로 쓴 성장 소설입니다.
빨강머리 앤’은 1908년 세상 빛을 봤습니다.
올해가 ‘빨강머리 앤’ 탄생 100주년이 됩니다.
이미 세계에 3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팔리고 있답니다.
‘빨강머리 앤’의 원제는 Anne of Green Gables.
직역하면 ‘녹색 박공지붕집의 앤’이 되겠지요.
박공지붕은 건축 용어지요. 지붕을 높게 만드는 겁니다.
당연 다락방이 만들어지지요.
하지만 일본에서 처음 이 소설을 번역할 때 주인공 앤의 특징을 강조해
‘빨강머리 앤’으로 했고, 우리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pei를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 섬의 토양은 붉은 색입니다.
상공에서 보면 붉은 빛이 더 선명합니다. 그러고 보니 앤의 머리카락 색깔과
매우 흡사하군요. ‘빨강머리 앤’의 소설 내용을 여기서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겠지요.
여전히 세계의 수많은 청춘남녀에게 ‘빨강머리 앤’은 로망입니다.
앤과 길버트의 사랑!
사춘기 때 앤의 사랑에 가슴 떨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일본 연인들이 그 먼 곳까지 달려가서
사랑을 맹세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주도인 샬럿타운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애번리 마을은 현재의 캐번디쉬 (Cavendish)구요.
샬럿타운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린 답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전원마을이지요.
끝없이 펼쳐진 감자 밭과 고즈넉한
농가 사이로 드문드문 예쁜 집들이 살포시 앉아 있는 그림!
만화영화 ‘빨강머리 앤’을 보고 자란 사람이나 소설 ‘빨강머리 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는 상상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앤의 집 Green Gables.
Green Gables는 놀랍도록 소설 속 묘사와 똑같습니다.
햇빛 한줌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유령의 숲, 자작나무가 이어지는 연인의 길, ?.
소설 속의 앤이 살았던 집으로 그려진 '그린 게이블'
빨강머리 앤이 살았던 녹색지붕의 집은 몽고메리의 친척이 살았던 집입니다.
마구간과 앞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면 매튜의 방과 거실, 부엌 등이 나오고,
2층에는 마릴라의 방과 앤의 방, 거실 등이 있습니다. 그린 게이블스는
앤을 실존 인물로 느껴지게 합니다.
이런 감동 때문에 저는 2004년에 펴낸
책 '풍요와 기회의 나라 캐나다 기행'(예담)에서
'빨강머리 앤'과 pei 이야기를 한 장(38쪽)에 걸쳐 다루었답니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아주 섬세한 감정의 떨림을
자세하게 묘사하려 애썼죠.
몽고메리가 말년에 산 곳은 온타리오주 토론토.
토론토 정부는 100주년을 기념해 그녀가 살던 집을 사적지로 선포했습니다.
매년 세계에서 백만 명 이상이 앤을 만나러 그 먼 pei까지 갑니다.
그들 대부분 pei주 총리를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캐나다전문가를 자처하는 저도 모르고 있으니까요.
세속에선 정치 권력이 힘을 발휘하는 것 같지만
실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스쳐지나가는 바람과 같지요.
문학과 예술만이 영원합니다.
pei는 앤이고, 앤이 pei입니다.
L.M. 몽고메리가 창조한 픽션의 인물이 pei를 대표하고
세상에 pei를 알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상상력의 힘이고 문학의 힘이지요.
스토리만이 영원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빨강머리 앤' 100주년에
새삼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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