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장승포에 비가 내리면...(1)

이바구아지매 2009. 5. 16. 18:04

 

 비가 내린다.

어제도,오늘도...

비가 오면  미치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비가 오면 빗속으로 두팔벌리고 나간다

그리고 비를 안아 준다

살며시 어깨위로 내려 앉는 비에게도 친친하고...

그 여자는 엄마의 자궁속에서도 물기를 좋아하더니...

자궁속을 튕겨나와서조차 물기를 그리워한 나머지...물기를 찾아나선다.

 

 

 

그 여자가 빗속을 걸어가다가  만난  고운 장미넝쿨 ...

장미도 물기가 좋아서  울타리 위에서 하늘로 향한다.

 

 

이 길은 본래   산이었는데

누군가의 상상으로 외로운 산길보다 많은 사람이 걸어가는 길이었으면 하여... 

넓혀지고 까만 아스팔트 옷을 입었다.

이미 오래전에...

 

 

 

처음 본 예쁜 꽃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비를 맞으며 한층 더 생기발랄한 꽃이 언덕에 피어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밝게 해 주고...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풍경 우산+우산...작은 도시의 평화 그리고 사랑.

 

 

노랗게 피어서 새초롬한  예쁜 꽃 ...네 이름은 뭐니?

 

 

.

가난한 작은 집, 텃밭에는 감자가 알이  굵어지고 있겠다.

이 집 할배,할매는 지금쯤 낮잠을 곤히 주무실지도 모르겠다

그 여자는 꼭 그럴것이라고 단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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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장미다.

비를 맞으니 더 곱네 ...그 여자의 눈의 크게 뜨인다.

참 예쁘다 .

비를 맞는 모습이... 

 

 

그 여자는 살짝 우산을 내려 놓는다

장미넝쿨 속에 우산이라도 있어야 할것 같아서

'마리앙뚜아넷'이  비 내리는 날 장미공원을 산책하였다면 이 장미공원은 더 빛났을텐데 ...

하고 그 여자가 생각 해  본다.

 

 

 

 

 아무도 찾지 않은 장미공원 ... 그 곳에 비가 촉촉히  내리네.

 

 

 

 

 

장미와 그 여자의 우산

 

 

심심한 장미덩쿨 앞에서

오동나무꽃도  비를 즐긴다.

 보라색 작은 종을 닮은 꽃들이 툭툭 떨어지던 날.

 

 

.

 

 

 

 

 

계절의 여왕인 장미가 활짝 피었다.

그 여자가 찾아 간 능포동 장미공원에는  비와,안개가, 함께 친친하여 더 신비롭고 몽환적이었다.

 

 

오동나무 꽃잎사이로 내려 다 보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 살찌우며 사는 마을이

예쁘게 비를 맞으며 낮잠을 자고 ... 

 

 

 

그 여자가 걷는 산책길에 또 다른 누군가가 걷는다

생각이 닮은 사람이겠지.

 

비 내리는 날은 바다도 운무에 수평선의 경계가  불투명해지고  섬산의 표시도 심하게   애매모호해지고 ,

 

 

  오늘, 바다는 파도도 만들지 않고 아주 얌전히 비를 받아 먹고 있다.

저 바다가  오늘은 참 순하다.

착한 바다는 미친지랄을 했던 그 쓰나미를 잊어버렸을까?

 

올 한 해 이  산책로는 계속 공사중이다.

아름다운 산책로가 더  예뻐지고 멋있어지려고 성형중이다

성형비용도 만만찮을텐데

꽃을 좋아하는 시장님이  산책로 가에 또 다시 꽃을 심게 하니 그 점은 아주 좋지만

 차도와 보행로를 따로 구분하느라고 파고 뒤집어   올 한 해 능포동 사람들은 고생한다

그리고 만들어진 인도는 발목에 무리를 주어 불편하기만 하다

돈 들여 멋을 낸 인도가 성형 부작용으로 사람들은 전 보다 못하다고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더 아름다운 길을 걷기 위해서 짧은 한 해의 불편함을 감수한다.

하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쏘옥 드는 것은 지구상에 아무것도 없겠지...

이것은 순전히 그 여자의 생각이다 .

 이 길이 흙으로 된 꼬불꼬불한 오솔길어었으면 더 좋겠다고

그리고 다람쥐도 나와 놀고  종다리도 지저귀고 고라니도 뜀박질하는 숲속 길이었으면 ...

요란한 소리를 밤낮으로  내지르는 자동차는 다니지 말았으면 ...

 

2009/5/16.(토)... 비 내리는 장승포 해안도로를 걸으며 그 여자가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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