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물안개가 살며시 내려 앉는 마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마을은 비밀스럽게 꿈을 꾼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전해 듣고 그 마을이 궁금하여
이른 시각에 찾아 가 보았습니다.
"천곡마을"
표지석이 오래 된 이끼를 달고 고독하게 서 있는 모습이 그 옛날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주기라도 하듯..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끼 보다 도드라지는 그 무엇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돌이끼에 멋을 더하더군요
바로 담쟁이입니다.
아침 햇살이 숲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에
한 늙은 나무를 만났습니다.
나무는 온통 넝쿨로 휩싸여 나무 본래의 모습이 사라졌지만
특별한 느낌이 다가옵니다.
물론 넝쿨사이로 담쟁이 잎새를 끼운 풍경은 앤이 연출하였지만 나름대로 썩 잘 어울립니다.
가을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숲속의 분위기가 기도하는 간절함까지 묻어납니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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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맑은 숲 속의 아침 , 나무 위로 나풀나풀 올라가서 그리움을 토해내라고
소리치는 담쟁이 잎새들의 하모니가 펼쳐지구요.
미리 떨어져 누운 모습은 또 어떻구요
처연한 모습은 아니지만 고와서 서럽습니다.
그래,
저 잎이 떨어지면
나의 생명도 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나뭇잎들이 떨어지면
내 인생도 끝이 난다고.
진실도 아닌 것을
진실로 믿고 있었다니...
그러고 보면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야.
난 이제 더이상
나뭇잎이 떨어진다고 해서
내 인생마저 끝난다고 생각지 않아.
할아버지께서 목숨 바쳐
내게 주신 교훈을
나는 도저히 잊어서는 안되지.
아무렴,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지.
할아버지의 죽음을
헛되이 해선 절대 안 되지.*********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중에서 ... )
그래도 툭툭 떨어져 눕는 잎새를 보니 왠지 공허해 집니다.
이렇게 올 가을도 나뭇잎새처럼 툭툭 떨어져 눕겠지요.
물안개를 품은 시골마을길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
더욱 허허로워지는 것은 요것 때문이죠
사람이 죽으면 가는 ... 묘지라는 섬뜩한 곳
등 굽은 할아버지를 보는 기분도 허허로워지고
등 굽은 할머니를 보는 마음도 찡해지고 ...
들녘에 서서 온 몸에 녹을 덕지덕지 달고 세월을 흘러 보내는 작은 양철집
고 귀퉁이에도 담쟁이가 기어 오릅니다.
담쟁이가 저리 기어 오르는 이우가 무엇인지...
이런 풍경에 그만 눈물이 납니다.
가을을 오지게 타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 여자는 요새 마음이 몹시 아픕니다.
그래서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는 ...
근처의 나뭇가지가 떨구는 한잎의 잎새에도 그 꼴을 못봐 살짝 고개 돌립니다.
외로움의 포로가 된 그 여자가 보내는 요즘의 아침풍경입니다.
모두들, 가을 너무 타지 마세요
그러다가 가슴이 뻥뻥 뚫리면 어쩌나요?
이렇게 얄궂게 버석버석 , 서걱서걱거리며 다가 온 가을이지만
진정으로 진정으로 "가을" 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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