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554,7m), 아침에 눈을 뜨자 옥녀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찾아든다
화창한 오늘을 달력으로 확인하니 2009년 2월 28일(토) 오전7시 ...
일주일의 피로에 찌든 아이들이 모자란 잠을 실컷 자도록 토요일의 자유를 선물하고 아침부터 집을 나선다
가끔씩 가는 옥녀봉의 아침산행은 어떤 느낌일지 ...
사실은 내일 가라산과 망산 두개의 산을 타려면 워밍업이 필요하단 생각에
몇주동안 산에 못간터라 산을 제대로 오를지 미리 테스트 해 봐야겠고...
아침 8시12분에 구조라행 버스에 올랐더니 산에 가는 옷차림의 부부가 빙그레 웃으며 내가 앉은 뒷자석에 앉는다
"햇살이 참 좋네 우리 고마 밭에 가지말고 산에 가모 어떻겠노 조 바라 옥림바다에 아침햇살이 춤을 추네
신랑아, 우리 고마 옥녀봉에 오르까?"
"그라모 밭일 다 끝내고 잠깐 옥녀봉에 댕겨오자 "
밭일 간다는 사람들도 햇살이 넘실대는 바다의 유혹에 ,우뚝솟은 초록의 뾰족지붕 옥녀봉이 눈앞에 서니 산으로 가고픈 모양이다
그들의 즐거운 대화를 들으며' 상촌마을' 에서 내려 들머리로 관음암을 찍고 ~이진암~옥녀봉 ~1,2km 코스를 . 오르기 시작했다.
관음암을 막 지나니 계곡물소리, 새소리, 아침햇살, 그리고 암자에서 확성기로 내 뿜는 천수경이 산속을 가득 메운다
여기서 아주 큰 꿩(장끼)가 '까까까 푸드득' 하며 바로 발밑 풀섶에 내려앉아 포켓에서 살짝 꺼낸 디카를 들고 꿩이 들어앉은 풀숲으로 따라서 기어 들었다 살곰살곰 ... 퍼뜩 눈 앞에 안 띄는 꿩, 혹시 순식간에 풀숲에서 보호색으로 같이 물들어버렸는지...
겨우내 엉겨붙은 나무와 풀숲더미에서 소리내지 않고 꿩을 따라잡기엔 발이 쥐가 나려고도 하고, 숨 죽이며 꿩을 담아보리라
엎디어서 나전포복을 하여도 좀체 그녀석을 발견하기 싶지 않다.
갑자가 '깨깨깨 푸드득 ' 하며 긴 꽁지하나를 멀찌감찌로 떨어뜨리고 50m 밖으로 놀리듯 날아가버리는 장끼녀석 ...
조것이 눈이 삐었나 나도 까투리과인데...
순간 어렵게 온 몸에 풀,나무,이끼, 흙들이 내 온 몸에 휘감아서 새를 쫓아다니다가 얄궂은 모양새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간첩으로 오인받은적이 샐 수 없었다는 새박사 윤무부 교수님도 새를 따라 이 길로 간적이 얼마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며 짧은 시간에 기분좋게 실망을 내려 놓는다
등산로에 놓여 있던 작은 쉼터 평상에 앉아
필기구를 꺼내서 상쾌하게 다가오는 아침풍경과 이 순간 이 지나면 영영 사라질것같은
시인같은 느낌을 메모해 보려고 베낭속을 뒤적이니
아뿔사 가방 속을 정리한다고 꺼내놓고 그냥 와 버렸다 노랑볼펜,빨강볼펜들... 전쟁통에도 꼭 챙겨 다닐거라 맹세하였는데..
어쩌나 정말 기막힌 생각이 떠 올랐음에도 ...순간 핸드폰을 꺼내서 문자로 꾹꾹 눌러댔다.
엉성하게 글자를 조합하는 동안에 바다에서 넘실대던 햇살이 자꾸 눈맞추며 다가온다.
눈이 시려서 눈물이 흘러 안경을 꺼내 쓰고 아침이 빚어내는 숲속의 매력에 나도 산이 되어 자연을 따라 맴을 돈다.
겨우내 가물었던 산들이 며칠동안 속 시원하게 내려 준 봄비가 스며들어 맑은 물 흘러내리게 하였겠지...
흘러넘치는 물빛이 어찌나 맑은지 내 마음도 훤히 다 비칠것 같은 착각까지 ..
계곡을 따라 숲길을 오르니 물소리 산새소리 어울려서 새싹들이 그 고운 소리에 잠 깨어나서 꽃 피울 준비를 하려는 듯
달 그림자 비치는 길 ...영월로
새싹이 곳곳에...
음지식물 아이비도 햇살을 따라 나무위로 기어 오르고...
오메가 현상이 일어나는 소동바다 ...
옥녀봉 중턱에 자리잡은 이진암
아주 오래 된 암자로 수 많은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암자 ..
실제로는 암자가 훨씬 윗쪽 옥녀봉 중턱에 있었는데
아래로 옮겨왔다 .
곳곳에 겨울의 퇴적물들이 쌓여 있다.
이곳에 서 보니 아득한 옛날 유리왕이 지었다는 황조가가 떠 오른다
사냥에서 돌아 온 유리왕이 사랑하는 치희가 화희의 등살에 떠나가버렸다는 것을 알고 허전함과 그리움에 꾀꼬리 암수
정답게 노니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는 황조가 ... 그 아름다운 봄날같은 숲이 바로 이곳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잠시 애잔해지고 ...
동굴속같은 바위틈새에서 포르르 하고 새가 날아 오르길래 바윗틈새로 따라가서
바윗틈새를 콕콕 찍어본다
따라 간 그림자도 사진속에 언제 비집고 들어왔는지 ? .
대숲길 따라 오르기도 하고...
또 하나의 흔적 이진암이 있었던 구절터 ...
암자가 있던 곳에 이렇게 맑은 물이 ...
근처에 동백꽃나무가 있어 동백꽃 하나 따서 물위에 띄어 보고...
옥녀봉에 자리한 이진암자는 잘 알려진 암자로 옥녀봉의 상징같기도 하다
이 곳은 전망이 좋은잇점이 있어 돈도 상당 벌었는지
지난 세월을 그대로 방치 해 놓고 암자는 더 아래로 이사를 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이 닿을 수 있는 아랫쪽으로 ...
나는 이런 곳이 훨씬 정겹다
방치한 곳,밤에는 도깨비나 유령들이 살아나서 숨바꼭질할테지만 ...
사람이 살다 간 흔적이 , 낡고 폐허끼만 허허롭지만 이런 곳이 때로는 정겹고 좋기만 하다.
이런 풍경도 보고...
스님은 떠나갈때 벗어 놓은 신발이 기억나지 않았을까?
큰 수티는 또 ? 노 스님의 건망증으로 못 챙겨 간 채?..
이런 풍경도 만나고
암자가 떠나고 난 후 자연을 더 많이 닮은 암자
이런 풍경은 정말 마음에 든다
에고 유리왕이 사랑한 여인 치희가 따나고 마음 울적하였을 때 이곳으로 오셨더라면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
텅 빈 암자의 고즈녁한 모습...
암자를 따나면서 먼 발치에서 ...
산 오르기 약1시간 소요한 곳에서 옥녀봉으로 오르는 길 방향표에 겨울을 벗어 걸었다.
이곳에서 15분 남쪽으로 내려가면 소동찜질방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옥녀봉을 타고 이진암 방향으로 가면서 찜질방에 들러서 피곤을 풀고 간다는데...
이곳에서 베낭속에 담아 온 신문을 꺼내 읽었다.
조선일보의 토일섹션 Why?
"정과 망치가 춤을 춘다...그의 손끝에서
돌이 허물을 벗고...문화재가 된다."
라는 기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정과 망치로???
조선의 5대 궁궐복원 도맡은 도석수 임동조 명장의 이야기가 아침산행에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임동조명장은 어떤 사람인지 기사를 읽어본다.
"스승이 복원한 '광화문석축' 다시 공사 맡아 2007년 4월 임동조는 광화문을 해체했다
1968년 세운 것을 헐고 1888년 때 모습으로 되살리는 일을 맡은 것이다
임동조의 7m 석축과 신응수의 13m 목조누각이 2010년에 완성되면 남대문과 함께 조선의 양대 위관이라는 광화문은 웅장한 모습으로 선보일 것이다."
이런집념의 외길인생 40년 임동조명장의 광화문해체이야기와 그의 외길인생의 고독이 이루어낸
아름다운 결실에 잠시나마 감동하고
다시 걷는 오르막 길에도 발걸음이 힘이 솟더라.
천천히 걸어 올라서 갈증을 느낄찰라에 작은 물방울 소리를 들으니 여간 반가운지 , 물방울이똑똑 소리내며 떨어지는곳에
작은 물바가지 하나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내려서 물 받아 마시고 다시 목마른 누군가를 위하여
물바가지에 물이 톡톡 떨어져 받치게 해 놓았다.
갈증 난 사람이 이곳에 도착하면 당장에 마실 수 있도록...
옥녀봉에 올라서서 내려 다 보니 조망이 뿌옇다
황사가 시작되었으니 올 봄 또한 황사랑 전쟁이 ... 바닷가 마을, 옥림 하촌마을과 거제대학이 뿌옇게 보인다.
습관이 안 되어서 그런지 삼각대를 가지고 다는것이 불편하여 그냥 와서 나의 흔적은 장갑으로 대신하고...
옥녀봉 , 반갑다 ...앞으로도 먼곳으로 산행 하지못하는 날엔 널 찾을게 ...
토욜 이른 시간에 옥녀봉은 텅텅 비어 있었고 최초로 산정상에서 본 나같은 여인이 있어 무지 반가웠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너무 먼 거리에 있어 반갑다는 인사는 못하고 뒷모습만 담아 보았다는데...
도크안에 든 배들 ...대우조선 ...징과 끌로 땅땅 쇠 박는 소리가 옥녀봉에 메아리 되어 울려도 조선소도 불황에 허덕인다
키코라는 보험회사에 보험을 잘못 든 이유라나 환율이 치솟으면 조선소는 돈벼락을 맞는것이 통상인데
지금은 많이 잘못되었다
키코란 보험회사 좋은 일 다켰단다.
언제나 안전하게 조선소가 잘 돌아가게 하려다가 그만 낭패 본 시점. ... 나라 돈 몇조가 키코로 무조건 흘러갔다니...
속이 많이 상한다.계약서 약정서가 크게 잘못 작성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단디(야무지게, 확실하게 ) 안 하고...
죽어라고 돈 벌어 개 준 꼴이다 ...우리나라 사정이 너무도 힘든 시기에...
내가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그녀가 뒷모습만 자꾸 살짝살짝 보여주며 서쪽으로 걸어간다.
아주동쪽으로 가는길인지?
온갖 새가 나무위에서 포르르 날랐지만 이름을 통 알 수가 없고 카메라를 대고 찍으면 어느사이에 새는 포르르
나는 나뭇가지만 쿡쿡 찍는다. 순발력이 뛰어나야. 새들이 놀려먹는다. 바보아짐이라고.
아주 쪼끄만 새 한마리 찍었다 누런 떵색 작은 새 비비비 거리는 새 이름은 ...ㅎㅎ 숨은그림찾기 ...
소케이 ...솔가지라고 부르나? 불 때면 아주 잘 붙겠다.주워 온 솔방울 몇개도 올려 놓고 ...추억을 자근자근 씹어 먹고.
양지쪽에는 엉겅퀴도 제법 자라고 ...
물기 촉촉한 솔잎들이 솔향을 마구 풍긴다.
장승포항
이제 하산 중, 봉수대를 돌아서 ... 산에서 많은 사람들 만나 노느라고 시간 참 많이 보냈다
서울에서 식모살이하는 멋진 할머니도 만나고(그녀는 손자를 돌보는데 자식을 돌보는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손자돌보기는 식모짓이라고 말하는 정말 산 좋아하는 할머니)
하루에 15시간을 거뜬하게 걸어내고 거제지맥을 따라 이틀만에 완주한다는 '발발이님'도 만나고
예쁜 아짐들이 건네주는 커피마시고 즐산하는 이야기 나누느라 수다가 길어져서 혼자 가는 산에서 빨리 하산하기는
쉽지 않다 수다쟁이 입때문에 다리가 고생한다.
십리절반 '오리나무'
오리나무 ...실제로 예전에는 길방향나무로 쓰였다고 한다.
이름이 참 재미난 나무가 장승포에는 산과 들길에 많다.
쑥이 못 본 사이에 이렇게 왕창 자랐다.
캐서 쑥떡 찰지게 만들어 망산에 가져 가고 싶은데...플로라님 쑥떡 좋아할까?
시간이 없어서 쑥떡은 다음 산행지인 설흘산에는 해 갈 수 있을지...
걸어서 장승포의 봄을 느끼며 집에 도착하여 뜨거운 물에 찜질하고 ㅎㅎ
가라산~망산가기(3월1일) 워밍업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5시간 걸었구나
말못하는 내 다리 너무 혹사하는건 아닌지??? 그래도 참아... 내일은 더 좋은 산 델고 갈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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