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가나의 추석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11. 9. 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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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가나네 집에서는

할머니와 아빠,엄마, 소담언니,귀염언니 범일오빠랑

대전에서 오신 삼촌과 숙모, 그리고 사촌들인  나민언니와 해민언니가 오순도순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며  송편도 먹고  사과,귤,포도며 배를 배가  볼록해지도록 먹었습니다 .

하지만 여름햇살은 짧고 추석은 빨라 잘 익은 햇밤과 햇대추를 시장에서 구하지 못하여  

묵은것으로 차례상에 올렸다가 먹어 보니 오래된 맛이 나서

그만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여름햇살의 힘이 부족하여  햅쌀도 구하기 어렵다고  뉴스에서는 9월의 빠른 추석때문에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전합니다.

  그렇다고 미운 추석은 절대로 아닙니다.

가나는 추석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

몇번이고 손가락 꼽아 기다린 추석입니다.

명절날 우리집에 가족들이 모이면 모두가

"어이쿠 우리가나 예쁘고  착하네 공부도 잘하고 할머니 말씀도 잘 듣고 

 그림도 잘 그리지 우리 가나가 이 세상에서 제일멋진

꼬마 아가씨야"

라시며.안아주고 업어주고 귀엽다며 볼을 콕 집으며 하얗게 웃어 주기도 하는 가족들이 있어

그런 칭찬을 듣는건   선생님께서 우리반  친구들앞에서 

" 가나는 그림도  잘 그리고,  글짓기도 잘하고,   참 착하기도 하지요"

라시며  칭찬주머니를 풀어  칭찬 가득 해 주시는 선생님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가나의 기분하고 똑같아요.

오늘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어제까지  내리던 비도 딱 멎어주었고  

파란하늘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가는 모습이

하도 예쁘니 엄마도 두둥실 기분이 좋아져서 소리칩니다 .

"가나야,엄마랑 능포  바닷가에 가 보지 않을래?"

"그래 엄마 우리 바다로 가서 낚시해요   낚시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오빠랑 오빠친구랑  물고기 잡아 봤는데 ...야호 신난다"

엄마의 마음이 변하기전  엄마가 좋아하는 빨강모자를 얼른 찾아내어 

가나도 엄마도 빨강 모자를 쓰고  물고기 잡으러 바다로 갑니다.

 

 

 

 

아휴 더워, 너무 더운 추석입니다 바다로 풍덩 달려들고 싶은 하루입니다.

여름이 가기 싫다고 버팅기는  모양입니다

금새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어지네요.

 

참 오늘밤에는  환한 달님이 두둥실  떠오를까요?

만약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면  달님에게 가나 이사가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할거에요  가나는 친구들과 헤어져서 다른곳으로 전학가기 싫단 말이에요

 아빠가 이제 가나교육문제 때문에 시내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하셨을때

할머니랑 펑펑 소리내어 울었어요.

가나는 등대와 바다와 갈매기와 해녀가 살고 있는,  

그리고 '가나야, 학교 가자'  하고 학교 가는 길에 집으로  찾아 와 주는  우리반친구들이  있는 이 곳이 정말  좋아요.

 

 

 

 

하지만 오늘은 슬프지 않아요

엄마랑 바다로 가고 있잖아요.

 

 

 

 

 

할 수 없이  전학을 가게 되더라도 이곳 친구들에게 꼭 편지 할거에요

그런데 가나가 전학가버리면  우리반 친구 재동이가 너무 슬퍼할지도 몰라요

재동이는 가나가 너무 좋다고 자기엄마한테 말했고  그애 엄마는 또  

우리엄마한테 말해서   가끔씩 엄마는

" 가나는 좋겠다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아서 ..."

라고 하시거든요.

 유치원에서 만나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정혁이,관호,시형이 우람이 ...우리반 열여섯명의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고  생각날거에요.

 

 

 

 

친구들아, 맹세할게

절대로 너희들 잊지 않겠다고  이렇게 맹세하는 거 보이니?

 

 

 

 

 

바다로 가는 길에 추석이라고 할아버지댁에 다니러 온 언니들인지

낯선 얼굴들이  제법 보입니다.

길가에 쭉 늘어선  은행나무밑을 지나가게 되자 엄마는 코를 은행나무에 대고 흠흠댑니다.

 꾸역꾸역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시며

엄마는

은행이 익어가는 가을의  은행나무 밑에서는  똥냄새가 난다시며

떨어진 은행알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시네요.

그리고 더 중요한건 절대로 은행을 털어서는 안되며 은행을 털다가 경찰한테 들키면 잡혀간다고 하시며

학교 가는 길에  혹은 집에 가는 시간에도 친구들이 은행을 터는것을 보게 되면 나쁜일이라며 하지 못하게 말리라고  당부까지 하시고..

 

 

 

 

길 가에 세워놓은 버스의 옆구리에는

"동백꽃의 고향 지심도로 오세요"

라며 빠알가니 고운 동백꽃그림이 붙어 있네요.

 

 

ㅋ 바다 가까이로 왔나 봅니다 .

바다냄새가 살살 풍깁니다.

 

 

 

 

 

 

그렇군요 추석이라 그물만저희끼리 놀라며  말려 놓고 어부들은 집으로 돌아갔나 봅니다

이곳에서 날마다 그물을 깁던 '동티모르아저씨'들도 고향에 다니러 갔을까요?

 

 

 

 

 

참 신기합니다 가나처럼 물고기를 잡고 싶은 사람들이 먼저 바다로 와서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어부아저씨들은 추석이라 이 곳에 오지 않을것이고  이제 우리들의 세상입니다.

 

 

 

 

 

 

ㅎㅎ 저 빈 배 중 하나를 골라 타고' 캡틴 쿡 선장'이 되어  태평양으로 항해 해 나가 볼까요?

 

 

 

 

바다 저쪽은 팔랑포와 덕포 그리고 외포라네요

배를 타고 나가서 고기떼들을 몰아서 임진왜란 당시 첫승전지인 이순신장군의 옥포대첩에 빛나는 팔랑포로 ...?

 

 

 

 

우아 누군가가 잡아 올려 산판에 누운  복어의 배가 볼록하니  참말로 웃깁니다

복어는 새우와 멸치를 너무 많이 잡아 먹어 배가 저리 부른지?

아니면 목이 말라 바닷물을  많이 마셔 저리 배가 볼록한지  배가 터질것만 같아 겁도 납니다.

가나는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가 보고 싶어 엄마를 조릅니다

배하나만  하나 사달라고 ...

 

 

 

 

정말 배를 타고 바다 먼 곳으로 나가 보고 싶습니다

고래와  상어를  만나더라도 무섭지 않을것 같습니다.

 

 

 

파란 옷을 입은 아이가 낚시를 하고 있네요 얼른 다가가서

"너 몇학년이야 "

라고 물으니

"일학년"

"우리학교에서 너 못본 것 같은데 ..."

"응 나 부산에서  추석이라고 할아버지댁에 아빠,엄마랑 다니러 왔어"

 

"그랬구나 그런데 너 고기 잘 잡는것 같다    몇마리 잡았어?"

"응 노래미 열마리 잡았어  망상어도 잡고  그런데 말이야  오늘 처음으로 낚시 해 본다 너무 재밌어 "

 처음으로 낚시를 한다는데 낚시 정말 잘해요.

가나도 해 보고 싶은데...

 

 

 

파란아이가 하늘을 낚고 있어요.

 

 

 

 

 

 

 

줄무늬가 있는 저 물고기는 열대어?  아니  줄돔?

부산에서 온 아이 아빠가 낚시하여 잡았지만 너무 작아서 도로 바다에 놓아 준 물고기입니다.

 

 

 

파란 하늘이 바다속으로 놀러 왔습니다

두개의 하늘이 생겼습니다.

 

 

 

할머니도 오늘 처음으로 낚시를 한다고 하시면서 잘도 물고기를 낚아 올리네요

 

 

 

부산에서 오신 아저씨가 잡은 물고기들입니다

물통에는 망상어 ,용치노래미, 노래미, 쥐취 등이  첨벙댑니다 바다로 가고 싶다고.

 

 

 

빨강등대와 하얀등대와 수평선

 

 

 

할머니도 난생 처음으로 낚시를 해 본다는데

벌써 몇마리나 잡았습니다.

낚싯대를 물속에 넣기만 하면 고기들이 바보같이 입질을 하고 맙니다.

바부탱이 물고기들입니다.

 

 

 

또 다시 일학년이 금방금방 노래미를 잡아 올립니다

가나도 낚시 잘 할 수 있는데  낚싯대도 하나 없습니다.

대나무로 낚싯대를 하나 만들어 도 쓸만하다며

엄마는 대나무낚싯대를 들고 강가로 나가 본 적도 많다고 합니다.

 

 

 

바다로 내려 온 하늘이 신기합니다.

 

 

 

 

 부산아저씨께서  잡아 올린 졸복은 아직도 배가 볼록볼록 합니다

 

눈알은 황금색으로 바다로 가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듯합니다.

 

 

 

우아 너무도 신기합니다

10분전 부산아저씨가 잡아 올린 복어 아직도 숨을 쉽니다.

배가 볼록볼록하며 입도 뽁뽁거리며  소리를 내는것 같습니다 .

볼록한 뱃속에다 복어는 산소를 가득 담아 두었나 봅니다.

물밖에서 10분도 넘게 살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바다로 가고 싶은 졸복이야기...놀랍고 신기히네요.

 

 

 

 

바다와 물고기와 하늘이  서로 친구되어 노는 곳에서 가니도 함께하고 싶은데...

 

 

 

 

늦여름햇살이 탱글탱글 익어가는 바닷가에서 가을을 생각 해 봅니다.

매미소리를 들으며.갈매기소리를 들으며...

 

 

 

망상어야 망상어야  ...

 

 

 

 

비록 가나가 잡은 물고기는 아니지만 망상어를 데리고 집에 가서 자랑할겁니다

그리고 할머니께 드릴겁니다.

 

 

 

얘 아가야, 비린내 나지 않니? 라고 부산아저씨가 물어봅니다

아니요 물고기한테서 향기가 나요 바다향기가 솔솔 풍기는게 너무 좋아요 하하하.

라고 대답 해 드렸죠.

 

 

 

 

가나가 망상어를 잡았다고 하면 우리 할머니 얼마나 좋아할까요

그렇지만 범일이 오빠는 분명 이렇게 말할걸요.

"뻥치지마라 어디다가 거짓말을 하노 ...내가 너한테 속는  바본줄 아나 .."

라고 말하겠지만

그래도 신이 납니다 .

망상어랑 함께 집에 가게 되었으니까요.

 

 

 

 

부산에서 온 또 다른 아이들도 산판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틈새로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가나는 이제 집으로 갑니다 .

전학을 가게 되더라도 오늘을 절대로 잊지 않을거예요..

2011년9월 12일 추석날 능포바다로  물고기를 만나러 간 날을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