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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이 번쩍 뜨인다 .
순간적으로 낯선 풍경에 깜짝 놀라서
"기사님, 여기가 어디예요?"
"왜 그러세요?"
" 이 차 능포가는 차 아니었나요? 나 능포가야 하는데...?"
"그럼 어서 여기서 내려요 1분후에 능포가는 버스가 와요 와현해수욕장 버스정류장에서 잠깐만 기다리시면 돼요"
하고 버스는 낯선 동네에 짐짝마냥 나와 두 개의 짐꾸러미를 떨구고 헹하니 달아나 버린다.
버스에서 내리니 와현바다의 바닷바람이 싸아하게 불어와 어리뻥뻥하게 잠에 취해있던 나를 화들짝
깨워 정신을 차리게 한다.
이런~~ 황당할데가 ~~ 정상적으로 집에 갔다면 저녁밥상을 차리고 있어야 할 시간에..
토요일 오후는 온 가족들이 모여앉아 함께 저녁밥을 먹으며 그 동안의 밀렸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인데...
이 일을 어쩌나?급히 폰을 꺼내서 시간을 보니 7시를 막 지나고 있다.
어쩌다가 이런 풍경속에 서 있게 되었는지 곰곰 따져본다.
저녁시간이 박두한 시각에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반찬거리를 가져가라고 하셨지... 남편이 곧 도착한다며
내일가겠다고 하였고...
어머니는 음성높여 , 당장에 와야 한다고 , 음 시어머니는 역시 시금치과 ...오늘 시금치는 정말 싫어 챙겨 주더라도
절대로 안 가져올거야.이렇게 불만을 안고 곧장 달려갔지...
나를 본 어머니가 아프시다면서 마스크를 끼신 채 , 며칠동안 누워서 꼼짝을 못하셨다며 ... 우리집 반찬거리가 다 떨어졌을거라며 파,마늘,먹우,생선이며 상추까지 다 챙겨주셨다. 무도 대여섯개 다듬어서 막 먹어도 될만큼 손질해
주셔서 어느새 가방이 불룩해졌고 ...
"지은에미야, 니가 오모 동태찌개도 끓여달라고 하고 죽도 끓여놓고 군불도 때 달라고 시집살이를 된통
시킬리캤더마는 나 보다 더 성질급한 아비가 기다리고 있다니
얼푼 가보거라"
'아니예 죽 끓여드릴게요 동태찌개도 끓여드리고 ,군불도 지피고..."
"고마 됐다 어서가야지 눈이 빠지라꼬 지다리는것 그것도 못할일이제 "
이렇게 어머니를 선자리에서 몇 마디 못하고 헤어질뻔 했는데
"참 잠깐 밭에 따라와 보거라"
"밭에는 뭐할라꼬예?"
사실은 행하니 가고 싶었는데 아닌 척 시치미 뚝 떼고 어머니를
따라 뒷밭으로 올라가 보니 부추가 진잎하나 달지 않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나풀대고 잇었다.
"요것 캐 가야제 봐라 정구지다 아무도 안 준다캤다
초불정구지 아이가 이거 보약인기라 나가 너그 식구 미길라꼬 이리 안 나부대나 "
흙먼지하나 안 묻은 부추는 그냥 막어도 될만큼 깨끗했는데...
오랜만에 어머니께 가서도 아무것도 도와드리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차를 탔는데...
어이없게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와현해수욕장 ...
분명 옥포를 지나고 대우조선 서문도 지났다는 기억이 생생한데 ., 어디서 잠이 들었지?
그리고 분명히 "능포" 라고 적힌 차를 탔던 것 같은데...?
하마트면 방향도 전혀다른 구조라해수욕장까지 갈뻔하였다.
호주머니속엔 달랑 돈 천원이 전부였는데...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내가 와현해수욕장에 서 있은 이유가 ㅎㅎ
혹시 누가 아세요? 소지맘이 와현 바닷가에 간 이유를요?
네 밥 하기 싫어서라구요 ?
네 정답입니다. 하하하
아주 가끔은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이렇게 엉뚱하게도 돌아가기도 하더라는...
ㅎㅎ 인생이란,...가끔은 엉뚱한 간이역에 가 보는 것 ...
'09,4월,4일,와현해수욕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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