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566m)
.정숙이랑 명숙이가 2009년 3월8일(토) 거제의 명산 계룡산에 오르기로 한 날
꽃샘추위가 앙탈부리며 자매의 즐거운 산행에 훼방을 놓는 듯
난생 처음으로 두살터울의 언니랑 벼르고 벼른끝에 뜻 깊은 산행에 나섰더니
며칠동안 따스하던 봄기운이 살짝 숨어버리고 계룡산 냉기가 울퉁불퉁한 바위사이로 기어들었는지 추위가 뼛속까지 느껴진다.
출발전 대구에서 코스모스님이 보내주신 '마'를 갈아 야쿠르트랑 섞어서 한컵씩 맛있게 후루룩 마시고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유별난 언니의 장이 말썽을 피웠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언니의 뱃속이 우글우글대더니
오뉴월 장마에 천둥번개가 내려칠듯, 언니의 얼굴이 노래지며 시내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설사를
동반한 배탈이 태풍 매미보다 더 강한 위력으로 날벼락을 쳤다.
내 장은 강철같아서 아무렇지도 않는데 언니의 대장은 참으로 별나다.똑같은 음식을 나눠 먹었는데...
40년만에 자매가 함께 산행가려는 뜻 깊은 시간에 이게 웬 날벼락
계룡산 오름길에 도착하려면 40~50분은 족히 남은 거리에서 ...
" 아이쿠 쏟을것 같다.화장실 좀 찾아 봐 쌀것같다 죽것다 ..."
"언니야, 홈플러스에 가면 멋진 화장실이 기다린다 조금만 꾹꾹 눌러 참아봐라 엉덩이에 힘을 꽉 주고...
ㅎㅎㅎ 그럼 돈 1억줄게 1시간만 참아볼래 아무것도 안 받고 떵 쌀래"
"아이쿠 나 돈 1조원을 줘도 싫다 다 니하고 나는 떵이나 쌀란다 내 소원은 오로지..."
사색이 된 언니의 표정을 보니 더 이상 놀리렸으면 아마도 몽둥이로 나를 내려쳤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근처에 홈플러스가 보여 잽싸게 쫓아가서 1조원 보다 더 값지고 시원한 생리현상을 해결하였다.
" 휴 살았다 정말 시원하다 .e~~세상의 돈을 몽땅 다 준다캐도 급한 생리현상 앞에서는 돈 욕심이 싹 사라지니
신기하다 그쟈 ㅎㅎ "
졸지에 당한 배탈사건을 잘 수습하고 계룡산으로 오르는 자매의 산행길이 어찌나 호들갑스럽고 야단스럽던지...
들머리...장평쪽으로 ...삼성조선소가 보이고
고현만이 한 눈에...
언니는 몇년동안 열심히 산행을 했다는데 몇달 쉬었다고 그런지
서너발짝 가다가 휴하고 숨을 몰아쉬고...다리가 후들후들...표정은 하예지다가, 노래지다가 ...
계룡산 오르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단다... 혼줄이 단단히 난
언니가 너무 힘들어하여 무슨 잃이 일어 나는 줄 알고 잔뜩 긴장을 하였다.
부들부들 떨리며 한기가 들고 다리에 힘이 없어 쓰러질것 같다며 서너발짝 가다가 나무에 기대 서다가
혹은 주저앉다가 ... 그 때 머릿속을 반짝 스치는 무엇이 있었다.
"언니야, 힘이 없어서 그럴끼다 아까 대장, 대청소를 하여 속이 텅텅비어서 배가 고파 그럴끼다 밥
먹으면 밥심이 생겨서 잘 걸을 수 있을끼다
나도 산 오를때 힘이 없으면 밥 먹으니 힘이 솟더라
건전지 새로 충전하는 것 하고 똑 같은 원리 아니겠나"
하고 계룡산 전망대의 너럭 바위에 앉아서 도시락을 까 먹었더니
신기하게도 언니가 금방 기력을 회복하여 그때부터는 펄펄 날았다
가만 생각 해 보니 아침의 배탈이 힘을 다 소진시킨 원인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자매가 다시 힘 내서 질퍽이는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뜻밖의 추억을 만들었다.
날씨는 또 왜그리 추운지...
망울진 진달래도 춥다고 움츠리고...
계룡산은 거제의 상징.
ㅎㅎ 정숙이
기운을 되찾은 정숙이가 정상을 향하여...
기어코 해냈다 장한 언니...
명숙이도 해냈다...
이쁨...
사랑스러움
까꿍...
계룡산 완전정복...
정숙이, 명숙이가 함께 한 산행... 기쁨은 열배,백배가 되고...
계룡산 산행은 오늘로 일곱번째
소요시간은 5시간30분(2시간30분이면 충분한 산행임)이 걸렸던 느려터진 산행이었지만
언니랑 알콩달콩 수다 떨며 오른 산행도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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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공복시에 마를 갈아서 야쿠르트에 섞어 마시면
다이어트에 특별한 효과를 봅니다. ...산으로 간 하마님 ...꼭 그리 해 보세요
단 사람마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