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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무가 생각나는군요 그래서 나무를 찾아 길을 나섭니다
나무...부르기만해도 기분좋아지고 ,기대고 싶지 않나요?
며칠전부터 봐 둔 멋진 나무가 있어 만나보려고 집을 떠났지요
역시 바다가 함께 하는 풍경입니다.
등대도 함께합니다
다닥다닥 바닷가의 작은 집들은 마치 엄마품에 서로 안기려는 모습입니다 .
드디어 그곳입니다
여름내도록 푸른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가을에는 단풍물 들여주었고 무엇보다
아주 쪼그만 작은 열매를 풍성하게 달고
환호하게 만들어 준 ...주인공 팽나무입니다
숲속 황톳길을 걸어서 양지암쪽으로 가다보면 조각공원이 나오고 조금 더
걷다보면 캐나다의 땅끝마을과 닮은 곳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가 나옵니다
잔디밭이 고왔고 정자의 그늘이 상큼했던 지난여름...길을 따라 쭉 걸으면
금방 바다를 향해 두팔 벌리고 서 있는 소지맘이 즐겨 타는 그네가 나오고
그 옆으로 요렇게 아직도 푸른 잎을 무성하게 단 몇백살쯤은 거뜬하게 먹었을
팽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지요
푸른 잎이 아직은 한동안 더 푸르를것 같습니다
잎새사이로 작은 열매들이 구슬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지요
팽나무열매입니다 하나 톡 따서 씹어보니 새콤달콤한것이 옛날에 먹어보던 그맛
그대로입니다 우리동네에서는 포구나무, 포구열매라고 불렀는데
아주 작은 열매가 팽나무에 가득합니다
바람이 불어서 혹은 계절의 자리를 물려준다고 그랬는지 작은 열매들이 가지째
꺾여서 나딩굽니다 떨어진 잎새들이 낙엽이 되어 우루루 몰려 다니는 풀섶에
딩구는 열매가 어찌나 고운지 주워서 만져보고 깨물어 보고... 손에 가득 쥐고
눈 감고 하늘을 바라다 보기도 하였습니다
유년의 뜰 ...
팽나무가 부쳐주는 시원한 바람을 받으며 깔깔대는 아이들이 팽나무아래서 공기놀이를
하다가 철 모르고 떨어진 설익은 팽나무열매를 줍기 시작합니다
익지않은 노란 열매를 톡톡 깨물어서 입안이 텁텁해지기도 하고
새총의 총알로도 쓰려고 가득 주워 호주머니속에 옹골거리게 넣는 아이들이
눈 앞에 섭니다 ㅎㅎ 작은 아이들속에 어린 소지맘도 팽나무 주위를 맴돌고 있네요
...아 그리워라 ...꼬마 소지맘을 팽나무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겠지요...?
떨어진 팽나무 열매
풀숲은 온통 팽나무 열매로 물이 들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얼굴을 내밀듯 ...송송송 열매들이 웃고 있습니다
소지맘의 어린시절 그 추억의 절반은 이 팽나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풍경은 여름이면 무지 시원한데 겨울이 되니 알싸한 추위가 되어 휘감습니다
팽나무열매 ...아기자기하고 이쁘기만...
수백년전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 있었는지? 이 곳에???
저절로 열매 굴러 떨어져 싹이 나고 잎이 돋았는지?
팽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바다가 보이고...
지난 여름의 땡땡거리던 햇살이 그립고...
서산으로 지던 해가 팽나무에게 마지막 햇살 한 줌을 건넵니다
아직은 겨울이고 싶지 않은 팽나무 ...푸르게푸르게
팽나무 아래로 가면 유년의 뜨락같은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할배,할매,아저씨,아지매.언니,오빠들,그리고 꼬맹이들이 어울려서
팽나무 정자아래서 여름을 엮었습니다 함께 딩굴었던 팽나무할아버지의
넓었던 품이 다시 그립습니다
폭 감싸안아 주는 팽나무의 너른 품을 기억하며
사람들은 뚜벅뚜벅 걸어가지요
숲은 기억합니다
아름다웠노라고... 행복하였노라고...찾아주어서 ...
겨울이 오고...
이제 낙엽이 되어 어디론가 우루루 몰려가겠지요 ...
찬란했던 지난 여름을 조근조근 햇살에 말리며 다시 봄을 약속하는
긴 인내를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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