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고양이 목숨은 아홉개라는데?

이바구아지매 2011. 6. 14. 07:50

..

 

 

28743

 

 

 

 

야옹~

 

 

 

 

 

이른 아침, 출근을 하던  남편이 대문가에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  봐라  요기 좀 와서 치워라 고양이가 죽어 있다  ,빨리빨리  안 치우고 뭐 하노 ?' 하고

불 같은  성격의  남편이 출근길에  숨이 넘어  간다, 제2차 세계대전 만큼이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아내의  아침 시간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호출을 할까 싶어  긴장하며 부리나케

 .슬리퍼를  딸딸  끌며  군인처럼 달려갔다. 

"봐라봐라  이기 뭐꼬 "

남편이 가리키는  금지손가락 끝을 따라가니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 한마리가  죽어 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저 봐라 보기 흉하제 ? . 지나가는 사람들 저런 꼴 보면 아침부터 기분 엉망이 안되겠나 "

"참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 내가  아무리 동네북이라고 우리집 앞도 아닌 남의 집 앞에서 죽어 있는

고양이도   나 보고 치우라고? ,  어디  내 심장은  강철심장인가?

안 그래도 어젯밤   맥주사러 가는 길에  가로등 불빛아래서  보았던  풍경아닌가

어젯밤 사실 남편한테 고양이가 죽어 있더라는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서리다 일부러 안했다.

맛있게 술을 마시고 있는 자리에서 차에 치여  비명횡사한 고양이 이야기를 전하는것도 술맛 떨어지는 일일테고.

그런 이야기를 했더라면  영락없이 그 뒷처리는 내 몫이니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눈을 뜨고 죽은 고양이의  모습은 섬뜩하였다.

고양이는  왜 죽었을까 조금 추측 해 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집과 길 하나를 사이로  마주 보고 사는 이웃인  

 000네 집에는  날마다 자식들이 들락거린다. 그들이 몰고 온 차령  중 한대가

분명 고양이를 저지경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사고의  정황으로 본다면 십중팔구  억지가 아닌 사실임을 입증할 수 있다.

차 바퀴가 고양이의 배를 깔아 뭉개며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고영이가 죽은 시각은 어제 오후 3~4시경, 

담벼락에 기대서 따뜻한 햇살에  졸고 있던  고양이에게 아무런 경고도 없이 갑자기 달려 드는

차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당한 순간적인 사고.그게 아니면  또.다른 이유로도 분명 그집 아들들의 차에 의해..

.  근처에 살고 있는  자식들은 어머니가 살고 계신 집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차를 몰고 온다.

  그리고 우리집  앞까지  다 점령하여 전용차고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웃이라는 이유로   말없이 참아왔다 이웃이 된 이상 배려와 양보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이번만큼은 배려하고  싶지 않다.

엄연히  그들의  집앞에  

죽어 있는 고양이를 치우지 않고 있는데  그런  일 마저도 

 내가 나서서 해야하다니  그건 아니라고 본다.

, 오늘 아침의 내 기분은 영 말이 아니다.

"싫다 다른 건 몰라도 사고나서 죽은 고양이를 치우는 건 정말 싫어,  

 못해  고양이를 치여죽인 사람이 엄연하게 있고

설사 모른다고 해도 그집 사람들이 이 꼴을 봐야지 조심도 하고 청소도 하지 내가 이 동네 청소부도 아니고,

개똥치우고   담배꽁초 줍기만 하더라도

 하루에 수백개 혹은 수천개를 줍는건 당연하고 온갖 날라다니는 허접한  쓰레기며 ...

 

게다가 오늘은 죽은 고양이까지 치우라고? 정말 못해

안한다구 절대로... "

하고 큰 소리를 땅땅치고 대문을 닫고 들어 와 버렸다.

사실 지난 밤 그 꼴을 본 000집 할머니가 혹시 죽은 고양이를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릴까봐

밤 새 잠을 설쳤다 가끔씩 000네 할머니는 음식물 쓰레기와  

 전혀 다른 종류의 쓰레기들과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 지꺼기들을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통에 가득 부어 놓기가 일쑤였다

 사소한 일로는   화를 잘 내지 않는  나도 그런 꼴을 보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 온다.

하지만 어쩌랴  참아야지 연세드신 분들이신데  싸울수도 없지 않는가

 설령 따진다고 하더라도   나만 나쁜 사람 될것이고

이렇게 해서 오늘날까지 무조건   참았다.

이웃이란 이유로 날마다 볼 사람들에게 내가 좀 참자는 생각으로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까지  다 주웠지만 

 오늘 아침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이 동네엔  나만 사나?

왜 나만 보고 매일 청소하라고 난리야   오늘 아침  남편은  또  출근길에

아내의 기분을  정말  엉망징창으로 만들어 놓고 가버렸다.

나라는 인간은  어디  간도 쓸개도 없는 사람쯤으로 아는지?

당당하게  월급 받고 일하는  국가공무원 (미화원)도 있지 않는가?.그들의  할일마저 내가 다 해버리면 그들은  왜 필요해?

 이제부터라도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 좀 고만 시키라고,

.다섯아이 낳아서  키운다고 얼마나 바쁘고 힘이 드는데 ...

 

오늘도 변함없이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를 위해  한바탕 쓰나미 같은 전쟁을 치루었다.

그리고나자   텅 비어버리는 적막감이

찾아 들자  아침에 내질렀던  흥분도  가라 앉았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안타깝게 죽어 간 고양이에 대해 많은 생각이 찾아든다.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개라고 했는데.

고양이는 절대로  쉽게 죽지 않는다는데..그랗게 질긴 목숨을 가진 ... 그래서  요물이라고 하더니만.

어지간한 높이에서는 떨어져도 쉽게 죽지 않는다고 했다. 설사 높은곳에서 떨어지게 되더라도

미리 내려 다 보며 떨어질 위치를 파악하고  중력가속도를 이용하여 공기의 저항을 받더라도

다리를 확  펼쳐 몸을 가볍게 하여 떨어지면 충격이 완화되어 다치지도 않는다더니.

  그런 면에서 보면 고양이의 살고자 하는 끈질긴 생명력은 인간보다 한 수 위

대단하지 않는가?

그런 고양이는

 죽어서도 악몽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저주스런  요물로  그려지곤 한다.

 

이야기속으로 들어온 고양이가 섬뜩하게  비춰지게 된 이유라면 실제 생활하면서

 겪게 된 경험에서 온 여러가지  부정적인  모습들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열두동물,  12간지에서도 쥐는 첫번째로 선택을 받는 지혜로운 동물로 묘사되지만

고양이는 아예 선택받지 못했다.

  고양이에 대한  심한 편견때문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고양이의 질긴 생명력은 어짜면 연구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개...질기고 질기다.

사람의 욕심 중 가장 으뜸이 되는 것 또한   생명의 영원함이 아닐까?

천하의 진시황제만 보아도.영원한 삶을 위하여 불로초를 찾아 세상을 휘돌지 않았는가?..

그런 진시황제를 향해 고양이는 마냥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양이도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자동차 앞에서는

 '야옹' 하고 한번 슬프게 울어보지도 못한채  비명에 가고 말았다.

고양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거대한 속도로 질주하는 였는지도 모르겠다.

 

 죽은 고양이는 지금쯤 어찌 되었을까?

000네에서 치웠을까?

아니면 미화원이 치웠을까??

다시 궁금해진다.

혹 000네 대문가에 그대로 있으면  거두어  뒷산  양지쪽에라도  잘 묻어주어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