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아줌마도라는 섬에서 ...

이바구아지매 2011. 8. 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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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창가에서 빌려 온 사진 *

 

 

 

 

창 밖은  노내리는  비의 세상

 

비를 핑계대고 나만의 공간에서

오늘은

내가 만든 작은 섬,  내가 일군 섬 '아줌마도' 에서 머문  지나간 시간을  반추 해 보기로 했다.

내가 아줌마라고 불리기 시작한 때는 정확히 언제였을까?  알지 못한다 .

내 생의 최초로  아줌마라고 불린 그 역사적인   날 ...라고 왜 기록 해 두지 못했을까?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말이다.

 

처녀도에서   배를 타고  아줌마도에 정박한 날은 분명 명예로운 승진의 감격적인 날이었는데..

 토닥거리며 질곡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고 , 때로는 무척이나 편안하고,  따뜻하고, 또 제법 많은 날은  안정감을 느꼈던  섬

   아줌마도에서   앞으로 나는 10년,혹은 20년은  더 머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

 

가족이란 이름으로 제법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절정기

아줌마도에서 나의  할일은  정말 많았다  인생의  무르익은 주연배우답게

 밭고랑에 씨 뿌리고 거름주며 가꾸는 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해냈었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던 제법 큰소리 칠 수 있는 시간들 .

 

 

내가 탄 배는 항해를 계속하여 다음섬인  할머니도로 갈 예정이다 .

그 섬에 도착하여 정착하게 될  미래의 나는  지나 온 섬 아줌마도를 또 어떻게 바라볼까?

그 때는 아마도 소박한  인생별곡을 노래하겠지 하얀머리 내 친구들과

넉넉하고 천진한 모습으로 되돌아가 그 섬의 흙이 되는 날을 태연하고  단아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야겠지.

 

라는 뜬금없는 미래를 스케치 해 본다 .

 

 

 잠깐  집 나갔던 정신이 돌아오자  아무일도 하지 못한 채

생각없는 모습으로 머그잔 가득한  커피만  축내고 있는 꼴을 하고 있다.

 

그래도 ,아침부터 인터넷의 거리를 헤매다가  지칠즈음  찾아 낸  마음에 쏙 드는 시하나  건져올렸으니

이만하면  대박이다.

 

마음이 공감하는 기분좋은  날이 될것같은 예감.

 

시인 김승희의

 '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를 기억하는 시간

 

나와 내 가족을 고스란히  닮은 듯 가난한

'그래도라는 섬 '을 

세상에  소문내어 나누고 싶은 날...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울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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