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모내기

이바구아지매 2009. 5. 20. 17:21

어머니가 호출하셔서 달려 가 보니 송정리는 모내기로 한창이다.

오래 전 가난했던  아버지들이 뼈빠지게  흙짐,돌짐 져서  골골히  다락논을 만들어 농사짓던  곳

 계간이란 이름으로 힘들게 만들어진 그터가 논이 되었다 나락심고 보리심었던 논 

 그 곳에 오늘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예전의 모내기하던 날,    논에는 왁자지껄 사람들로 넘쳐나   못줄잡는 힘센 장골 두사람과  모를 져 나르는 장골 몇 사람과  

모심는 아지매들이 20~30명  한 줄로  늘어서서 못줄의 꽃에 맞추어서  모를 심던 모습은  한바탕 멋진 놀이를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모를 심는 아지매들이 부르는 "농가월령가"의 노랫소리가 공중에 붕붕 날아오르던

그 기막히게 멋진 들녘의 풍경은 이제 기억 저편으로 달아나버리고

이젠 모내기도 기계화된   이양기가 "컬컬컬 " 기계  소리내며 논바닥을  한 바탕 쓰데고 나면 여리고 파란 모들이 한줄로 촘촘히 선다.

이양기가 지나가고 나면  

 두어사람이   따라 다니며 이양기가 엉터리로  심은 모를 다시 별린다.(고쳐 심는 일)

 기계화 된 요즘, 모내기한 논을 바라보니 과정이야 어쨋든 평화롭고 파란 들녘이 아름답다.

머릿수건 쓰고 새참 광주리 이고 논둑길 곡예하듯 동동그리며 바쁜 걸음으로 내달리는  엄마의 풍경은  

사라져   못내  아쉽지만  편리해진 농촌의 모습은 바쁜중에도 참으로 고즈녁 해 보인다.

 유월로 다가가는 시골길 걸어가니 심심한 들녘에 이양기 소리만 요란하게 쿨쿨댄다.

이양기도 혼자 모내기를 하니  성질이 나는지 쿨쿨대다가  뻘구덕에 푹푹 빠져들다가 마구  심술을 부린다.

 

 

 

 

 

 

 

 

은경이네 엄마가 논으로 간다

모벨리러 가는지?

 

 

 

28433

 

 

 

 

모판...  옛날에는 모판에서 모를 쪄내어(어린 모를 뽑아 냄)  뿌리에 진흙이 가득 올라붙은 것을 깨끗하게

씻어 내 다른 논으로 옮겨가서 심었다

엉덩이 씻고 시집가는 것이 뭐게 ...요런 수수께끼는 요기서 나온 말 ...

 

 

비가 제법 많이 내렸는지 물이 콸콸 쏟아진다.

 

 

 

요즘은 상자에 심어 키운   상자 하나씩 떼내어 이양기에 꽂으면 저절로 모내기가 된다.

 

 

이양기로 모를 내는 영혜아버지...

 

 

 

 

 

 

모내기 하려고 쓰레질 한 논언덕에는 토끼풀과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농촌의 바쁨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자모의 모판 ...상자모를  이양기에  얹으면 알아서 모내기를 해 주는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이양기

덕분에 이제 모내기를 한다고 수십명씩 한 줄로 늘어서서 모를 내는 풍경은 이미 사라진 옛날이야기가 되었고...

 

 

 

이양기로 모를 심는 모습은 동영상으로 담았으면 모내기하는 과정이 리얼할텐데...

 

 

쓰레질 한 논 고르기를 하는 덕순이엄마  

덕순이는 일찍 시집가서 광양에 살고 있다. 덕순이도 이제 5학년1,2반쯤  되었을까?

 친정엄마랑 함께 늙어 간다 산다고 아둥바둥해서 그런지...

친정 한번 오면 만나볼텐데 ...

엄마가  이렇게  바쁜 줄도 모르겠지? 저 산다고 바빠서 ...

 

 

 

모내기철엔 송장도 일어나서 일 도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눈,코 뜰사이가 없는데

덕순이 아버지는 농사일이  하도 지겹고 몸서리쳐져  그만 눈 감고  하늘나라로 도망가셨다

작년 요맘 때 ...

남정네가 없는 너른 논에   여자의 몸으로 낑낑대니 안타깝다.

 

 

 

 

아무리 바빠도 볼건 다 본다

덕순이 엄마 몸빼색깔이  연두빛이라 참 곱다

모자도 패션이고...

 

 

어라 ,정혜언니 엄마가  지나간다 고현에 가시겠지 '효자의원'에 ... 허리,무릎이 아프고 시려서 찜질하러 가시나?

덕순이엄마랑은  동서지간 , 옛날같으면 한집일이라 같이 논바닥에서 정신없이 바쁠텐데

세상이 편리해진 탓인지 서구화된 핵가족화 때문인지  대조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 사람은 논에서 일하고 한 사람은 다른 볼일보러 가는 멋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그래도  덕순이엄마 속으로 성질나겠다

힘들게 논바닥에서 혼자  기어야하니깐

오늘따라 고현시내로 나가는 큰동서가 얼마나 미울까?

바쁘고 힘든 일 하다보면 괜스레 지나가는 아무나  미워진다.  고건 심술이겠지만

여자 팔자 디웅박 팔자라고 ?

무거운  예물 해 오지 말고 가벼운 복 가져오라고 하였던 여자팔자 ...누가 그런 엉터리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는지???

이제 여자들도 전문직을 가져야 할 첨단시대

농사일은 빼고... 왜 돈안되고 골병만 드니깐 ...

 

 

 

마음 넓은 큰 동서 정혜언니엄마도 이제 팔,다리,어깨가 하도 아파서 동서의 논에 가서 맞잡아 주지 못하고

가는 길이 영 마음 아파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기고...

 

 

 

 

 

먼논에는 영혜엄마가 모를 벨린다...

내일은 또 비가 온다니 마음이 얼마나 바쁠까?...

 

 

어린 모는 아직 연두빛이지만 시간이 차츰 지나면 짙은 초록으로 튼튼하게 자랄것이다.

 

 

 

 

 

내일은 한 바탕 비가 쏟아진다니 오늘 영혜엄마, 덕순이엄마  논일 다 끝내고 따끈따끈한 찜질방에서

피로 풀고 모자란 잠 실컷 주무셨으면 좋겠다

방깨댁(덕순이엄마)과 두모댁(영혜엄마)의 전문직은  논농사,밭농사로 50년 이상 외길로 걸었지만

남은 것은 골병 뿐 ...

논 사랑,밭 사랑  오래하면  신세타령만 늘더라 ...

 

2009/5,20(수) ...어머니댁 가는 길에 (연초면 송정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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