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진

소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9. 2. 3. 07:45

.2009년 1월26일 , ㅎㅎ 난 아직도 대금산 자락을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정말 느림보다 하지만  느려터지게 걷다가 뜻밖의 수확의 횡재를 하였다.

 

소를 만났으니 ... 기축년 ...올해가 소의 해가 아닌가?

 

비단으로 두른 (뜻이 그렇다는...) 대금산에 올라가질 않았나 게다가 올해의 상징인 순박하고 우직한

 큰 눈의 소유자인 소들을 단체로 만났으니 ,  아마도 올 한해  대복이  대박으로 터지려나 ???

여전히 나는 외포리 상포길에서 게으런 걸음을 걷고 있다 

 성큼성큼  큰걸음으로 마을을 떠나가질 못하고 작은 마을에서 금빛 이야기를 캐내는 중

혹시 전생에 난 "세헤라자테"(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 잘 하는 여인)였을까?

그렇다면  나도' 천일야화'하나 만들어볼까?

그냥 해 본 말이고 ...

오늘은 소를 만났으니 옛이야기 나누며  좀 놀다가야지...

 

 

우아 소가 많기도 하다 어미 소, 중간 소, 새끼 소 ...

...  기축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움머~~움머~~움머'~~하고 떼지어 소지맘을 보려고 몰려드는 송씨네 일가

 '음매 음매'하고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송아지도  맨뒤에서 네발로 상큼하게 걸어나온다

내가 핑크빛 점프를 입어서 그런가?

소는 빨간색을 보면 흥분하여 달려드는데

"얘들아, 여긴 스페인이 아니야 투우장은 더더욱 아니고... 

진정들 하라구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소지맘이  세배하러 왔거든 ... 그리고 이왕이면 사진 모델도 한번 해 주면 좋겠고..."

"ㅎㅎ 그러세요  반가워요 어서오세요 ...???"

이러는 소는?

순간  번개같이  우리집 기생소가  눈앞에 선다.

 

 

 

 

'푸드득, 푸르륵 까까까 '  꿩들이 갑자기  축사에서  날아가네 수십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장관이 펼쳐지고...

가만보니 꿩들이 축사에서 먹이를 쪼아먹고 소랑같이 놀고 있다가(그럼 그들은 공생관계?)...아~참 순식간에 그 많은 꿩들에 놀라서

사진찍는  순발력을 발휘 못했다 순간포착에 실패... 정말 아쉽다... 장끼(꿩의 숫놈)랑 까투리(꿩의 암놈)가 날아오르는 모습들이 장관이었는데...

 

 

소들이 무지 심심하게 보인다

 들판으로 나가서 풀을 뜯고 산에도 가고 싶은데 ... 묶여있어서 안타깝다

초식동물인 소들은 방목하여 키워야 육질이  좋아 맛있는 쇠고기! 아니 '읍' 입을 막아야지..소가 들으면 무지 슬플테니까 ...

 

 

미안미안 그런소리 안할게 

소들이 단체로 항의를 한다

'기축년이라면서 말로만 그러지 결국은 고기로 ~~ 아 너무들해요 '

라며 달려드는것 같다.

 

 

소는 눈이 정말 크다 속눈섭도 아주 길고  우리는 소처럼 큰눈을 갖고 싶어한다 소의 속눈섭도 닮고 싶어하고

소의 심성까지도 ...큰 눈을 끔뻑끔뻑이니 정말 순박하고 정직해 보인다.

 

 

3586번 소가 유별나게 가까이로 다가온다 할말이 있는 듯

"나 소지맘 알아요  절 잘 보세요 저의 할머니소가 기생소였어요 생각나요?"

"그래~~ 맞아 너 우리집에 살았던  기생소랑 많이 닮았구나 우리아버지가 직장 그만두고 하청우시장에가서

몸매가 날씬하고 인물이 고운 소를 사오셨지 그 때  동네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

 일못하는 샌님이 꼭 자기같이 예쁜  기생소를 사왔으니 어디 논일이나 제대로 하겠느냐 아예 따뜻한 아랫목에

 예쁜 옷 입혀 기생처럼 앉혀놓으라는둥 얼마나 ㅋㄷㅋㄷ 하였는지... 맞아 그래 너였구나  반가워 ..."

 

 

정말이지 눈물이 날려네 3586번  ...킁킁대며 입김을 내 뿜으며 내게 무지 슬픈눈으로  자꾸만 다가온다

에구 들판으로 몰고 나가달라는 표정같기도 ...

슬픈 눈으로 초원을 마구 달리고 싶다는 소의 마음을 읽었지만 난 소 주인도 아니니 우짜노..

 

 

"소지맘님, 전 슬퍼요 저도 소지맘님처럼 산에도 가고 들판에도 나가 마음껏 뛰놀고 싶고 푸른 풀밭에서 풀 뜯고 싶어요."

그렇게 내게 말하더라  큰눈에 눈물가득 고이면서...

 

 

외포리 상포길 426번지 축사에는 소들이 가득하다. 나를 보더니 따라가고 싶어 눈물고인 소도 있고...

소들을 향해 손 흔들어주고  아쉬워하며  골목길 돌아내려오니

 

 

 이번엔 누구네 집 두름밭인가?소가 메여있고 소 옆으로는 짚볃가리가 쌓여있다

나 어린시절, 소의 겨울나기는 농한기로  볏짚을 우그적우그적 씹어먹으며 콩따까리, 짚쓸은것, 마른고구마줄기에다

맛난 사료까지 넣어 구수하게 끓인 쇠여물죽도 먹고  할일없이 되새김질이나 하면서 긴긴 겨울을 났는데

요즘도 예전처럼 그러는지?

소가 선 두름밭엔 여전히  볏짚을 푹신하게 깔아주는것 같다

소가 볏짚위에  질퍽이며 똥,오줌을  싸고 이리저리로  왔다갔다 질퍽질퍽 밟으면 멋진  거름이 만들어지고 거름은 논밭에

내다 골고루 뿌렸지 소는 우직한 농사꾼 ...

 

 

 

소빛깔이 벌거리축축한것이 논일,밭일 잘하게 생겼다

코뚜레를 달고 뾰족한 뿔이 쫑긋한것이 논밭에 나가면 일등 일꾼일텐데... 요즘은 할일없는 백수인가?

 

 

소똥과 소오줌이 볃짚과 짖이겨진 거름무더기, 논에도 넣고 밭에도 말려서 뿌려주면  농사가 잘 되겠지.

 

 

에구 소엉덩방아가 얄궂네 씻어주지 못해서 ...

여름이면 강가에 데리고가서 깨끗하게 목욕도 시켜주면 소가 기분좋아서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어주던 기억이 새록새록

 

 

 오랜만에 소떼들을 만나서  '워낭소리' 를 추억한다

소구르마에 짐 잔뜩 싣고 큰 눈 끔뻑이며 워낭소리 찰랑대며 자갈길 먼지 버석버석 날리며 버드나뭇길 가던 한여름의 목마른 소가

오버랩 되는 순간 내 디카에도 속눈섭 긴 소가 그림으로 들어와 앉는다.

 

(2009년1월26일 외포리 성포길에서 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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