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안개 내린 아침의 상념

이바구아지매 2009. 4. 9. 18:02

안개가 사뿐히 내려앉은  고요한 아침...

 세상은 거대한 하얀성이 되었다.

4월의 하늘은 가끔씩 안개를 하얗게 내려  우리를 가두고 만다.

시력 1,5면 무슨 소용일까? 시력 2,0이면 또 무슨 소용인가? ... 

그런 날에는 우리모두가 장님이 되어 커다란 코끼리의 한 부분을 만지는 꼴이 되고 말테다.

그리고 각자 만진 부분을 큰 소리로 우기겠지...

세상은 둥글넙적하지 라고,  편편넙적한 배를 만진이가 말할테고...

그 말에 강하게 부정하며 세상은 길게길게 생겻다고 말하기도 하겠지... 긴 두다리를 만진이가 말이다.

아니지 말랑말랑한것이  말랑제리같고  그리고 왔다갔다 시계추처럼 흔들어대지 하고 코끼리의 귀를 만진이가

강력하게 자기의 주장을 고집할지도 모른다.

가끔은 안개가 자욱히 내릴 때   천천히 걷거나, 혹은 느림보 거북처럼  차를 몰아가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안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가끔씩 공격적으로    끼어들어선

그윽함, 신비로움, 혹은 아련함으로...   지루했던 일상, 그  풍경을 잠깐이나마  확 바꾸어  주어 매력 풀풀 넘치게 해 준다.

그러면 안개가  끼어 든 갖힌 세상에서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천천히 가져보기도 하고...

 세상에 태어나서  "나 살아가는 동안을 ..." 모노드라마(monodrama)  로  연극의 무대에 올려보기도 하고...

 

생각이란, 참으로 끝없음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질 끌어 당기는 상념( 想念)... 

그 곳에도  지금 안개가 내리고 있을까?...생각은 여기까지 미친다.

안개의 본 고장 "그랜드 뱅크스"(뉴 펀들랜드(캐나다) 남동부와 남부에 걸쳐 있으며 국제적인 어장으로 유명한 곳) 말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어선들이 풍어 [豐漁] 를 꿈 꾸며 "그랜드 뱅크스"로 행해를 계속 해 가고 있을테고  ..

"이 애가 더 가벼워요 내가 가  줄리에타, 넌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잖아 난 혼자야,자 빨리 뛰어내려..."

라고   절박하게  사투벌이는 풍경을 잘 묘사한 작가 아미치스의  정열적인  생각이 모아져서 걸작으로 탄생한 

  "난파선"도 생각나고....

 작품속의   마음 따뜻하고 생명의 고귀함을 아는  12살의 마리오... 난파선에 넘어져서 피  흘리고 있을  때  

다가와서 피를 닦아 준 줄리에타를 위해 자신의 삶을 양보하는 작은 소년의 큰 마음은 성자 [聖者]  가 아니었던가?

 삶과 죽음이 넘나드는 절박한 난파선에서   마리오와 줄리에타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인간애가 가슴 뭉클하게 하는  아침...

    해가 높이 솟아 오르면  안개란 물방울은 사라질테고, 안개같은 상념은 갑자기 끝나버린 길처럼 툭 끊기고 말겠지만...

이런 색다른 분위기에 갇힌 아침의  상념에 빠져 보는 것도  가끔은 괜찮을듯 ...

 

 

 

 

 

 

 

 

 

 

 

 

 

 

 

 

 

 

 

 2009년 4월 9일 아침에 우리동네는 안개속에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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