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인생이란... 가끔씩 엉뚱한 간이역에 가 보는 것

이바구아지매 2009. 4. 4. 14:50

.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인다 .

순간적으로 낯선 풍경에 깜짝 놀라서

"기사님, 여기가 어디예요?"

"왜 그러세요?"
" 이 차 능포가는 차 아니었나요? 나 능포가야 하는데...?"

"그럼 어서 여기서 내려요 1분후에 능포가는 버스가 와요 와현해수욕장 버스정류장에서  잠깐만 기다리시면 돼요"

하고 버스는 낯선 동네에 짐짝마냥 나와 두 개의 짐꾸러미를  떨구고 헹하니 달아나 버린다.

 버스에서 내리니 와현바다의 바닷바람이 싸아하게 불어와 어리뻥뻥하게 잠에 취해있던 나를 화들짝

깨워 정신을 차리게 한다.

이런~~ 황당할데가 ~~  정상적으로 집에  갔다면 저녁밥상을 차리고 있어야 할 시간에..

 토요일 오후는 온 가족들이 모여앉아 함께 저녁밥을 먹으며 그 동안의 밀렸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인데...

이 일을 어쩌나?급히 폰을 꺼내서 시간을 보니 7시를 막 지나고 있다.

어쩌다가 이런 풍경속에 서 있게 되었는지 곰곰 따져본다.

저녁시간이 박두한 시각에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반찬거리를 가져가라고 하셨지... 남편이 곧  도착한다며

 내일가겠다고 하였고...

어머니는 음성높여  ,  당장에 와야 한다고 , 음 시어머니는 역시 시금치과 ...오늘 시금치는 정말  싫어  챙겨 주더라도 

절대로 안 가져올거야.이렇게 불만을 안고 곧장 달려갔지...

나를 본 어머니가 아프시다면서 마스크를 끼신 채  , 며칠동안 누워서 꼼짝을 못하셨다며 ... 우리집 반찬거리가 다 떨어졌을거라며  파,마늘,먹우,생선이며 상추까지 다 챙겨주셨다.  무도 대여섯개 다듬어서 막 먹어도 될만큼 손질해

 주셔서  어느새 가방이 불룩해졌고 ...

"지은에미야, 니가 오모 동태찌개도 끓여달라고 하고 죽도 끓여놓고 군불도 때 달라고 시집살이를 된통

 시킬리캤더마는 나 보다 더 성질급한 아비가 기다리고 있다니

얼푼 가보거라"

'아니예 죽 끓여드릴게요 동태찌개도 끓여드리고 ,군불도 지피고..."

"고마 됐다 어서가야지 눈이 빠지라꼬 지다리는것 그것도 못할일이제 "

이렇게 어머니를 선자리에서 몇 마디 못하고 헤어질뻔 했는데

"참 잠깐 밭에 따라와 보거라"

"밭에는 뭐할라꼬예?"

사실은 행하니 가고 싶었는데  아닌 척 시치미 뚝 떼고 어머니를

따라  뒷밭으로 올라가 보니  부추가 진잎하나 달지 않고 사랑스런  모습으로 나풀대고 잇었다.

"요것 캐 가야제 봐라 정구지다 아무도 안 준다캤다

초불정구지 아이가 이거 보약인기라  나가 너그 식구 미길라꼬 이리 안 나부대나 "

흙먼지하나 안 묻은 부추는 그냥 막어도 될만큼 깨끗했는데...

오랜만에 어머니께 가서도 아무것도 도와드리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차를 탔는데...

어이없게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와현해수욕장 ...

분명 옥포를 지나고  대우조선 서문도 지났다는 기억이 생생한데 ., 어디서 잠이 들었지?

그리고 분명히 "능포" 라고 적힌 차를 탔던 것 같은데...?

하마트면 방향도 전혀다른  구조라해수욕장까지 갈뻔하였다.

호주머니속엔 달랑   돈 천원이  전부였는데...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내가 와현해수욕장에   서 있은 이유가 ㅎㅎ

혹시 누가 아세요? 소지맘이  와현 바닷가에 간 이유를요?

네 밥 하기 싫어서라구요 ?

네 정답입니다. 하하하

 

아주 가끔은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이렇게 엉뚱하게도 돌아가기도 하더라는...

ㅎㅎ 인생이란,...가끔은 엉뚱한  간이역에   가 보는 것 ...

 

'09,4월,4일,와현해수욕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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