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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산을 내려 와서 꼬불한 길을 느릿느릿 걸어가다 만난 홍포마을회관
겨울바람에 팔랑대는 태극기와 새마을기
심심한 풍경이어도 좋다
에구머니 사진속의 셋팅된 시각은 순엉터리네 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3시가 훨씬
지난 시각이었는데...
함께 걸어주는 남편과 살아 온 이야기를 친구같은 길 위에 풀어놓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을 판박이처럼 닮은 길위에 발도장 찍으며 차를 주차시켜 놓은 명사를 향해 걸어간다.
막 내려 온 망산을 힐끗 바라보며 다음에 다시 오마라고 손 흔들어주며...
길 위에는 마침 겨울철 산불조심을 강조하고 또 다짐하는 산불감시원이 망산사랑을 외치며
우리에게 빙그레 웃어준다.
심심한 남부면 홍포마을을 걸어가다가 버스정류장을 만났다
우리가 걸어가는 이 곳은 홍포마을 이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홍포삼거리를 만나게 되겠다.
너무도 조용한 어촌풍경이 심심하여 무심코 하늘을 올려 다 보니 전봇대로 후두룩 날아드는 새들이 가득하다.
텃새인지? 철새인지... 갑자기 날아든 새떼들이 조잘대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호주머니속에서 만지작대던 디카를 얼른 꺼내 새들의 노래소리를 담아 본다 좋은 사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름모르는 새들의 푸더덕거림이 좋아서 하늘 향해 자꾸만 셔터를 눌러댄다.
길 가다가 종종 만나는 새들의 지저귐은 언제들어도 기분 좋아진다
새들이 점만큼 작은 발로 힘껏 구르며 포르르 날아오르던 시금치밭도 푸르른 빛깔이어서 좋았고...
이런 고향집같은 풍경을 만나면 그만 집안이 궁금해지고 나도 몰래 발길이 그곳으로 옮겨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고향의 향수며 그리움일까?
돌담 집에 사는 그녀가 저녁밥 지으려고 솔가지며 장작개비를 한아름 안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곧 아궁이에 불 피워올리겠지? 무쇠솥에서 하얀 김이 쎄쎄거리며 천정으로 올라가면 고소한 이밥이
뜸들여지고 구수한 된장찌개도 향기 날리며 대문밖까지 흘러나올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저집에서 하룻밤 묵었으면 좋겠다 밤에는 돌담너머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말이다.
꼬부랑길 살짝 돌아가니 솔숲이 나타나고 해풍에 날아온 소식이 빼꼼하게
빨강우체통에서 내다보며 대롱대롱 해송나무에 매달려 있다.
왼쪽 숲으로 난 꼬불한 길을 따라 가'대포리전망대'가 나온다는데 그곳으로 가 볼까? 그럼 오늘 안에 집으로
가긴 영영 틀려 버릴지도 모르는데...
남편이 그런다
"오늘 우리 이곳에서 하룻밤 파도랑 놀다갈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좌회전하여 저쪽으로 가 볼까?
대포리버스정류장
나그네에게도 가끔씩은 휴식이 필요하다
짧은 휴식 ...그리고 또 걷는다.
어라 디카가 많이 아픈가보다 해는 어느새 늬엿늬엿 서산으로 기울어서 오후 4시를 훌쩍 넘겼는데 말이다.
푸른 바다도 따끈한 아랫목이 생각날시간...
밭머리에는 파릇파릇 쪽파가 촘촘하게 밭고랑을 푸르게 물들인다.
멀리서 보니 보리같아서 잠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였지만...
드디어 명사에 도착하였다
망산으로 가는 들머리를 이곳에서 시작하였고, 차를 이곳에 세워두고 갔기에 망산을 내려오는 날머리는 홍포쪽으로 하여
쭉쭉 걸어왔다.명사해수욕장과 명사초등학교가 있는 이 곳에는 시금치가 많이 재배되는 모양이다.
도로가를 다 차지하고 시금치장사를 하는 명사아지매들
겨울시금치는 단맛이 최고다
특히 명사의 시금치맛은 살짝 데쳐 먹으며 그 맛이 기가 막힌다
잡채를 해 먹어도 좋고 깨끗하게 씻어 그냥 먹어도 맛이 특별하다
요렇게 예쁘게 다듬어 묶은 시금치 한단에 2,000원이란다
남편이 그런다 한단 사 가자고 ... 그러지 뭐
고구마도 사고 싶고 콩도 사고 싶은데...
명사아지매들은 빨강색깔을 무지 좋아하나보다.ㅎㅎ
단맛나는 시금치 한단사고 거스름돈 8, 000원 건네받고
명사를 떠나려는 시각은 이미 오후 5시를 가까이 간 시각, 겨울해는 정말이지 명이 짧다.
그래도 좋다 올 해의 도보행진 그 시작은 겨울빛이 내려 앉은 남부면에서 출발을 하였다
새해의 다짐이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오늘 걸은 이 길이 무지 행복한 걷기였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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