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일기예보처럼 종일 내릴 모양입니다
자로 잰듯한 수직의 빗줄기가 바다로 내려 꽂힙니다.
빗소리는 굵은 소금을 뿌리듯 바다에서 토닥입니다.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던 가을전어떼들이 토닥이는 빗소리를 듣고 놀라 물밖으로 솟구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날에는 그물 들고 바다로 나가는 어부가 되고 싶습니다 .
.
비가 내리자 안개 자욱한 하얀세상으로 변한 고현항에 정박한 채 1년간의 시간을 꼬박 빈둥거리고 있는
페가수스의 모습이 멀리로 보입니다.
내리는 비와 보조를 맞추어 조금 더 부지런히 걸어가 나른하게 졸고 있는 배 근처로 도착합니다.
바닷길이 사라지자 그만 할일이 없어진 날으는 천마 페가수스가
더 이상 날기를 포기한 채 비를 맞고 얌전히 묶여 있습니다.
불과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이름만큼이나 화려하게 바닷길을 달렸지만
이제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져 가는 시간입니다.
페가수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돋친 천마(天馬).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자를 때 떨어지는 핏방울에서 생겼다 하며, 영웅 벨레로폰의 애마(愛馬)로 활약하였고, 그 뒤 하늘로 올라 별자리가 되었다 합니다. <출처 백과사전>
잊혀져가는 페가수스의 화려했던 명성을 잠깐 회상 해 봅니다.
쌍동선으로 만들어진 배의 구조는 안전하게 설계되어 균형이 잘 잡힌 배를 타고 가끔씩 부산으로 오가던 날들이
어제같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는 고현항에서 .
바다 건너 안개속으로 전망좋은 '해와나루' 펜션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비가 내리는 바다의 고요는 차라리 처연하게 느껴집니다.
삼성조선소가 시작되는 장평로
이제는 아무도 다가와서 눈길한번 주지 않는 '거제도 한려해상국립공원 관광안내' 표지판,
가을비를 즈려밟고 가는 분위기는 발길 닿는 곳 마다 쓸쓸함이 묻어 납니다.
이 작은 여객선터미널도 오랫동안 제법 분주하였습니다.
부산과 고현으로 오고가는 뱃길의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배를 타기 위해서 조금의 시간은 머물러야 했으니 말이죠.
'부산항여객터미널' 이제 굳게 문이 닫힌지 얼추 1년에 가깝습니다.
장평로를 따라 걸으며' 페가수스' 옆에서 눈여겨 본 산판 위의 수상가옥?을 보며
이 곳의 밤바다, 그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그려봅니다.
비를 맞자 투명하게 반짝이는 빗길로 걸어 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조차 가을비를 닮아 보이는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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