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특종 , '끝 없는 사랑'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이바구아지매 2011. 9. 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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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늦은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자리에 들기 전  샤워를 하고 기분좋게 방으로 들어 가려는 순간

'쿵' 하는 큰 소리에 놀라 베란다로 얼른 나가 소리가 났던  방향의 창밖을 내다 보게 되었고

눈 앞에는 고현천이 지나가는길목인   고현사거리에서 충돌衝突한 채  

마주보고  멈춰 선  두 대의 버스가 교차하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

 

정확한 시간은   10시30분경.

황급히   벗었던  옷을 다시  주워 입고 카메라를 챙겨 들고   급하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현장에 도착 해 보니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던 모양이라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고  사고 내막은 정확히  잘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시내 한가운데서 일어난 사고였는지라 한동안 사람들은 웅성웅성 모여들었고

구경거리가 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맨 먼저 사고소식을  알고 달려 온 정비공장차가 '쿵' 하고 들이받은 두 대의 버스를 향해 떡 하니 버티고 섰으며

순식간에 우루루 몰려 든 구경꾼들과    기자들이   뒤섞혀 연신 한 밤의

사고현장에서  특종을  건져올리겠다는  생각으로 발빠르게  담기 시작하였으며

 충돌한 버스에서 내린 기사들은  서로 자신의 과실이 아니라고  언성을  높힐즈음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 오더군요 .

파출소는 사고현장과는 불과 100m 거리내에 있었지만 경찰은 언제나 바쁜지라

재빠르게 사고현장에 도착하기란 쉽지 않았을겁니다.

 

 

 때마침, 이 곳을 우연히  지나가다 사고의 현장을 목격한 외국인들도  자신들이   마치 한국인이라도 되는듯

함께 어울려서 사고경위가 궁금한지 자리를  바삐 떠나지 않고 사건의 현장에서 구경하며 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부부인듯한  두 사람이  다가와서 어둠속에서  사진속의  모델이 되어 주겠다고 자처(think of oneself)하였습니다.

 뒤숭숭한 와중이었지만 그들의 특별한 제의에  상쾌하고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소중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

 

 웅성거리는 사람들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특별한 재미를  준  풍경

함께  보실까요?

 

 

 

 

 

 

 

끝 없는 사랑...환하게 웃는 모습이 가을처럼  아름다운 그들

 

 

촌분의  순간조차  놓치지 않으려  바쁘게 움직이는  '빨강머리앤'을  보자 자신들도 한번 찍어 보라며

즉석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해 주더군요 .

뜻밖에 벌어진  '순간포착'의 흥분을 즐기며

 급하게 찍은 사진을  함께  확인 해 보니 떨어버린 모습이라 다시 찍어주겠다며  멋진 포즈를 청하자 그들은

 단박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꾸밈없이 마음껏  표현  해 주었습니다.

2011년9월 17일  이국땅에서  따뜻한 추억을 담아 준   증인이 된  빨강머리 앤  현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바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자신들의 웃음 가득한 표정을  사진으로 만나자   좋아서 두팔 벌려  V를 그려 보이며 걸어가는 젊은 그들이었습니다.

 

 

 

 

 

 

어둠속으로 걸어가는 그들...

 

 

 어둠속으로  멀어져간 그들로 인하여 상쾌하고 기분좋은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났던 일이었으므로 그들이   어느나라에서 왔으며,

거제시의 어디쯤에 살고 있으며, 무슨 일을 하는지,하물며 이름조차

 알아보지 못한 채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냥 그렇게 헤어진것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그들에게 이 멋진  추억의 사진을 선물로 꼭 전하고 싶은데 ...

어떻게 전해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고를 낸  두 대의 버스와 구경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 고현동의 밤

 

 

 

 

 

그렇거나말거나

달같은 가로등이 고고한 불빛을 발하는 고현동의 밤은 심해(深海)처럼 깊어만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