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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해발고도로 거제도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하는 마을인 천곡리로 갔습니다.
산책하듯 길을 걷고 있는데 겨울바람이 휘리릭 불어오는가 싶더니 꾸릉한 소의 향기가 콧속으로 폴싹 날아듭니다.
유년시절부터 소의 꾸릉한 향기에 길들어져 그리 얄궂지는 않습니다.
어느 새 발길은 소 축사를 찾아 들었고 빨강 옷을 입은 Ann의 모습에 흥분한 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하이든의 "놀람교향곡을 " 듣습니다.
어기적대며 지푸라기를 씹다가 Anne의 빨강옷에 놀란 소들이 막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곧 음악이 바뀌어야겠습니다 오늘 소들에게는 비제의 오페라 "투우사의 노래" 'Les Toreadors' from opera 'Carmen'
를 들려 주어야겠습니다.
경쾌하고 즐거운 음악이라도 때에 따라서는 참 슬프게 들리기도 하니까요.
소들은 겨우내 저 지푸라기를 씹으며 지리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을 것입니다.
초식동물인 소는 주로 요런 것들만 먹어요.
축사에 매여 있는 소들이 Anne이 찾아들자 무지 놀랐나 봅니다.
게다가 빨강색 옷을 입은 건 정말이지 소를 흥분시키기에 딱 알맞습니다.
조렇게 선량한 눈망울로 Ann을 바라보니 참 많이도 미안합니다.
날씨가 추우니 소들은 콧김을 내뿜습니다.
하얀 콧김을 날리는 소들이 질펀한 거름밭에 섰으니 발은 또 얼마나 시릴는지..
갑자기 찾아 간 Anne 정말 미안하기 짝이 업습니다.
놀라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생각하니...
소들에게도 따스하게 등과 배를 감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도 배앓이를 하면 설사를 길길히 해대거든요.
" 소야, 미안 해 철딱서니 없는 Anne 아지매가 카메라를 들이대어서 많이 놀랐지?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너희들을 Anne아지매의 블로그친구님들께 자랑하려고 그랬지 ㅎㅎ
미안미안 맛난 지푸라기 많이 먹고 되새김질 열심히 하고 따뜻한 겨울 보내"
라고 등 긁어주며 진정시켜 주었더니 편안한 모습으로 사진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예쁜 소 구경 많이들 하세요.^^*(기축년 올 해는 소의 해 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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