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황소는 암소를 좋아한다.

이바구아지매 2011. 8. 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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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소이야기

 

 

 

 

          < 끌려 온 소>

 

"햐~~아  참말로 골 때리네

 

오늘 내 할일이 얼매나 많은 줄 아나?

 

장발단속에다가  사창거리 식당 여급  맘보치마 단속도 나가야  하고  꼭 이레 바뿐날에사말고  요놈의 소떼거리까지

 

일로 맨들아주네  바라바라 정식아,(방돌이~ 방위)"

 

"예 경사님,"

 

"니 이것들로 어데서 또 끌고 왔노???"

 

"예 출근하다가  삼거리 지나다 보니  다릿거리서 어슬렁거리가?"

 

"참말로 이거 안되것네 요가 지서제 어데 우시장이가? 와 너그들은 집구석에서  주는 꼴이나

 

 단디묵고 퍼질러 자모 되는기제 맨날 잘 쳐 묵고 띵까띵까 놀고 그것도 모자래가 산에 놔

 

주모 칡덩쿨이랑 소쌀낭개나 뜯어묵고 실컷 놀모 되제 머한다꼬 또 너무 밭을

 

쓰데댕기고 또 강냉이 다 넘가삐고 깨 심어논거 다 정치고 고메줄도 몬씨거로 작살내고

 

참외, 수박  다 깨났것네 .우짜노

 

아이구 골 아파라 이것들이 도대체  지서로 뭘로 보고 겁도 없노, 고마 몽디로 찜질로 해 보까?

 

똑 바리 몬서나? 음메(끔벅끔벅) 망할놈의 소새끼들 내 이것들땜시 머리샌다카이

 

정식아, 요로 소똥밭 맨들기전에 이장집에 기별해라  그라고 연세동네에 퍼뜩  연락해가

 

밭고랑  정친 것  주인 찾아가 물어주고 쌔기쌔기 소 찾아가라캐라

 

안 그라모 소 죄이다 팔아무삔다캐라 오늘 안에 안 찾아가모 소시장에 보내삐끼라꼬 알긋나?"

 

"예"

 

이 순경은 아침부터 열이 받았다.

 

"내 이것들이 적어나 말끼로  알아들으모 엎드리 뻗쳐를 팍 시킬낀데...

 

 

하고 아침부터 이 순경의 흥분한 침은  팍팍 튀어 올랐고  

 

 욕을 바가지로 들어도  눈만 끔뻑거리며 침이 튀겨도  뒷발길질만 해 대는 소들...

 

심심해진 소들은 되새김질에다 파리가 올라붙으니 꽁지로  훽훽 젖는 여유만 부리니

 

이런 소 귀에 경읽기지...

 

"음머 ~~"

 

"뿌리릭푸디딕 ~~퍽 ~~"

 

"어라 요건 또 머꼬 ?아니 요기가 어데라꼬 똥까지 싸  어쭈구리  삼겹주름살 똥을 ? 어이쿠 기어코 일 저지르네

 

똥포리들 다 모이것네 이 일을 인자 우짜모 좋노 "

 

성질이 머리끝까지 오른 이경사  갑갑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소떼들은 꼭 불만이 있어가 데모하로 온 것 맨치로 이 순경을 빤히 쳐다만 보고 말없는

 

시위를 했다.

 

 

 

 

 

 

                 < 부룩떼기(황소)는 암소를 좋아한다>

 

 

그 날 우리는 냇가에서 옷을 입은채 물속에서 물구나무를 서기도하고  물속에서 개헤엄을 쳐 가서

 

가만 서 있는 친구 다리를 접칠기도하고 물속에서 지나가는 탱바리를 덥치기도 하였다

 

햇살은 땡볕을 머리위로 쏘아대니  물밖으로 나오면 금새 머리가 따갑고 등이 아려오는 더위를 느꼈다.

 

아이들이 멱을 감고 있는  근처엔 방천(둑)이 있었고 그 방천(둑)에는  포구나무(팽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시원한 그늘과 맑은 물이 흐르는 꽃밭덤붕은   아이들이  멱을 감는 멋진 곳이기도 했지만  동네 소들의 휴식처이기도 했다.

 

건넌마을 두원이네  부룩떼기는 이 그늘나무가 있는 물가의 터줏대감이고  왕초였다.

 

여름이면 날마다 이 물가에서 신선놀음을 했고 돈도 벌고 재미도 실컷 보는 세상에서 젤

 

배짱좋은 부룩떼기 

 

  동네아지매들은  멀쩡한 사내가   남자노릇이 실망스럽다고 생각되면  

 

"어이구아이구 고마 그 고치따가 저건네 부룩때기 갔다주거라 우짜모 부룩떼기보다 몬하노

 

그래가 어데쓰것노  00네집 부룩떼기는  그 짓 해가 돈도 잘 버리주더마는..."

 

이렇게 남자들 기를 팍 꺾어 놓는 아지매들도 종종 있었다..

 

 

햇살이 쏘아대는  그 날도 포구나무 아래로 두원이네 부룩떼기가 큰 눈을 끔뻑이며

 

물가운데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검정고무신, 하양고무신을 뒤죽박죽으로 벗어  제 맛대로 갱변으로 날리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때  너무 쎄게 벗겨진   신발  한짝은 하늘로 날아 올랐다가 물에 내려 꽂쳤다가 다시

 

중심을 잡아 작은 배처럼 동동 떠내려 가자     기를 쓰고  쫓아가서  건져  다시 하늘로 힘껏 차 올리는

 

악동들의  고문을 당하고도 다이아표 고무신은 질기고 질겨서 절대로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아이들은 왁자지껄 첨벙대며 물수제비를  뜨기도 하고  입술이 파랗게 질리도록 멱을 감기도 하고 , 

 

눈알이 빨개지도록 온종일 물속에서 하루를 온통 다 보냈다.

 

 장난이 심한 녀석들은    두 눈을 활짝 뜬 채 물속을  헤엄을 쳐 가  두원이네  부룩떼기의 두 다리가 하는 꼴을  물속에서  구경을 하고

 

 그조차도 재미없다고 생각되면  물밖으로 튀어나와 제비처럼 몸을 부르르 떨어 물기를 털어내고 따끈하게 데워진 강가의 돌밭에 누워서

 

둥실둥실 떠 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양떼구름이 가는 곳이 어디일까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였다.

 

그런 녀석들의  돈공으로  실안개가 피어오르고   저체온으로 내려가 시퍼러둥둥해진  모습으로 한참동안 떨기도 했다.

 

 우리들의 왕눈이 친구인 소들도 아침부터   물가로 나와  신선놀음을  하였는데

 

소주인들은 한낮이면  너도나도  소를  몰고 나와 그늘진 곳이나 혹은 물가로 장소를 몇번이고

이동하여 소를 박말에다 매어놓고 갔다(더위를 먹지 말라고)

 

두원이네 부룩떼기는돈도 잘 벌어서  운수 좋은 날에는 하루에도 서너차례 재미를 보았는데(상을 붙인다고 하였음)) 우리 면내에선

 

최고의 부룩떼기로 상(발정) 을 내는 암소는 무조건 두원이네 부룩떼기한테 상을 부치고  갔다

 

우리는 두원이네 소가 상을 붙는 것쯤은  갓난쟁이시절부터  많이 봐온터여서 그일을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날도  우리가 목욕하는 근처에는  발정난 암소  한마리가  꽃밭덤붕  잔디밭에 매여 있었다

 

소는 발정을 내면 잘 먹지도 않고 '음머 음머' 하고 부룩떼기만 찾는데,

 

그렇게 암소가 부룩떼기를 찾자 자신의 할일이라고 생각한   부룩떼기가 암소의 그 울부짖음을

 

보자     초능력적인  힘을 발휘해  고삐를  끊어버리고 단숨에 달려가서 암소위에 올라탔다

 

암소는 부룩떼기의 강한 힘에   밀려서 몸이 움찔했지만

 

부룩떼기는 있는 힘을 다해서 자기의 그것을 암소의 그 곳에 사정없이 팍 꽂았다.

 

부룩떼기의 그것은 길이가 30cm  정도로 분홍색이었고 하얀  액이 질 근처에서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흥분한 부룩떼기의 입에서도 허연 거품이 주둥이 양쪽으로 질질 흘러내리고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물가에 서서  박수를 치며

 

"와 상 붙었다  두원이저거소 고치 크다 그자  저바라 길다 그자 "

 

'참 아푸것다  피나모 우짜노?"

 

"아푼거로아나 짐승들은 그런 거 모린다 "

 

'그라모 저 상붙은거 돈도 몬 받고  공짜네 공짜 하하하"

 

"참 신기하다그자 저리 상을 붙고나모 고마 암소배가 탱탱 불어가 새끼로 놓는다아이가

 

참 웃긴다 그자 아무리봐도 아무것도 엄꼬 부룩떼기 고치만 들어갔는데 와 송아지가 나오꼬?"

 

"그거는 사람들하고 똑 같은거 아인가?"

 

"사람도 아메 소처럼 그런거 아인가?"

 

"바라 사람도 남자는 고치가 안 있나 그런거 아인가?"

 

"몰라몰라 우리 목욕이나 하자 "

 

하고 물에서  물배통통 찰배통통 놀이를 하는데 이번엔 두원이저거 부룩때기가

 

첨벙대며 들어오더니만   아이들의 머리위에서  설사똥을 철철 흘리는게 아닌가 물에 너무 오래 서 있었던 관계로 그만

 

배탈이 옹골지게 난 것이다 꾸렁한 냄새를  휘날리며...

 

"엄마야, 부룩때기가 설사를 했다 물이 다 똥물이다 피해라 물도 쓰데가

 

다 꾸정물이다 우리  고마 저 욱에 독새덤붕으로 헹구로 가자"

 

아이들은 입은옷에 고무신을 거머쥐고 부룩떼기를 피해서 맑은 물로 냅다 뛰었다

 

부룩때기는 날아드는 똥파리를 긴 꽁지붓으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파리를 쫓으며

 

엉덩이에 붙은 까분디(까만 혹 혹은 사마귀같은 진딧물일종) 랑 눈가에 자잘하게 붙은 작은 까분디에게

 

쪽을 못폈다. 큰 덩치에도 말이다.

 

 

 

 

   유년의 뜰에서  본   부룩떼기의 사랑놀이(발정, 그리고  교미하기)가   다북했다.

 

짭짤하게 돈을  벌어 준 부룩때기의 근황이 궁금해서 얼마전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한 두원이한테 물어보니

 

"아파서 팔아버렸다고 .. 늙어서 정력 또한 예전 같지를 않고..."

 

이렇게 한마디로 끝낸다.

 

참 싱거운 녀석   두원이의  재미 없는 대답으로   부룩떼기의 일대기는  지상에서  완전히  막을 내리고 말았다

 

 

 

오키가끔은  이런 추억도   공유하는 것 나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