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생명의 항해' 를 한 이 용숙 할머니 하느님의 품으로

이바구아지매 2010. 10. 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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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가셨다  

이 용숙할머니, 북녘땅이 고향인  할머니께서

93세로 눈을 감으셨다

영전에 엎드려 절 하는 기분 어찌나 착찹하던지 ...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 고향. 이제  영혼이 되어 자유롭게  훨훨 날아

 어린시절 뛰놀던 고향마을로 날아 가셨을까?

고향길,  그리 먼 곳도 아니지만   38선 철책선은 자유롭게 넘어  갈 수 없는 곳이어서

장애물 없는  하늘길로 간다고   60년이나  걸렸었다고

고향에 가시면   그리 말하실까?

 

이용숙 (요안나) ,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 간

북녘땅  함경도 할머니 

6.25 사변이 발발하자 

피난민이 되어 엉겹결에 꾸린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흥남에서 남으로 가는 배(메레디스 빅토리호)를 탔더란다. 

꽃같이 예쁜  각시 시절에 ...

 

 

 

 

 

 

 

 

 

 

 

 

 

60년전인  1950년 12월 23일 , 눈보라가 휘날리던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14,000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생명의 항해'를  시작한 ' 메레디스 빅토리호'(기적의 배라고 불리는)를 타고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3일간의 악몽같은 항해끝에 거제도의 동쪽  장승포에 도착하여

다시  거제도의 북쪽에 있는 작은 섬 칠천도로 가서  아들,딸 낳고 열심히 살며 전쟁의 비극과 상처를 한번도 자식들한테 아픔 주기 싫어 발설하지  않으시고 조용히 가셨다.

 꿈에도

그리던 소원인 통일이 되어  고향에 가 보지 못한채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쪽땅에   고스란히 남겨두고 ...

 

신의주가 고향이셨던  할아버지를 따라 이 세상 소풍 끝내고 '레테의 강'을   건너가신 한 많았던 할머니.

 

 

 

 

 

 

 

어쩌면 이제 영혼이 되어 자유의 날개를  달았으니 북녘땅으로 훨훨 

날아가서 어린시절 놀던 곳과 두고 온 부모형제도 흙바람이 되어  만나보고 계실지도 ...

 

"형부, 경필이  할머니께서 피난 오실때 어떻게 오셨는지 아세요?

혹시 "메레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오셨는지?..."

"그래 배를 타고 장승포항에 도착하여 칠천도로 갔지  그리고 지금까지..."

" 아~~ 하 그랬었구나"

 

 

 

 

 

신의주의 비료공장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어린 두 아들을 어른들께

맡겨 두고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을 하던중

6.25 사변이  터졌고 고향의 어른들께 맡겨진 어린 자식들과도 생이별을 한 채

거제도에 딸린 작은 섬 칠천도에서  고기잡고 조개파서 할아버지께서 

 만든 배를 타고 마산가서 팔고 물건 떼  와서 장사하며 이곳에서 태어난 자식들 키우고 공부시킨다고 뼈를 깎는

고생을 하셨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리워 자식들에게 들킬까봐 소리없이 가슴으로 울며 서러운 한을 안고 살다

끝내 노환으로 돌아가신 안타까운 분이다.

 

 

 

 

 

 

 

가족들과 친척들로  넘쳐나서 왁자지껄한  장례식 풍경만 보다가

  홀로 떠나는 침묵만 흐르는 망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성도들의  장례미사가 더 한층  눈물겹다.

국화꽃  만발한 10월 ,

 손자의 손에 들린 영정속에서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이별을 하시는지...

 

 

 

 

 

 

 

 

 

북에 두고 온 두  형님들을 대신하여 어린나이에,  늙으신 부모님의 장남이 되어

하늘에 닿을 만큼의 끝없는 효도를 실천하여 주위의 칭송이 자자했던

형부 , 그 효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어머니 가시는 길 이별에 오열한다.

 

 

 

 

 

 

 

아직도 거제도는 6.25 사변의 아픈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다

포로수용소의 잔해며 ...

곧 전쟁은 끝이 날테고 고향에 돌아가겠지

 라고 생각했던  피난길이 영원한 이별길이  되었고

북녘땅에서 피난와서   나이들어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을 보면

 '생명의 항해' 끝에 소리없이 사라져가는  그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통일의 꽃은 언제쯤이나 피어날지...

 

 

 

 

먼저 가신  할아버지가 누워 계신 묘역으로 뒤 따라 가는 길에 

 망자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을  지나자

전쟁이 준 상처의 아픈 흔적을 보며 유족들은 또 다시  오열했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이야기 앞에 함께 한 성도들도 목이 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