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죽토에서

이바구아지매 2009. 4. 25. 07:18

농협에 가서  공과금을 내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죽토를 걸어 보려고 ...

하늘은 먹구름을 몰고 다니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 겨울의 어느 날 처럼  온 몸이 오그라든다.

"시작이 반이다"

라고  내친김에 용기를 내어 걸어보지만  마음은 여전히  갈등하고 ...

햇살 찬란한 날  걸을일이지.. ,감기몸살이라도  엉겨붙으면 어쩌려고,

   지금  걸어야지, 아니, 다음에 걸어도 되지...

두 마음의 갈등을  단호하게 평정하고  ... 씩씩하게 걸어간다.

 "그래,  한다면 한다. 내가 누구냐... 누구긴 ? 나는 나지...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차례대로  두 발이  잘도 걷는다.

ㅎㅎ 그렇게 가는 거야  죽토로 ..

 

 

 

 

 

 

 

연초삼거리 ...면소재지의 중심지...

 연초면사무소,농협,지서,보건지소 등의 면소재지의 중요 관공서가

모여 있는 곳

 

 

연초중앙교회...삼거리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석물공장  옆의 언덕위에 있는 아름다운 건물

지은지 몇년 안 된 새 건물이다.

교회의 역사는  아주 오래 되었으며  이 언덕으로 이사온지는  몇년 되지 않았다.

어린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웃아이들과 교회에 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었다.

무조건 좋았던 크리스마스 시즌~~

기도할때 눈이 감기지 않아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쪽 눈만 억지로 감고 살짝 돌아보면  나처럼 엉터리들이 눈 뜨고 킥킥대며

쳐다보다 마주치면  웃음 참지 못해 결국에는 사래걸려 콜록 거리며 목사님의 기도시간에 효과음을 수시로 냈던 우리들 ...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교회에 가서 잃어버린 날,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시린 겨울 맨발로 자갈길 돌부리에 채이면서 

 집까지 달려왔던  슬프고  아린 기억도 되살아나서  몽글거린다.

교회를 쳐다 보니...

 

 

연초중학교 ... 연초면 죽토리 양지부락에 소재하는 축구명문학교

국가 대표선수도 배출되는 학교이며 특 6회까지의   선배님들은   전쟁 중 피난을 와서 공부한

분들로  그분들은 백발을 히끗히끗 날리며 모교의 동문회에 오시면 고향을 찾아 오셨다고 무지 좋아하신다.

학교의 교문까지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쭉 늘어서서 여름날 잎이 무성한  잎새그늘을 지나가면

불어오는 바람맛은  달콤, 쌉쌀,시원하고 정겨운 풍경으로  기억속의 여름은 언제나 푸른빛깔로 남아 있는데

오늘 와서 보니 나무들은 싹둑 잘려버렸고 교문도 대로옆에   간이교문을 하나 더 내었다.

이 낯선 풍경에  금방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 곳에는 술맛 좋기로 유명했던 '연초양조장'이 있었는데  ...

지금은  이런 모습이다.

그집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농노길을 걸어가니   쎄쎄거리며 바람에 일렁이는 밀밭이 나온다

연초중학교 앞에서  본 밀밭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밀밭풍경인지 모르겠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땅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녘 놀 ~~"

 박목월의 시  ' 나그네' 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동네,,.

 근처에는 양조장이 있었고  술 찌개미까지 달콤하던 그 도가의 술냄새가

밀밭언저리로 풀풀 날아드는 것 같은  ...

 

 

 

4월의 바람이 거칠다

죽토 들녘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소리  , 손 바닥 펴 보니 빗방울이 '툭툭 '

 

 

 

죽토 들녘에서 바라 본 연초중학교

 

 

 

 

 

28600

 

 

 

자운영이 가득한  논

 

 

 

 

 

 

죽토리 ...양지마을

 

 

 

 

 

 

논둑에 피어 있는 클로버꽃

 

 

 

 

 

 

 

 

죽토리 ...야부마을 ...동네 앞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이마을 출신 면장님이

낙후되고 고립되어 있는 마을 앞으로 국도를 가로 지르게 하였다. 그분의  덕택으로

음지가 양지 된 마을.

현대화의 바람은 간혹 이런곳에서 빛을 발한다.

 

 

 

 

 

 

 

 

 

와야봉 아래로 야부 소류지가 어둑하게 보인다.

 

 

 

 

 

 

 

 

 

 

 

죽토들이 끝나는 지점에서 국도로 올라서면  연초면 송정리가 시작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송정리 하송로

 날씨가 무지 춥고 더 걷기가 힘들어서 차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2009년4월 24일 현재의 버스 요금은 현금으로 1,000원이며 교통카드로는 940원이다

매일 2,000~3,000원 정도의  버스비를 날리는 여자 ...

거제도  700리를  걸어서 돌아보겠다고 작정하였던 작년 요맘 때

그 계획이 끝날때쯤 버스비는 더 이상 들이지 않아도 되겠지만 ...

 아까부터 비를 뿌릴듯한 날씨는 여전히  뜸만 들이고 ,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금요일의 한낮을 여전히  걷고 있다 .오른발,왼발 오른발 ,왼발 터벅터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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