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둔덕골에서 가조도까지 ...가나의 하루

이바구아지매 2011. 11. 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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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엄마는 지나간 블로그 일기장을 뒤져보면서

" 작년 오늘은  무얼했지 ?

하고 뜬금없이  궁금해 하시더니

오호라 시인의 마을,시인의 길을 걸었군

 그럼 오늘 다시 그 길을 걸어볼까? 

가나야, 엄마랑 둔덕詩골 가 볼까?"

"가나는 능포바다로 가서  낚시하고 싶은데 ..."

"그래 그럼 먼저  둔덕詩골 갔다가 오면서 낚시도 가자 응  "

단단히  약속하고 둔덕골로 달려 갔습니다. 

 

 

 

어라  민들레꽃이 가을에 ?

 

둔덕골 청마공원에서 놀랍게도 봄꽃인  민들레를  만났습니다.

게으른  가을이 언덕길을 넘어가서 추운 겨울을 만나기 싫어 버티는 산방산 아랫마을

양지쪽에서 피어난  노란 민들레꽃이 말합니다.   

"안녕 예쁜 가나양  우린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정말 심심했다구"

노란 민들레꽃은  가나가 올줄 알고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군요 .

이곳에서 태어나셨다는  시인 청마 유치환할아버지께서는

이 착하고 얌전한 '거제도 둔덕골을  시로 노래하였다네요.

가나에게는 많이 어려운 시이지만  함께 기억 해 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거제도(巨濟島) 둔덕(屯德)골

유치환

 

 

거제도 둔덕골은

팔대(八代)로 내려 나의 부조(父祖)의 살으신 곳

적은 골 안 다가솟은 산방(山芳)산 비탈 알로

몇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

마을은 언제나 생겨난 그 외로운 앉음새로

할아버지 살던 집에 손주가 살고

아버지 갈던 밭을 아들네 갈고

베 짜서 옷 입고

조약 써서 병 고치고

그리하여 세상은

허구한 세월과 세대가 바뀌고 흘러갔건만

사시장천 벗고 섰는 뒷산 산비탈모양

두고두고 행복된 바람이 한 번이나 불어 왔던가

시방도 신농(神農) 적 베틀에 질쌈하고

바가지에 밥 먹고

갓난것 데불고 톡톡 털며 사는 칠촌(七寸) 조카 젊은 과수며느리며

비록 갓망건은 벗었을망정

호연(浩然)한 기풍 속에 새끼 꼬며

시서(詩書)와 천하를 논하는 왕고못댁 왕고모부며

가난뱅이 살림살이 견디다간 뿌리치고

만주로 일본으로 뛰었던 큰집 젊은 증손이며

고향 마을의 정경과 친척들의 삶의 모습

그러나 끝내 이들은 손발이 장기처럼 닳도록 여기 살아

마지막 누에가 고치 되듯 애석도 모르고

살아 생전 날세고 다니던 밭머리

부조(父祖)의 묏가에 부조(父祖)처럼 한결같이 묻히리니

고향을 벗어나지 못한 운명

아아 나도 나이 불혹(不惑)에 가까웠거늘

슬플 줄도 모르는 이 골짜기 부조(父祖)의 하늘로 돌아와

일출이경(日出而耕)하고 어질게 살다 죽으리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은 소망과 의지

 

 

옮긴 글

 

 

 

'거제도 둔덕골詩비' 앞에서

민들레꽃이랑 ...

 

 

 

 

둔덕골 상둔2길 '유지마을'에서 만난 물기머금은 낙엽이들과...

 

 

상둔2길 옛돌담길과

 

 

 

 

 

돌담길이  예쁘다고   찾아 간  유지마을에서  활찍 핀 동백꽃과

 

 

 

 

 

머루알을 닮은 오가피와 파릇한 마늘밭도  만났습니다.

 

 

 

 

 

유지마을의 아흔살 되신  할머니와 백세청풍아저씨가 처음 만난 기목나무아래서  

정답게 이야기합니다

이웃할머니께선 마을을 방문한 이가 누굴까  궁금하여 얼른  이곳으로 오고 계시구요.

 

 

 

 

간 밤에 실컷 내린 비로 물기를 가득 머금은   '기목나무와 서어나무'가

만들어 준 쉼터에서  차를 태워 주신   백세청풍아저씨가  손수건을 꺼내   젖은 바닥을 닦아 드리자

 할머니께서 고맙다며 축축한 마루에  앉으셨구요.

 두런거리는 소리가 나자 시골마을로 찾아 온 사람들이  누구일까  궁금하여 돌담 너머로 내다 보다

성이 차지 않자  슬리퍼를 신고  잰걸음으로 오신 할머니  

간밤에 별일없었느냐며 허리도 펴지 못한채  이웃할머니께 바쁘게 인사합니다.

 

 

 

돌담의 나이는 몇살이나 되었을까요?

백살?이백살? 그도 아니면 천살?

혹시 고려시대 의종왕이 이곳으로 유배오셨을 때   손수 쌓기라도 한 돌담?

유심히 살펴보니 돌담을  쓰러지지 않게  옭아 메어 주는  오래 된  담쟁이 넝쿨들이

 단단하고 튼튼하게  해 주는 역활을 멋지게 해 주고 있네요. 

돌담과 담쟁이는  서로를 지켜주는 버팀목처럼 특별한  풍경입니다.

 

 

 

유지마을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이웃마을 장좌골

초상집에 가야한다며 객차(버스)를 타러 가는 길입니다.

 

 

올 가을은 정말 더웠다시는 할머니들

오랜만에  되찾은 가을날

, 마을할머니들은 우리에게  둔덕골을  찾아 주어 고맙다고 말합니다.

엄마는 예쁜 돌담길은 둔덕골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이라며    

언제까지나  지켜가야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답니다.

 

 

 

 

마을 표지석도 정답습니다.

 

 

 

참 유지마을 도로 한 가운데는 큰 나무 한그루가 서 있어 신기하기만 합니다

교통에 불편을 주고 위험하기까지 한 도로 중앙에 우뚝 서 있는 나무 한그루를 베어내지 않은 깊은 뜻은?

그  대단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유모차에 기대어선  이쪽으로  다가오는  할머니께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기다렸지만

 할머니께서는 가나앞에  오기  전 길  중간쯤에서 그만 골목길로  꺾어  들어 가 버리고 맙니다.

언젠가  다시 이  곳에  와서 그 사연을 꼭 알아 내리라 생각하며   숙제로 남겨 둡니다.

 

 

둔덕초등학교 상둔분교

 

건넌마을의 할아버지로부터 이 작은 학교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둔덕면의 중심이었던 학교가 어이없게  폐교가 되어버렸다고 많이  섭섭해 하시던 모습을 기억하며

할아버지께서 손뻗어  가르쳐 주시던 학교로 찾아 가 봅니다.

 

 

 

반공소년 이승복어린이상.

 

오래 전 그러니까 엄마가 어린시절

1968년 울진, 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 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외치던 소년을 무참하게 살해한 무장공비들의 만행을

책으로 배운적이 있으며

겅원도 평창군 용평면에는 이승복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고 들려주십니다.

 이승복  동상을 보니  가나처럼 어린이였군요.

 

 

 

 

이번에는 아저씨랑 오래전 사용한 교실로 들어 가 봅니다.

지금 막  청소하고 공부해도 좋을만한 교실.

 

 

 

담쟁이넝쿨도 창문을 타고 기어듭니다.

친구들이 시끄럽게 고함치는  소리가 듣고 싶은 모양입니다.

 

 

 

 

 

음식은 골고루  먹자는  선생님의 말씀.

 

 

 

 

'식사는 즐겁게 '

라고 적혀 있습니다..

요즘 가나는 먹어도먹어도 배가 고픕니다.

급식시간에 먹다 남기면 안된다며 쪼그만 아이라고  밥을 아주 작게 주어서 늘 배가 고픕니다.

친구야, 가나는 밥 많이 먹어  밥 좀 꾹꾹 눌러 퍼 담아   줘  알았지?...

  하고 앙칼지게 소리지를  뻔하였습니다.

 

 

 

 

둔덕초등학교 상둔분교는 1955년 4월1일에 개교하여

1998년3월1일에 폐교되었군요.

시골마을이라 친구들은 부모님을 따라 도시 혹은  시내로 다 따나갔고

학교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떠나버린 후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네요.

 

 

 

이번에는 '둔덕기성'으로 가다  언덕길에서 만난 강아지풀이 반갑다고  톡톡거리며

인사하는 모양이 재미나서 ...

 

 

 

고개를 총총거리며 내미는   강아지풀    하나를  뜯어 봅니다.

동화작가  권정생할아버지의' 강아지풀 '이 막  생각납니다.

 

 

 

안개로 둘러쌓인  '둔덕기성'은  하얀나라입니다.

이런 몽환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아 노래 부르고 싶다는  엄마

"오늘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지 가나야 넘 멋지지 ..."

라며 마구 감탄합니다.

 

 

 

 고려시대 정중부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가제도로 유폐당한  비운의  의종왕이

이곳 우두봉에 올라 깊은 시름을 달래곤 하였답니다.

 얼마전까지도  이 곳은 '폐왕성'으로 불렸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32권

거제현 고적조에 '둔덕기성'으로 기록되어 있어  문화재청에서는 

 사적명칭을 폐왕성에서 둔덕기성으로 수정하였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폐왕성으로 불렸던 둔덕기성

 

이곳에서 산행을 오신분들이 김밥을 주셔서  맛있게 먹었답니다.

주인을 따라  산행을 온 커다란 개를 만나자

늑대를 닮은듯하여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알고보니 너무 착한 개라  금방 친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집수지.

 

이 곳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물을 가두는 곳.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제 509호)
경상남도 거제시 둔덕면 거림리 산 93

 

 

 

 

'폐왕성'에 갇힌 아이 가나

 

 

 

엄마랑 가나랑 거제 둔덕기성(폐왕성)에서 ...

 

거제도에는   현재 25개의 성이 있으며

지리적으로 왜구의 침입이 많았던 섬지역이라  성을 많이 쌓을 수 밖에 없었겠죠.

 

 

 

 

임도를 따라 ...

 

 

산을 내려와서조차 .

엄마는 가나랑 한 약속을 끝내 잊어버리고 말았는지

자꾸만 엉뚱한곳으로 가지 않겠어요. 

가나 그만  와앙  울어버렸답니다

"낚시~ 낚시 ~ 낚시~"

라며 ...

 

 

 

 

비를 핑계대고 그냥 집으로 갈 생각을 하던 엄마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고기들도 비오는  날에는  집에서 낮잠만 쿨쿨 자지 않을까? 

바다로 나가봐야 허탕만칠텐데

이렇게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날 과연 낚시가 되기나할까?

하고 궁시렁대며 가조도계도마을로 마지못해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내 기분좋게 멋진 낚시터에서  줄낚시 두개를  사서 다시 군령포로 갔습니다.

하지만

오늘 가나는 복어,  노래미,망상어,전어,갈치,청새치며

100마리는 꼭  잡아  집으로 갈 생각입니다.

두고 보라구요.

 

 

 

.

우산속 가나, 바다속 고기를 다 잡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비가 아무리 내려도 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군령포 고기들은 가나에게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바닷속 고기들은 낚시밥만 톡톡 따 먹고 메롱하며 달아나기만 합니다.

혹시 엄마의 말처럼 많은 고기들이 깊은 물속 산호숲으로 낮잠을 즐기러 간것은 아닐까요?

 

 

 

 먼 바다로  낚싯줄을 자꾸만  던져보지만

고기는  미끼만 톡톡 따 먹고  달아납니다.

"가나야,비 너무 많이 내리지 ,

 우리 고현시장에 가서 고기 몇마리 사가자

그래서 가나가 좋아하는  매운탕 맛 있게 끓여 먹자

어른들도 낚시하러 가서 가나처럼 한마리도 못잡고 집에 갈 때는

시장에 들러서 몇마리 사 간다더라

우리 가나도 조만간 그러겠는걸  하하하

괜찮아 가나 잘했어.

다음주에는 능포바다로 낚시하러 가 보자 "

하고 엄마는 온통 다 젖어버린 가나를 위로합니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가조도 연륙교위에서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

집에 가면 조금 더 낚시를 잘 하기 위해서 인내심을  배울 수 있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다시  몇번이고 읽어봐야겠습니다.

 

 

*** 엄마의 블로그 친구 ' 백세청풍님;'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가나는 부끄럼쟁이라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도망치듯 달아나고 말았지만

일기장에는 ' 참 고마운 아저씨'라고 적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