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쏟아져서 만약 오늘도 비가 무시로 쏟아지면
비옷 받쳐 입고 우산 들고 산으로 갈 각오를 단단히 하였는데
날씨를 핑계대고 아침 시간을 누워서 빈둥대다가 더 밍기적대면 후회할것 같아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배낭을 챙기고 대문을 나섰다
요즘 남편이랑 함께 하는 일요산행은 먼 거리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거제도의 섬산을 모두 올라보기에 촛점을 맞추었다.
거제섬을 병풍처럼 둘러싼 섬산 오르기, 이 또한 썩 괜찮은 산행이 아닐까?
이미 거제의 섬산들은 아름답다는 명성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 멀리서도 새벽부터 차를 타고 찾아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데
우리는 여간 행복한 사람들이 아닌가 언제고 마음 먹고 나서기만 하면 당장에 갈 수 있으니...
섬산의 특징이라면 산새의 아름다움과 바다 조망을 함께 하니
그 수려함은 어떤 말로 표현이 완벽할까?
게다가 거제의 섬산 산행은 차를 이용하여 섬 어느곳이라도 달려 갈 수 있으니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오늘은 어제부터 내린 비로
세상을 비누칠하여 뽀득뽀득 씻어 잘 헹구어 말린듯한 푸른빛이 말끔한 남부면 탑포리의
"왕조산"으로 간다.
남편이 미리 보아 둔 산행하고 싶은 산이라고
강추한 왕조산...
장승포에서 출발하여 구조라, 학동,다대,저구, 그리고 지방도로인 1018번지를 확인하고 근처 넓은 잔디밭 공터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왕조산 개념도를 확인하고 스틱을 꽉 조여 짚으며 왕조산으로 오른다.
우리는 거제도 동쪽 끝에서 남쪽으로 가고 있다.
왕조산을 산행하려고...
왕조산, 1,2km 오르면 정상? 현 위치를 보니 ...
이 정도라면 거의 산책로라고 봐도 될것같다.
하지만 거제를 대표하는 관광명승지에 둘러싸인 "왕조산"을 오르면 조망은 기가 막히겠다.
저구리에서 북쪽으로 2km 거리, 가라산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고개에서
왕조산을 오르며 가라산을 바라보니 가라산은 짙은 초록이가 되어 여름속으로 달려 가고 ...
물기를 머금은 산딸 , 몇 알 따 먹어보니 단맛이 촉촉하고 입안이 개운한 맛으로 감돈다.
어라 ~~ 나의 뚱모델이 누워버렸네
초록으로 가는 숲의 풍경이 싱그럽다.
촉촉하기도 하고...
비 온 뒤 숲은 더 맑고 알싸한 나무냄새를 날린다.
초록빛 나무숲으로 ~~
옆으로옆으로 걸어 가도 좋은 날
에구 사진이 떨었네
남편은 가끔씩 손을 떤다
사진 찍어 주기 싫은가?
키도 짜리몽땅하게 땅딸이를 만들어 놓았다. ...
진사님의 실력이 영 마음에 안 든다.
언제 복수를 하나 ㅎㅎㅎ(이 가는 소리...)
그리 많이 오르지도 않았는데 역시 예상대로 아름다운 조망이 나타난다.
탑포, 율포,가배가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
왕조산을 오르다가 바라다 보이는 가라산이 하도 아름다워서 찍고 또 찍고
해안도로를 구비구비 돌아가는 멀리서 온 관광버스가 마치 한폭의 그림이다.
가라산과 노자산을 자꾸 사진속에 담게 되니
왕조산이 섭섭하겠다.
산 오르다가 왕조산의 정상을 미리 찍어 본다.
남편에게 복수를 ㅎㅎ
사진이 역시 떨렸다.
이제 쌤쌤이(same...궁금해서 쌤쌤이를 검색 해 보니 영어에서 온 말이라네 ㅎㅎ 뭐 같은 뜻이라고 )다 .
복수를 요렇게 ...
안녕하세요. 소지맘 지금 왕조산에 올라가요 지금부터 왕조산 가이드 해 드릴게요
우선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위치하여 발 아래로 펼쳐지는 조망이 끝내줍니다"
왕조산은 어떤 애잔한 전설 한꾸러미를 안고 있는 산 같기도 한데
글쎄요 아직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 검색을 해 봐도 아무런 자료가 없네요. 참 '위키백과사전"을 찾아 보지는 못했구요.
아름다운 조망, 탑포,율포,가배랑과 소지맘이 찰칵
가라산을 배경으로 남편도 사진 찍어 주고
ㅎㅎ 남편은 요새 자신의 허리가 날씬해졌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난 아무리봐도 모르겠는데...
옷을 입어보면 허리가 헐렁헐렁한것이 그 증거란다
산행1년의 성적표가 제법인 모양이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면 떵배가 0,001mm 정도 들어가겠다 .
소지맘이 생각할 때 왕조산은 분명 고려시대 의종왕이 산을 찾아와서 시름을 달래다가 간 슬픈 산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폐왕이 되어 정중부의 무리들로부터 쫓겨 거제도로 온 의종왕이 이산 저산을 산행으로 소일하지 않으셨는지???
이름을 보면 십중팔구 확실하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일대
소지맘이 가리키는 저 쪽은 ' 천하일경' 망산이 있다는...
사진 속 모델은?
꼭 당근같다.
왕조산은 가라산과 노자산에 가려서 빛을 잃은 산
하지만 산은 무지 아름답고
산길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산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펀안한 산행을 여기서 시작해봐도 좋겠다.
가파른 산길이 조금 있는것을 제외하고는
착하고 순한 길이 계속 이어지니...
요즘은 거제의 섬산들을 하나하나 기억 해 보는 즐거움에 빠져든다.
그리고 아직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못한 숨은 보물산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오늘 찾은 왕조산도 그런 숨은 보물산에 해당한다고 봐도 좋겠다.
산길 걸어오르며 산개구리도 만나고 , 꿩이며 이름 알지 못하는 산새들을 만나며 산길 걷는 발걸음은
가벼워서 숲속을 날으는 작은 새 가 된 기분...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