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가 밝았다
한반도 남해안에서 경인년의 일출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는 거제도 앞바다,
하지만 첫날은 너무 피곤하여 일출을
만나러 가지도 못하고 잠으로 하루를 축내고나니 그리 보낸 시간이 어쩐지 아깝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 새해라서 그럴까?
새해맞이 연휴 그 이튿날을 맞으니 일 년내도록 게으름을 달고 살까봐
겁이 실실 나는게 아닌가
성난 겨울바다는 농한기같은 게으른 풍경을 보다 못해
쓰나미를 몰고 와서 쳐부셔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 새해라면 제법 그럴싸한 계획하나는 끙끙대면서라도 세워보는거야'
설사 그 계획이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꿈 꾸어 보는 것
뭐 작심삼일도 계속하다보면 계획세우지 않은것 보다 나을것이고
2년전부터 걷기 시작한 거제도 칠백리길 걷기 도전을
올해도 이어서 계속해 봐야겠다.
지금까지 사백리정도 걸었을까?
아직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제법 걸었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도 계획대로라면 무난히 이백리 이상은 걸어낼 수 있겠다.
4km 정도 걷는다고 생각하면 20회면 이백리를 걷게된다.
그러고보니 그리 부담스러운 계획은 아니다
물론 산행하는 시간은 포함하지 않겠다. 직장에 다니는걸 감안한다면
마사이족처럼 엄청난 거리를 걸어내지는 못하겟지만
꾸준하게 걸어볼 생각이다 내 자신과의 약속인 거제도 칠백리 도보
완보(完步) 그 날이 올때까지...
늦은 아침을 먹고 정월의 날씨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포근한 날씨에 미소지으며
장승포에서 출발하여 구비구비 해안선을 따라 돌아 옥림, 지세포, 와현, 구조라해수욕장을 지나 검은 몽돌이 노래하는 학동을 뒤로하고 가라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해안산책로가 기막히게 아름다운 다대마을을 지나서 오늘은 여차해변으로 간다
여차해변은 1996년 여름에 한번 가보았다. 기억속을 더듬어 보면 맑은 물빛이 명경지수엿고 검은 자갈길이 펼쳐져 있었으며 흙먼지길이 툴툴거려 마치 강원도 어느 오지의 산골길을 여차해변에 고스란히 옮겨 놓은 기분이었는데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며칠전부터 애인이라고 불러달라며 폰에다 '내 사랑" 이란 애칭으로 전화번호를 입력하여 전화만 울리면
"내 사랑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 라며 웃기는 멘트가 울리는지라 때문에 가끔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누구랑 연애하느냐, 혹은 애인이 생겼느냐는 식의 질문을 받곤 하는 내사랑(남편)님과의 동행이다..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달리니 운전이 서툴러서 까딱 잘못하면 차가 튕겨 내사랑님을 절벽아래 여차바닷속으로
잠수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덜컹 나기도 하였지만 시속 20KM의 착한속도인지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돌부리에 부딪쳐 바퀴가 통통 튈 때는 눈이 찔끔 감기고 영화같은 삶을 살다 간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비극이 눈앞에 어른거리기도 한다.
1982년 9월 13일 그레이스켈리는 막내 딸 스테파니공주와 ROVER O6 승용차를 몰고 드라이브 길에 모나코 뒷쪽 산길로 접어들었다가 심장마비가 일어나는 바람에 그만 절벽으로 굴러서 다음 날 사망하고 말았다. 남편도 많이 무서운지 아내의 운전을 그만 멈추게 하고 내리게 하더니 눈이 부시게 빛나는 바다가 누워있는 여차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다.
어디서 왔을까? 사람들의 발길은 알음알음으로 달려오는지 자갈돌길의 울퉁불퉁거림을 잘도 참아내며
자연의 냄새를 맡아낸다.
여차전망대의 고운 빛깔이 바다랑 친구되어 서로를 물들이는 모습이 참 좋다.겨울이지만...
여차해변의 물빛, 그 시리고 투명한 빛깔
남부면 저구리 대포마을 ...빨강등대가 바다랑 썩 잘 어울리는 동네도 걸어 보고
거제도, 참 넓다. 세상이 점차 편리해져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찾아 와 볼 수 있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대포라는 마을이 있기나한지조차 잘 몰랐다
거제도 남부면 저구리 대포마을 , 바닷가에 이렇게도 예쁜 마을이 있었는데 모르고 살았다니 ...
대포마을회관도 폼나고...
대포마을회관 앞에는 수령이 몇백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멋진 나무도 바다를 바라보며 지난 여름을 추억하고 서 있는듯하다.
골목길 돌아서 마슬가는 여인의 뒷모습도 겨울해가 짧아 종종 걸음으로 바쁘고...
에고 참으로 추워뵌다. 겨울은 언제나 오슬오슬 떨리게 한다
정자나무 아래도 추위가 웅크리고 앉아 있고.
정자나무 사이로 내다보는 바다는 그냥 그리움이다
겨울이 내려앉은 바다는 너무 심심해 보이기도 하고...
대포바다를 끼고 둥글게 앞으로 나아가니 또 다른 이름의 마을로 이어진다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근포마을 ... 눈부신 햇살이 반가워서 카메라에 담아본다.
멀리로 근포마을회관이 보인다.
바다와 하늘빛깔은 또 어찌나 푸른지, 서로를 물들인 근포마을의 하늘,바다 ...이만큼 맑고 투명한
빛깔은 어디서도 만나보지 못했는데...
겨울바다가 이리 얌전할수도 있구나
겨울바다는 심심하면 파도로 때리고 부수는 성질급한데가 있더니...
조용한 어촌
근포마을회관,파란 하늘로 치렁치렁한 전깃줄은 빨래줄같기도...
통발, 어구들
근포마을 골목길을 꼬불꼬불 올라서니 근포교회 옆 양지쪽에 어한기를 맞아 수월해진 사람들이 모여앉아 담소하고 있다.
바닷가 아주 작은 하얀교회 ...교인의 수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목사님도 참 심심할것 같다.
바닷가의 사람들도 겨울에는 한가한 모양
막 지게를 부려 놓고 아저씨도 마을이야기가 궁금하여 양지쪽으로 가시고 ..
근포리의 새해 풍경은 어제랑 별반 다르지 않을것 같은데 어느 작은 여인이 자꾸만 카메라를 들이대어
놀라지 않았을까?
이름도 몰랐던 어촌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게 아니다.
돌담길도 지나고, 초록이 낙엽되어 날아가고 줄기만 앙상하게 엉겨붙어 돌담을 휘감은 담쟁이 넝쿨도 예서 만나는 기분은 특별하다.
길 위를 느릿느릿 걸어가면서 만나는 바닷가 마을도 정겹다.
오늘 이 곳에 오길 참 잘 했다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면 곰탁곰탁 새로운 마을이정표를 찾아 나서봐야겠다
올해의 계획은 이미 실천으로 가고 있으니 마음 흐뭇하고 상쾌하다. (사진의 날짜 셋팅이 잘못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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