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할아버지의 오래 된 집(구조라에서)

이바구아지매 2010. 8. 16. 19:04

 

28431

 

 

 

 

 

 

 가는 여름이 마지막 앙탈을 부리던 날,  

구조라해변을 걸었다 ,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삼정마을,

골목길을 터벅터벅  걷다가  제법 오래 된 느낌이 드는  한옥 한 채를 발견했다.

작년 5월 바로 앞집인   '옥이민박'에서 하룻밤을 묵은 일이 있었는데 

그날  외도보타니아에 가려고 골목길을 나서다  만난 집이  바로 이 기와집이었다.

 

 

 

 

 

 

 

 

 

 

작년 5월, 미국에서 오셨던  사자모리님(블로그에서 만나게 된 고향오빠)과 여울이님(사자모리님의 아내)과

블로그를 통해 만난 따뜻한  인연으로 한번 뭉친적이 있었다 

마주  보이는 옥이민박집에서 ... 

그날 자고 일어나서 미국오빠 내외는 외도보타니아로 ,우리부부는 지심도와 공고지를 가려고

민박집을 나섰는데 바로 앞의 한옥 한 채가   가는 길 멈추게 하였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는 묘한 매력이 발길  끌던

연쇄점이란 간판을 달고 선 기와집 한채

 

장구한 세월의 흔적을 이끼로 달고    말없이 서  있었던

오래 된 집. 

 

 

 

 

 

무심코 연쇄점 앞을 지나가려는데  문이 열려 있어

나도 모르게 홀린듯 문안으로 들어 서고 싶은 충동이 고개 내밀고  일어선다.

그렇다고 무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것도  아니다.

 

 

 

 

 

 

열린  문안으로 등이 꾸부정한 할아버지가 내다 보며  미소짓길래

이때다 싶어   얼른 연쇄점 안으로 들어섰는데

할아버지께서도  무척이나 반가워하신다.

"할아버지,  이 집 정말 멋져요  언제 지으셨나요?

작년에 바로 앞집  옥이민박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어요  다음 날  골목길 지나가다

할아버지네 가게를 보게 되었죠.  내부가 오목 조목한것이

신기하게 보여 들여 다 보며   몇번이고   사진을  찍었는데

  할아버지댁   내부구조가 정말 인상적이었가든요, "

"그랬구먼  이 집 , 참 오래 되었지 얼추 100년은 되었을거야.

자재는 저기  멀리 보이는  대마도에서 가져 와 지은 집이야 "

"참 할아버지, 대마도(쓰시마섬)가 어느나라 땅인줄 아세요?"

" 대마도, 그야 당연히 우리나라 땅이지 암 당연히 우리나라 땅이고말고

나 소학교에 다닐 때 책에서 그렇게 배웠어 선생님도 그러셨고.

우리나라땅이라고 말이야 .

그러니까 대마도에 가서 자재 들여 와서 집도 짓고 그랬지

그리고 언젠가 저섬에 가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는걸  

보라구  얼마나 가까워   헤엄쳐  가도 될것같잖은가? 한창 힘좋았던 시절은 다 지나가고 

  이젠 힘에 부쳐 잘 안되겠지만 .,,

 

 

 

 

 

 

우리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그리 생각 해

그럼 대마도가 우리땅이지 누구네 땅이란 말인가? 일본 땅 ? 절대로 아니야

우리땅이라고

우리집을 지을 때 대마도에서 자재를 들여 온 것만 보더라도 그렇지

우리땅이니까 그기서 가져 온 게지...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가슴 뭉클해진다.

 

할아버지의 대마도 사랑은  이세상 소풍 끝낼때까지 쭈욱  이어지겠다.

 

 

 

 

 

 

 

 

 

 할아버지네 가게에는 없는 게 없다

오래 된 벽시계도 동그랗게 걸려 있고

문구류와 별별 종류의 물건들이  온통 꽉 메운 만물상같은 가게

하지만 오래 된 빛깔의 물건들을 선뜻  누가  사갈것 같지는 않다.

 

 

 

 

 

 

 

 할아버지가 앉아계신  쪽마루는

오랜세월동안  앉았다  일어섰다를 얼마나 하였던지 나무결의 윤기가 반질거렸다. 

직사사각형의 형태를 유지한  쪽마루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니  그곳에는  이불이 깔린 방이 있었는데

작년에도 지금처럼 그랬는데 오늘도 여전하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마당이 나오는 신기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할아버지네  재미난 집

 

 

 

 

 

 

 실내로 나 있는 작은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2층방이 나오고 그 옆쪽으로 난 문을 다시 열면

하늘과 소통할 수 있는   다락방이 나오는 풍경

 집의 내부구조는 오밀조밀하게 아주 작은 공간까지도

멋지게 활용하는  이런 집의 형태다  일본식인가?

어린시절 이런 가옥형태의  집에 놀러 간 적도 많이 있었다.

 숨을곳이

 많아 숨바꼭질하며 놀기 좋았던 기억속  유년의 뜨락같은 집

그런 집을 다시 만나보는 건 세피아색 그리움이다.

 

 

 

 

 밖에서 보면 단층집으로 보이며 평범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일단

할아버지네 가게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비밀의 화원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계단위의 방과 계단 아래의 방  그리고 다락방까지

가게안은  온통 신기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전 (191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 가 보는  느낌이 든다.

오래 된 집내부의  풍경은 

어린시절 학교 가던 길에 날마다 들렀던 

없는 게 없었던 문씨상회랑도  참 많이  닮았으며

우리집 앞   와리다순경이 살았던  지서사택과도 너무나  닮은 집

그래서 더 많이  정겹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은 오랜시간 장사를 한 장삿꾼 같지가  않다.  

손자손녀 무릎에 앉히고 넘치도록 가득한  옛날이야기  해주면 할아버지의  무릎을

 베고 스르르 잠들어 버릴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바닷가에 살고 계신  할아버지

바다를 닮았을 법한 할머니는  어디 가셨을까?

혹시 혹시  돌아가셨을까?

 

작년에도 깔려 있었던  이부자리가 그대로인것을 보면  아마 할머니께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지도 몰라.

"강정동할아버지(78)

 

 

 

 

 대마도는  우리땅이야

암 그렇고말고  라며 곧잘 중얼거리시는  할아버지의  특별한 대마도사랑

순간 엉터리 노래 하나가 생각난다

1980년경 가수 정광태가  

"독도는 우리 땅 "

을   불러 일약 국민가수가 되었다.

이  노래가 좋아서  열심히 따라 부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다 .

 

 

이 소절을 부르다보면 그만 화가 솟구치기도 한다.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불렀다가

언젠가는 또 이렇게 개사되기도 하였다.

"대마도는 몰라도?"

이 부분 정말 속상하다 .

왜 우유부단하고 엉거주춤한 노래로 사람  흥분하게 만드는지

독도만 우리땅이라고 소리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마도 역시  태초부터 우리땅이었다 .

몰라도라니? 이 대목은 일본의 눈치를 보며 대마도는 우리것이라고 주장하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노래가 아닌가 ...

 

 

 1945년 8월,

광복이 되었고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대마도는 우리 땅이니 돌려

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일본에 강제로 빼앗겼던 우리땅이라고

그것도  두번씩이나 강력하게 주장하였으나

 미국에 의해 번번히 묵살되어 버렸던  대마도영유권... 

지리적으로 보면 대마도는 거제도에서 49.5km로 정말 가깝다.

육로로 따져본다면 거제 고현에서 고성까지의 거리에 불과하다 .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대마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속했던 섬이었다.

신라장군 이사부가 지하에서 웃는 것이 아니라 통곡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현재도 대마도 사람들이  아프면 곧장  가까운 부산으로 먼저 달려 온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가까운 부산에 와서 치료를 받아야지 먼  오오사카나 시모노세끼로 갈것인가? 그렇게  먼길로?

 대마도의 이웃은 일본열도가 아닌  한반도의 남쪽섬 거제도와 부산이다.

대마도를 다녀 온 사람들이  들려 주는 말에 의하면  그곳 사람들은 우리말도 아주 잘 구사하고 있다고 한다.

대마도를 즐겨 찾는 사람들 역시 일본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대마도, 더이상 방치하지 말아야한다.

끝없는 노력으로 되찾아야 할 우리땅. 

 

구조라 할아버지를 만나서 대마도를 이야기하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할아버지네 가게엔 바다로 가고 싶은 튜브도 매달려 있다

구조라해수욕장으로 달려 가고 싶은 튜브 .

 

 

 

 

 

 

 

무슨 용도로  쓰는 것인지도 모르는 요상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흥분을 살짝 가라 앉히고  

인도의  간디를 닮은 할아버지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구조라할아버지네 가게

오래오래 이곳에서

대마도를 바라보며  날로날로 번창하였으면 좋겠다 .

 

 

 

 

 

할아버지,

우리 내년에 대마도에 가 볼까요?

그때까지 이 집 잘 돌보며 가게에서 돈 열심히 벌고 계세요.

내년에도  돈 없으면 뗏목만들어서 타고 대마도에 가 보입시다.

그깟 대마도로 우리   한번 흘러 가 보는거라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