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숙아, 금혼식에도 불러 줘 들러리 되어 줄게

 

 

 

 경숙이네    급한  볼일이  생겨 전화로 안부를 묻고 곧장  찾아  갔다

27년 전 결혼한 친구는 그림같은 집에서 여전히 예쁘고 우아하게  살고 있었다

집 울타리가 되어버린  빨간 버찌는 오월의  햇살을 행복하게 받아 먹고    단맛내며 익어가고 ,

토종닭들은  쫑쫑대며 모이를 쪼아 먹다가 낯선 방문객을 보자 겁을 집어 먹었는지  무화과  그늘속으로 

무리지어 어미닭을 따라  숨어 버렸다.

시내에서 삭막하게 살고 있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한적한 교외에  

전원주택 지어 나의  고등학교시절  한 해  위의  선배님과 결혼하여 알콩달콩 잘 살고 있었다.

경숙이랑은 가끔씩  시내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로의  안부만 살짝  묻고 곧장  헤어졌다.

 

 친구네 집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의 살림솜씨에 이내  탄복하고 말았다.

사방이 유리로 된 거실은   오월의 푸르름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왔고

조금 먼 거리로 느껴지지만  칠천량의 푸른바다가 창문너머로 넘실거렸다

밤에는 별들이 쏟아져 내려 와  놀다 가는 곳이라고도  했다. 

아 참 낭만적인 곳 .

거실 벽 곳곳에  걸려 있는 작품사진들은  또  저마다 환한 미소로  반겨 주었다.

 가족들이  사진찍기를 정말 좋아하는것 같다고 했더니

가족 모두의   취미라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고 했다.

  더 많은 사진들을 보여주겠다며

   열권도 넘는   앨범을 고풍스런  진열장에서 꺼내다가  그만

한장의 사진이 흘러 내려서  얼른 주워 보니

퍽  오래 된  사진이었다. 

 앨범속에서 흘러 내린    빛바랜  사진 한장을 들고  

"어머나 참 오래 된 사진이네    예쁜 신부옆에 선   시골아가씨는 누굴까?"

라고 궁금 해 하니

"누구긴...  명숙이지... 너잖아  "

"어 맞네  하하하  넘 웃긴다 ...촌빨 ... 이 사진  내가 가져갈거야  나 줘 " 

그리고  반강제로 뺏은 사진을 챙겨 드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였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자

집에 가야한다고  허둥대는 꼴을 보고  친구는 웃으며 친정엄마처럼 또 푸짐하게 챙겨 주었다.

좋아하는 버찌도 다  따 가도 좋다고 하였고

토종닭들이 며칠동안  소리치며  낳은 계란도  한꾸러미 담아서  주었다 .

 

 집으로  돌아 온 후

  일주일째 누르스름하니  빛바랜 사진을  여전히 들여 다 보고 있지만

아직도  질리지 않는다 .

보고  또 보고 ...

기억에도 없었던  사진 한장을 보고 저절로 웃음이 난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일이다.  

친구가 결혼한다며 참석 해 달라기에

이웃집 마슬가듯  평상복을 입고  결혼식에 참석하였고  예쁜 신부의 곁에서

 들러리가 되어  주었을것이다

결혼식 날의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여자형제가 없었던  신부를 위해

 사진도 찍어 주고, 부케가 삐뚤어지지 않게 바로 고쳐 주기도 했을것이고, 소지품도 챙겨 주었을것이며...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결혼식 때 신부의 들러리는 신부를 돋보이게 하는  

 역활로 만족해야   한다고  그래서  그랬는지

화장도 제대로 하지 않고 결혼식에 참석한것 같다.

지금 생각 해 보니

정말 순진한 신부의 들러리였던것 같다

기억속을 더듬어 보니  그날 신부로부터 부케를 받은 행운도 있었는데...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친구의 멋진 들러리가 되어  주고 싶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세기의 결혼식을 한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결혼한 캐서린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참석하여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동생 파이파가 생각나는 날

우아하고 매력적이었던 그녀와 그녀의  하얀드레스와  ...

들러리를 서려면 적어도  파이파 정도는  되어주어야 했었는데.

 

경숙아,  금혼식(23년 뒤? 맞나)에 다시   불러 주지 않을래?

그 날은   정말   멋진 들러리가 되어 줄 자신이 있어 ... 

 

 

 

 

 

 

 

28731

 

 

 

 

 

 

 

 

 

 

세기의 결혼식, 윌리엄왕자의 결혼식 풍경과 ..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