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6(월)
아침일찍 벌떡 일어날 자신이 없어 06:30분에 알람 설정 해 놓고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사람이 아닌 폰과의 약속은 정말이지 야속하다
인정사정 봐 주지 않는 얄미운 기계덩이에 불과한것에 이끌려 다녀야하다니
듣기 싫은 알람소리를 재수없다고 생각하며
"지옥에 나가 떨어져버려" ...
이런 악담을 듣고도 열심히 쥔을 깨우려는 알람의 충성
변함없이 저 할일하는 폰에게 이 무슨 망발일까...
달콤한 잠에 취해 일어나기 싫어 오늘 지리산 한신계곡 가는 것 취소 하려고
팔 뻗어 폰을 당겨 종료시켜버리고 10분 간 더 버티기 작전중에 들어갔다.
'모두들 기다릴텐데 ...어쩐다? 가야 돼'
약속지키기 결벽증에 걸린 그녀의 이성이
모시이불 걷어 내고 벌떡 일어서게 만든다.
1분만에 머릴 감고
물기조차 걷어내지 못한 채 비를 핑계삼아 물기를 빗물인냥 줄줄 흘리며
비옷 걸쳐 입고 배낭 메고 집결지 K2 등산복매장 앞으로
찰박거리며 달렸다.
차는 정확하게 07: 00에 빗길로 미끄러며 출발하고.
그런데 이런, 오늘 그녀가 갈 곳은 지리산 한신계곡이 아니란다
태풍 '말로'가 기습 공격으로 올라오기에 이미 지리산은
통제가 되었다는 전화를 받는 가이드님.
그럼 오늘 산행은?
단박에 행선지가' 순천 송광사'와 '보성 녹차밭'으로 바뀌는 찰나
분홍색 레인코트를 입은 그녀가 벌떡 일어서서 박수로 환영을 한다.
이게 웬 횡재냐고? 보성녹차밭으로 간다고? ...
보성 녹차밭과의 데이트
얼마나 폼 날까
마지막 여름향기를 보성녹차밭에서 마무리를 음~~?
벼가 익어가는 들판을 차창가로 즐기며 달리는 도로가에서
정열적으로 피어난 칸나가 도열하여
꽃잎 흔들며 환영해 준다
치렁한 칡덩굴과 끝물의 능소화도 예쁜 모습으로 스쳐지나가고
07:57분 섬진강휴게소를 향해 달려가니 스칠듯이 지나가던 버스
'영화여객' 도 기억속에 담긴다.
08:07분에 하동터널을 통과하니 곧 섬진강이 시작되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 지르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달리니
화장실이 잠깐 생각났고...
송광사로 가는 길에 본 들녘 풍경은 밀레가 그린 '만종' 그 보다 조금 앞선
그림으로 어울릴듯한 풍경하나가 정답게 스친다.
우산 쓰고 논에 나가 태풍 '말로(MALOU)'에 대비하여 물꼬를 헐어 놓으려고
작은 논두렁길로 걸어 가던 아저씨,아주머니가 배롱나무꽃속으로 사라지던
모습, 집에 돌아간 농부 부부는 젖은 옷을 벗어 못에 걸어 두고 느긋한 시간을 보낼까?
아니면 달려오는 태풍의 위력에 안절부절 걱정하며 서성일까?
한국의 농부와 프랑스 화가 밀레가 닮은 꼴로 그녀 앞에 선다.
그녀가 알게 된 밀레의 만종에 관련 된 슬픈이야기 하나
1857년
저녁 노을이 지는 들녘에서 농부 부부가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하고 있었다
캐다가 만 감자가
바닥에 나 딩굴고 , 멀리 보이는 교회당이 정지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이는 평화로움
밀레의 '만종'을 보면 누구나 평화와 안식을 느낄것이 분명하다
농부 부부가 감자바구니를 발 밑에 놓고 교회의 종소리가 들려 오자
기도를 한다고 생각했기에
농촌의 평화로운 풍경의 백미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그림이다.
하지만 최초의 그림은 평화가 아닌 슬픔이었다
바구니속에는 씨감자가 들어 있었던것이 아니라
죽은 아기시체가 들어 있었다
가난한 농부 부부의 아기는 배고픔의 허기를 봄까지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죽어버렸다.
농부 부부는 멀리서 들려 오는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며 어린 영혼을 위한 기도를 올렸고 ...
밀레의 '만종'은 이런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세상사람들은 대부분 이 진실을 모른다.
밀레의 친구가 말했다
죽은 아기는 씨감자로 덮어버리라고...
훗날 '살바도로 달리'가 이 그림의 진실을 알아 내었다
어린 달리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여
그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도 출판하기도 하였고 집요하게 그림을 꿰뚫어 본 결과
바구니속의 죽은 아기위로 씨감자가 얹어진 덧칠 된 그림임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밀레의 만종은 슬픈이야기였는데...
비 내리는 날 농촌 들녘을 지나가며 그녀의 생각속에 기어 든
바구니속의 죽은 아기의 영혼에 대해서도...
농부를 보니 밀레의 만종이 떠오르게 한
작은 동네 이름은 ?
논배미 이름은 혹시
납작도가리? 우묵배미? 여덟도가리? 일곱되지기,봉산에, 불당골? 가시바꾸미?
그녀가 생각해 내는 논배미의 이름들은 작은 논때기의 주인공들이다.
꼬불한 작은 논두렁, 고 작은 손바닥만한 언덕에도
느즈막하니 콩 심어 아직 익지
않은 파란 풋콩포기며 ...
차는 곧 순천 송광사에 도착하여 함께 온 28명의 여행자를 내려 놓는다.
이런 운치를 보여주려고 먼길 달려 왔나 보다
사람이 꽃 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송광사 경내를 오른다.
함초롬히 쓴 우산을 타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우산을 쓴 여행자들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
처마밑에서 비를 바라보는 스님들
순천 송광사: 전남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121번지
우리나라 삼보사찰(불보,법보,승보) 중 하나인 승보사찰로 유명한 송광사는
신라말 '체장'이 길상사라는 소규모 절을 지은 것에서 비롯되었고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확장,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데...
송광사가 승보사찰이 된 것은 이 사찰에서 고려시대의 국사가 무려 16명이 배출되었기에
그 명성과 전통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엄격한 수행에 전념하는 승려들이 많은 이 곳은 '승보전, '국사전'이 있어
송광사가 배출한 국사들의 영정도 모시고 있다.
매표소에서 약 20여분 걸어 들어가면 숲과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송광사와 만날 수 있다.
신기한 우물 구조가 이중으로 되어 있었다
안쪽으로 들여 다 보면 물이 계곡처럼 흐르고
바깥쪽에는 작은 물바가지로 물을 받아 마실수도 있고...
물을 받아 마셔보니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또한 신기하다
'대웅보전'으로 가는 일본인 관광객들
분홍색 레인코트를 입은 그녀
그녀는 비를 무지막지 좋아한다고?
어디선가 일본말이 들려 온다?
녹음기에서 흘러 나오나?
낭낭한 목소리가 듣기 참 좋았는데
기왓장에 쓰인 이름과 주소중에서 일본인의 이름은 한장도 없었다
얼마나 알뜰한 그들인지? (어찌보면 야박하고 인색한 정나미가 뚝~~)
우리나라 사람들 외국에 가면 재미삼아서라도
기왓장에 이름 콕 써 놓고 온다
후덕한 마음으로 시주도 넉넉하게 하는것은 물론이고.
일본인 부부?
비도 마다 않고 일본인관광객들에게 열심히
송광사의 곳곳을 설명 해 주는 가이드
이름은 물어 보지 못했지만
그녀가 열심히 가이드 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
그녀의 일행을 위해 열심인 가이드님
등산화 신발 끈 묶는 것 3번으로 확실하게 묶어 주는 법도 가르 쳐 주고
스틱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이며
스트레칭을 왜 해야 하는지?
다양한 스트레칭은 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 ...
생긴 모습도 차승원이나 송승원보다 더 잘 생겼다
장지명가이드님?
이름이 맞는지?
배롱나무 꽃( 부처꽃과) 비를 맞으며 송광사 경내에 가득 피어 났다가
비를 흠씬 두들겨 맞으니 꽃비되어 흘러 내린다.
꽃비되어 흘러 내리는 풍경을 보니 고와서 서러울라네.
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 배롱나무에 대롱대롱 무리지어 핀
배롱꽃은 한무리씩 피고 지면 또 곁의 한무리가 피고 , 이렇게 돌아가며
백일동안 피고 지는 꽃이란다
공동체정신이 투철한 꽃으로 중국의 남부지방과 일본에서도 많이 분포한 배롱나무 꽃.
먼 길 달려 와서 송광사에서 나그네 되어 비를 느낀다.
일본관광객들의 우산은 어찌그리 수수한지?
검소함이 몸에 베인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 요만큼 서 있다면 꽃 보다 더 화려할텐데 ...
대웅보전의 방석들
그 중에서도 맨 뒷자리에 스님석이?
대웅보전의 문살무늬
그런데 왜 문고리에 줄을 매달아 놓았을까?
혹시 산모가 찾아와서 혼자서 아길 낳을 일이 생길지도?
그래서 미리 준비 해 두었을까??
작은 배려라면 아름답고 ...
그녀들은 배롱나무 꽃을 이야기하곤 했다
배롱꽃은 무덤가에 심어 두는 꽃이기도 하고 ...라며.
코스모스님과 .
올라 가 보지는 못했다
빗길에 미끄럽기도 하고
요즘 그녀의 왼쪽다리가 조금 아파서 그냥 계단아래서 바라만 보았다.
백일동안 꽃 피우기를 시작한 배룡나무가 꽃을 여전히 꽃을 피우니
언듯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꽃나무에서 차례를 기다려 피어나는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피어선지고 다시 피어나는 꽃 ...백일홍
비 내리는 날 찾아 와서 경내를 한번쯤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꽃비 되어 내리는 날에 말이다.
9월이 열리더니
비도 따라 내린다
비가 많아진 계절
배룡나무 꽃 아래로 툭툭 떨어져 흘러내린 분홍꽃물
이건 그 많은 스님들의 식사 보시기?
언젠가 경남 울주군 석남사에 갔을때 물어 보니 그랬다
지금은 이런 밥통 사용하지 않지만.
뒤주들?
큰 뒤주, 작은 뒤주 뭐 그런 것 같은데
코스모스님이 묻길래 그랬다 사도세자가 갇혔던 뒤주는 아니겠지만.
뒤주일것이다 ...라고.
돈과의 인연?
그 맑은 감로수물에 찰랑대는 돈소리, 빗소리가 어우러진다.
세상은 참 다양한 인연으로 만난다
오늘만 해도 여기까지 오기로 계획되어 있지 않았는데
졸찌에 날씨가 맺어 준 인연으로.
비가 그녀와 그녀의 일행들을 송광사까지 데려 다 주지 않았나?
비 내리는 날 보는 세상은 햇살 둥실한 날과는 느낌이 참 많이도 다르다.
송광사에서 바라 보는 산봉우리를 휘감은 운무속도 그렇고
하얀 그리움같은 것 하얀슬픔같은 것 ...
이런 단어들이 쾡한 마음 한구석으로 제집인냥 기어든다.
무소유란,
아묻것도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게 설파한 법정스님께서 이곳에서 오랫동안 참선하셨다. ?
법정스님이 돌아가신 뒤 이곳에서 다비식을 거행한 곳이며
유골 일부는 이곳 '불일암'과 서울의 '길상사'에도 안치되었다고 .
서울의 길상사 이야기도 참 재미난데
자야와 백석의 사랑이야기가 다북했던 ...
비가 내리니 이곳에 자꾸 가고 싶어진다.
옛날 그대로인가보다
문살 사이로 통풍이 잘 되는 듯 바람이 마음대로 들어 오고 나가는것 같지만
비내리는 날에는 축축한 또 하나의 향기가 보태어진다
해우소가 가득차면 어떻게 해결할까?
스님들이 똥통 들고 퍼내서 배추며,고추, 상추,무에 거름으로 주는지???
그럼 그 자연의 향기는 또 어떻게 감당하는지?
일본에서 온 그들도
그녀와 그녀의 일행들도 다리 위를 건너 간다
비를 맞고 서 있는 슬픈듯, 처연한듯 진한 그리움같은 산사를 남겨 두고 .
산사에 내리는 비가 주는 애매모호한 느낌을
저마다 가슴 한 켠에 담아 가겠지 .
이 곳 풍경 그림이다
송광사가 비에 젖어 드는 모습 ...
아마 송광사가 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송광사 일주문 앞에서
만난 시 하나 행복이란...
무엇이든 처음처럼이라면
얼마나 설레일까?
희망일테지.
입에게 주는 글이라 ?
참 좋은 인연...
깨끗한 사랑?
또 하나 기억 해 두어야지
이 맑고 깨끗함을.
정갈한 미소
당단풍나무
네 나이도 일흔쯤은 되었겠지?
비비린내 나는 동산에서 풀내를 풍기는 양씨아저씨
올해 예순살이라신다
빙그레 웃으시는 모습이 참으로 선하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이 있었던 날의 이야기도 해주셨고
비를 고스란이 맞으면서도
찾아 와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할줄 아는 송광사 지킴이아저씨
우리의 인연도 상당하구나
작년 9월, 남해 설흘산으로 함께 갔던 산동무 코스모스님
종교를 가지진 못했지만 부처님앞이니
나무관세음보살 한번 읊조리고.
탱화들인가?
마치 탑돌이를 하는 것 같다
비 내리는 날에 ...
또 하나의 문고리를 밀며
비 내리는 바깥이 춥다시던 보살님
그래 문 밖에는 찬 바람이 서성일테고
문 안으로는 부처님의 따스한 열반의 느낌이 전해져서 따스할지도.
문 안과 문 밖의 차이
불가에서 말하는 이승과 저승을 생각 해 보는' 문' 하나.
"님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그기서 나는 보시를 배웠노라 "
춘원 이 광수가 썼다는 글 ...
작은 동그라미 문고리속으로 내다 본 세상
더 크게 보인다
작은 세상 크게 볼줄 아는 마음의 눈을 한뼘 더 키우고 간다
우연히 송광사에 갔던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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