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보리수나무가 맞아 주는 봄의 섬 , '고개도'

이바구아지매 2012. 2. 11. 06:46

 

 

 

29007

 

 

 

 

 

거제도에서 겨울나기.

 

하얗게 눈이 내린 겨울풍경은 몽환적이거나,신비스럽거나 혹은  동화속같거나 그래서

 특별한 운치를 선물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거제도의 겨울은  조금 밋밋하고 단조롭다고 해야할까?

겨울바다는  시니컬한 모습으로 혹은 휑뎅그렁한 모습으로

   눈 앞의  정체된 풍경들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시간  

 그렇더라도  일탈을 꿈꾸며 다시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섬으로 떠나기...

 

 

 

    2012년1월29일 오후 1시 30분경

 거제도의 서쪽관문인 신,구거제대교 난간 아래로   펼쳐진   

견내량 해협에 다북솔처럼 동동  떠 있는 다도해의 섬들중  

 누구에게도 쉽게  눈에 확 띄이지  않는 작아서  숨어버린  섬   '고개도'를 찾아 간다.

 

   

 

거제도에 딸린 ,사람이 사는 유인도 10개 가운데  

 가장 작은 섬 '고개도'

 

 

 아일랜드의 국민시인   예이츠가 사랑한  작은 호수섬 

 '이니스프리' 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혹  몰랐더라도 인터넷의   검색창에 '이니스프리 를  치면   

아일랜드~더블린~ 슬라이고~   로크 길 그리고  호수 속 아주 작은 섬

 '이니스프리' 로  친절하게 안내 해 줄것이다. 

'이니스프리의 호도'는  23살 젊은 시인 예이츠가 영국에 머무는 동안

고향 슬라이고 로크 길 호수를  그리며 써내려간

주옥같은  명시로   현재까지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예이츠는  죽어서 이니스프리로 돌아가 요람같은 그 곳에 몸을 뉘었다.

 

여행을 꿈 꾸거나, 문학을 지독히 사랑하는 사랑이라면 

 '당장  떠나고 싶어 안달나는 곳 

 마음속의 무지개를 키우는 그 곳  이니스프리'

실제로 이니스프리의 겨울은  눈보라 휘날리는 추위가  길떠난 여행자에게는

황량한 고독으로  무겁게  달려들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제도에 딸린 작은 섬 '고개도'를 들어 본적이  있을까?

아직 검색창에  고개조차  내밀지 못한

   생경한 이름의 '고개도'를 듣는 순간 ,

  고개  갸우뚱거리며   고개도에 대한   호기심 가득  품어 보기 바란다.

 

 

 누군가는 이미  섬에 찾아 들어  자신의 발자국을 남겼을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섬을 찾아 간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화기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  하멜처럼 ...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의  선원이었던  하멜 일행은 일본의

나가사키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하게 되었고 곧 서울로 압송되어 1653년 (효종4) 8월 16일부터

1666년(현종7년) 일본으로 탈출하기까지 13년 동안 조선에서의 생활과 견문을 기록한 

  '하멜 표류기'로 알려진 기행문을 발표하였는데 

 유럽에 조선을 알리는 최초의 문헌이 되기도 하였다.

 

 

 내가  고개도(高介島)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1년  여름  7월 어느 날

한동안  걷기의 매력에 깊숙히 빠져 있던 시간으로  

그날은  거제시 사등면 오량리로  걸어가고 있었다.

 방향을 바꾸어야 할 지점인   견내량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었고  

  '신계마을' 이란 생소한 마을 표지석을 기억하며  

  7월의 쨍쨍이는 여름햇살을 정수리에  수직으로 받으며 걸어갔다.

   견내량길(신,구거제대교)다리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

  거제와 통영을 사이에 두고  견내량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다도해의  많은 섬중에서   유독 작아 보이는 섬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그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아무것도 알아 내지  못한 채  섬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포스팅 

 하게 되었지만 정작 섬의 

 이름조차  몰라 갑갑하였는데 

"그 작은 섬 '고개도' 입니다."

라며 친절하게  댓글로 알려주셨던 이웃블로거 백세청풍님,

 

 해가 바뀐  이번에는 고맙게도   그 섬으로 바람많은 

  겨울날 직접 동행까지 해  주신다.

 

 

 

 

 

 

♣거제도에 딸린 10개의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 '고개도 '

 

고개도를 만나러...

 

내 딸 가나를 데리고 거제시 고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30여분 달려

   버스종점인 대교에 내려

통영에서 먼저 이곳에 도착하여 기다려주신 백세청풍님을 만나 .

배를 타려고 해안도로를 따라 신계리 후포마을로  향한다.

사등면 신계리 후포마을(뒷개)은   난생처음 보는 마을로 이런 마을이 있었는지

 생각조차 해 본 일이 없는 마을이다.

거제도가 넓고 큰 섬이긴 하지만 이렇게 숨겨 놓은 마을이 있다는

 건 퍽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기도하다.

 꼭꼭 숨어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한 후포마을

나라의 큰 난리

 임진왜란과 6.25 한국전쟁조차  피해갔을법한 숨어 있기 좋은

  마을 형상을 한 이곳에서 배를 빌려 타려고

노력해보지만 결코 쉽지 않다 . 

어느 산판 위에 작고 빨간 우체통 하나가  오도카니 

 서 있어 근처로 가서 유심히 살펴보니 

작은 우체통의 좁은 지붕밑에 누군가의 휴대폰번호가 적혀 있어

사진으로 찍어 두긴 했지만 전화를 걸어보지는 못했다.

이 섬을 방문한 조행성  기자가  최초로 쓴  '고개도' 여행기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 기자가 섬을 찾아 갔을 때도

 고개섬으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배가 없어  청곡리어촌계장님께 부탁하여

  배를 타고 섬으로 건너갔다고 적고 있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은  잠깐의 짬도 주지 않고  불어대니  

바다위  여기저기 붙들어 매어 놓은  작은 배들은 

 파도를 따라  출렁대고 있지만 배의 선장이나  

어부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겨울바다는 춥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함께 섬으로 간게 된  꼬마아가씨 가나는 빈 배 하나를 무조건

  타고 그냥 노 저어 가자고  보챈다.

오늘도 고개도에 가지 못하고 헛수고만 하게 되는건 아닌지 ...

하지만 백세청풍님, 조금만 기다려 보라는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달려 가더니 

 누군가를  동행하고 와서  곧장 작은 배에 오르라고 하여  

 시키는대로   배에 오르니

작은배의 선장인듯한 사람이 배의 엔진을 살리더니 배가 작아 

 중심을 잘 잡아야한다며

쪼그리고 앉으라고 당부한다. 

배의 모서리에 적혀 있는 톤수를 보니 1.98톤이라 이렇게  작은  배를 타고  

바닷길로 넘어지듯  나아가다 처음 만난

동섬이라고 알려주는  작은  섬을  돌아 요리조리  

 돌아가는 뱃길은 정해진 항로가 있으며

바다밑으로는 각종 암초(여)가  있어 뱃길을 잘 아는 사람이 

 배를 몰아가야 한다고 했다.

바람마저 피할길이 없는 뱃전에서 온몸으로 겨울 바닷바람을 

 고스란히  받으니 얼마나 추운지

게다가 어린 가나가  뱃전에 엎드려도   바다물이  손에 닿는다

"엄마, 수영할줄 알아 바다에 빠지면 누가 구해 줘 "

이런 방정맞은 말을 흘리다니 선장님이 들으셨다면

 얼마나 섭섭할까?요란한  엔진소리에

묻혀 우리가 지껄인 방정맞은 말도  

아무일 없었던듯  바닷속으로 스며들었다.

 

  출렁이는

파도가 재미있다고  등 구부려 바닷속을 들여 다 보며 추위를 잊은 채  

 탄성을 내지르는 아이..

"상어야, 고래야,멍게야,다  나와 봐 가나는 오늘 '고개도'에 간다 .

갈매기야, 어디에 있어 날아와서 멋진  골키퍼 좀 해 봐 새우깡 줄게 "

가나는 지난번 통영의 섬,  장사도에 가던 날.뱃전으로 날아들던

  갈매기를 향해  새우깡을 던져주던 날의

즐거움을  기억하며 종종 이야기하곤 하더니  오늘도 어김없이 갈매기를  부른다.

그러고 보니 갈매기  한 마리  날지 않는 조용한 바다?

'갈매기가 날지 않는 바다도 다 있군 심심하게 말이야...'

 바다위에는 각종 어장이  복잡하게 널려 있어  혹시 배가 걸려

뒤집히지나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는  기우뚱거리면서 신기하게도   여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  등대섬을 돌아간다. 

수십년 배를 부린 선장님의 항해실력이 훌륭하다.

고개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실제로  10분 거리이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여러개의 섬을  구경 시켜준다며 10분여 시간을 더  소요한 후

 '고개도'의 빨강색  선착장에 내려 준다.

우리에게 배를 태워 고개도에 건너 준  백세청풍님의 친구  

 민권식씨는  감성돔을 잡는 어부로

3시40분경 조업을 나가야 한다며  얼른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라는 어려운 부탁을 한다.

낮잠 곤하게 주무시는 분 깨워  태워달라고 했으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두 배로 들지만  감사하다는 말은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 채...

 

 

 

 

 


고개도...

 견내량 해협에 떠 있는 작은 섬으로

 

  섬의  둘레  약 2.4km의 경사가 완만하고  나즈막한 섬이다.

신계마을 서쪽 약 200m 거리에 있으며

큰 섬과 등대섬으로 되어 있다.

큰섬 남쪽에   4가구가 살고 있으며 섬주위는 어장터로 유명하다.

또 규모는 작지만 모래사장이 있어  풍광이 빼어나게  아름답다. 

 

이 섬은 거제도에 딸린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으로 거제시 사등면 오량리에 속한다.

 

면적  0.06㎢으로

학교 운동장보다 작은 섬에 현재  4가구  9명이 살고 있다.

 참고로 거제도에 딸린 섬으로  고개섬보다 큰 무인도가 6개 더  있다고 한다.

위키백과사전 영문판을 찾아보니 거제도에 딸린 섬이 몇개인지 정확하지 않다.

60~70개 정도로 추측할 뿐 섬은  물때에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가 또 사리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섬의 정의도 제대로  모른다.

 

 

 

조업을 나가기 위해 잠을 자고 있던  친구를 사정없이

깨워 다짜고짜 고개섬에 태워 달라고 

 우겼지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껄껄껄  웃으며   고개섬에 태워 준 민권식씨...

오늘 감성돔 많이 잡았으면 좋겠다.

 

 

 

섬과의 첫 만남

 

  예의바르며 정직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차가  다니지 않아 공해도 없다.

  조금만 더 정성을 부린다면 섬은  정말  아름다운 '타샤의 정원'

처럼 아름다운 섬이 될것 같다..

 

 

 

 

배를 선착장에 접안하고 섬으로 올라서자

제일먼저 보리수나무가  반긴다

보리수나무(봄뽀리똥)는 섬의 상징으로 섬의 정중앙에서  울타리가 되어 뻗어 나가 

 둥근 아아치형의 지렛대를 타고 쭉쭉 옆으로  나가며

  둥글게둥글게 봄을 물어 나른다 아아치형으로 뻗어 나가는 보리수나무와

검고 둥근 자렛대는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교문같다.

 아이들이 서넛이라도    있었더라면   할머니네 집은 섬마을 학교로 사용해도 좋겠다.

마당에서 공도 차고 달리기도 하고 ...

할머니네 집의 상징인  오래 된  느티나무와  200살도 넘은  후박나무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덩달아  신이나서 박수 쳐 줄것 같다.

 아이들이 육지로  떠나가버린 곳.

이 곳에 아담한  학교 하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하고 좋았을까? 

.그랬으면 도시로  떠나버린 아이들이 섬으로  돌아올텐데...

 

 

 

 

 

 

 

팽나무(포구나무)

 

 

 

 

 

수령 200년의 후박나무

 

 

 

 

 

 

아름드리 후박나무

 

 

내가 본 후박나무는  수령300년 족히 됨직하지만...

 

 

 

 

 

양지쪽, 햇살이 잘 드는 보리수 나무  아래서 빨래를 개고 계시는 할머니를 보자  

섬 어디에선가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 중 '보리수'를  

나나무스꾸리의 노래로 듣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사등면 청곡에서 시집오셨다는 김금안할머니,

 친정집이 있는 큰섬 거제도에는 몇번이나 가 보셨을까?

어부의 아내가 되어 가마대신   출렁이는 배를 타고 고독한 섬에 들어와서 

 아들딸 낳아 키우며 바지락,캐고  바쁘게 살다보니

그만  섬이 되어버렸단다.

 

 

 

견내량 해협의 오후   햇살 시계는 오후 3시를 훌쩍 넘긴다.

 

 

 

 

 

 

.봄을 만들며 보리수넝쿨은 너울너물   뻗어 나간다 이렇게 뻗어

나가기를 수백년동안 쉬임없이 계속한다면

섬은 온통 보리수넝쿨로 뒤덮히게 되지않을까?

 

"성 문앞 우물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아래 단 꿈을 보았지 ~~"

 

수베르트도 몰랐던  고개섬에는 지금  보리수가 한창 가지뻗기에 바쁘다.

 

 

 

 

 

작은 섬 구석구석 돌아보는데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섬의 왼쪽으로 난 소롯길로 걸어가서 해안가에 도착하니 

 이런 어이없는 풍경이 나타난다.

바다목장에서 사용한 부표며 각종 스티로폼이 떠밀려와서

 아름다운 해변을 온통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섬사람들만의 손길만으로는 치울 엄두도 못내는 상황

섬은 이미 신음하고 있다 .

행정당국의 손길이 한시바삐 닿아야  할 곳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할일까? 해양 환경 오염 이대로 두어도 좋은가?

 

 

 

 

 

행정당국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소외된 섬을 보며 다시

섬의 왼쪽으로 가는  오솔길에서 보리수옆 따끈한 바위에 기대서

  해바라기를 하시는 할아버지를 만나

이것저것 여쭈어 보았지만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신다

 통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견내량에서 섬으로 헤엄쳐 건너온  8대조 할아버지께서 일궈 놓으신

그 터에 섬의 주인이 되어 9대째 살아가는 

이정하 할아버지.   

 

 

 

 

 

 

이번에는 섬의  중앙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넘어 간다.

 오솔길 너머로  달려 오는 바닷바람과

소나무 윙윙거리는 소리가 차거운 냉기를 사정없이  쏟아내니

 드러 낸  볼따구니와 코끝,손끝이점차 알리기 시작한다.

 

 

 

 

 

제법 울창한 소나무숲과 대숲이 부딪히며  기괴한 화음을 낸다 

 하지만   댓닢의  사각이는  소리가 조금 더 또렷하게 들린다.

 온통 바다여서 사방으로 불어오는  해풍을  안고  오솔길을  올라 선다.

 

 

 

 

다시 제법 너른 밭때기가 나오고  밭에는 지난 가을에

 수확해야 할 유자가  노랗게 매달려 있다.

하나 따서 껍질 벗겨 보니 유자향이 싸하니 코끝으로 스민다.

꽁꽁 언 손으로 유자하나 껍질  돌려 벗겨 한알 입에 넣고  벌벌 떨며 윙크하는

백세청풍님과 가나   추위가 달려들어 배를 더 고프게 하나 보다 .

'춥고 배 고프고'... 라는 말이  실감난다.

 

 

 

 

호수 속 작은 섬 이니스프리를 닮은 등대섬

 

유자밭을 지나 고개섬 뒷쪽으로 다시 펼쳐진 해변가에 도착하자

누가 말해주지 않았어도   등대섬이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등대섬이라고 알려 주는 백세청풍님,

 

 

다시 한번 놀란다    섬의 자연경관을  해치는 부표더미의 충격

 

해변가를 돌아보다 깜짝 놀라고 만다.

섬을 오염시키는 각종 스티로폼  부표더미가 섬을 온통 뒤덮었다.  

  어디서부터 밀려 온 것일까?

  바다를 오염시키며 섬의 자연경관을 해치는 이런 부표더미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소하여

섬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는 일에 왜 소홀한지 모르겠다.

바다와 섬을 잘 지키고 가꾸는 일에  팔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할 때가 아닌지?

바다와 섬이 오염되면 그 끝은?

섬을 청소하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는일도 시급하다 .

아직  시기상조라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날씨가 풀리는 봄에는

섬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에 시가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낚시가 좋아서 섬을 찾는 사람들은  제발 흔적같은 것  남기지 말아야 

 섬을 찾는 예의가 아닐까 싶다.

 

 

 

 

등대섬

 

 

임기수씨 댁이라고 들었다. 

 

유자밭을 지나 고개섬 뒷편  해변가에 또 한 채의 숨어있기 좋은 집이 나타난다

왜 천막을 쳐 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밥을 해 먹은 흔적과 김치통이며 수저도 보인다.

이집에는 임기수씨네  가족들이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

 

 

 

 

 

 

 

 

해가 기우는 시간은  팽나무도 많이 추워 보인다

 

 

 

 

 

초록 스레트지붕집 뒷켠에서

 

♣펜더(fender)를 보다.

 

배와 배가  부딪쳐도  파손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활을 하는데

요즘은 고무타이어로 대처하여  멋진 '팬더' 역활을 대신하기도 한단다.

작은 배들은 fender를 이름표처럼 꼭 달고  다니다고 하니  섬에서 돌아갈 때 

 배를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고개도에서  

  신,구거제대교가  지나가는

바다위로  은빛 햇살이 고기떼를 몰아오는  견내량을 바라보며.

 

 

 

 

 

팽나무 , 수령  약 100년  정도 되었을것으로 추정한단다.

 

 

 

 

 

 

김금안 할머니와 금방 친해진 가나는 연신 종알댄다.  

 

 

 

 

 

 

섬의 자랑이자 뿌리가 된  후박나무의 전설

 

 

 

 

 

 

 

 

 

 

 

 

섬 돌아보기

 

 

 

 

 이 집에 사는 김경범(58)씨는 현재 통영에 살고 있으며

집은  팔려고 내 놓았으니

혹시라도  살 생각이 있으면 흥정을 해 보란다.

지금은 텃밭으로 가꾸어 배추를 심어 놓은 밭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에 아래채가 있었는데

2003년9월 태풍 매미가 불어닥쳐 집을 부셔버렸으며

태풍 매미가 불던 날 방안까지 바닷물이 쳐들어왔던  악몽은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아랫채가 있었던 텃밭

 

김장철이 한참 지났지만 한밭때기 가득 배추가 뽑지 않은 채 그대로이다.

고소하고 맛있을것 같다  하지만 팔로가 막혀  없으니  고스란히  방치하고 있다.

 

 

 

 

 

 

 

 

 

 

 

꽃샘추위속이지만   남녘의 작은 섬에는  봄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보리수나무로부터...

 

 

 

 

섬에는 오래 된  보리수나무가 울타리가 되어 다시 또 

 아아치형으로 뻗어나가 봄을 쏘아 올리며

대문대신 버티고 선 모습이 이국적이다 .

 

 

 

 

낮은 보리수울타리에 기대어  해바라기 하시는  할아버지..

 

 

 

 

 

 

 

 

섬의 동쪽끝에 위치한 이 집은  이 정하 할아버지의

장남 이형식(65)씨가 살고 있는 집이란다.

해상콘도를 운영한다는  그는 오늘 육지에

 볼일을 보러 나가서 만날 수가 없다.

섬의 먼곳까지 불을 밝혀 준다는  가로등 3개가  퍽이나 인상적이다.

문명의 혜택 중 가장 중요한 불을 일으키는 전기와

남강물이 들어와 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시며

수줍게 섬이야기를 들려 주시는 할머니.

 

 

 

 

 

 

어부가 살았던 집의  뒷곁

고개섬에는 붉은 황토가 많은 모양이다 집벽이  모두 황토벽으로 되어 있다.

장독대와  긴장화와 어구들이 널부러 있는 풍경에서 섬을 읽는다.

 

 

 

 

 

섬을 걸어가며  거제대교를 바라보니 은빛으로 빛나는 겨울바다가 눈이 부신다.

오후 3시 10분경.

겨울해는 무지 짧은  솟다리다.

 김경범씨네 마당의 빨래줄을 지탱 해 주는 간짓대길이만큼이나...

 

 

 

 

 

 

"이렇게 가득 쌓인 부표더미는 누가  청소하노 .

학교 친구들과  청소 도와주러  오면 안되나? 엄마 ..."

"그래,  봄방학 내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여기로 와서

 청소하는것 도와주면 좋겠네"

 

 

 

 

"엄마, 저 빨간집 우리집이었으면 좋겠어

   가나는  섬에 살고 싶어 

호미들고 바지락 캐러 가고 싶어  노래미,볼락도 잡고

굴도 따  보고 싶어 ..."

"그럼 학교는 어떡하고..."

 

 

 

 

 

 

 

 

평화로운 섬으로 찾아 온 꼬마손님과 섬주인 김금안할머니와 

  보리수나무 아래서...

 

 

 

 

김금안 할머니  빨래 다 개켜서 소쿠리에 담아놓고  할아버지와

오후 햇살의 따스함을 즐기는 시간

 

 

-9대를 이어온 고개섬 사랑-


이 계장이 말한 ‘행님’은 고개섬에서 9대째 살고있는 이형식(65) 씨. 그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이 섬의 내력을 설명해줬다. 이 섬에 첫 발을 들인 이는 이 씨로부터 8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8대조 할아버지(이 씨로부터 8대 위)는 원래 견내량 사람으로 한 날은 언덕에 올라 바다를 둘러보았는데

멀리 보이는 고개섬이 산세도 좋고 울창해 보여 망설이지 않고 헤엄쳐왔다고 했다.

 섬을 둘러보니 확실히 땅이 비옥해 이곳을 거처로 삼기 시작했다”며 “

육지로부터 후박나무와 포고나무를 각각 2그루씩 가져와 심었는데 팔뚝만 했던 것이

지금은 이 섬을 덮을 만큼 크게 자랐다.

집 뒤로는 땅을 엎어 밭농사도 지었고 벼농사도 아주 작게 지어 의식주를 해결했다.

그때가 200년전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대 할아버지가 이 섬을 개척한 이후 대대로 장남이 이 섬을 지켜왔다.

이씨 역시 5남 3녀의 장남으로 이 섬을 떠나지 않았다.

이 씨의 8남매가 어렸을 땐 학교에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야 했다.

그때 교통수단이라곤 튼튼한 다리와

 ‘뎀마’라고 하는 노 젓는 배가 전부였는데 8남매는 5, 6세 때부터 배를 저었다고 한다.

 뎀마의 노는 길이가 4~5m정도로 8자로 젓기 때문에 노의 무게에 못 이겨 몸이

 밀리면 물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렇게 학교 다니는 동생들을 모두 태우고 육지까지 노를 저었다는 이 씨.

가장 힘들었던 것은 뭍에는 선착장도 없어 여름이고 겨울이고 바지를 걷고 바다에

첨벙 뛰어내려 배를 끌고 가야 했었다는 것이다. 어렵게 초·중등학교를 다녔고

고등학생이 돼서야 통영, 마산 등으로 하나둘씩 유학을 떠났다.

 

<출처...새거제신문 조행성 기자>

 

 

 

송아지만한 맹견이 봄을 품고 앉아  있다 ,

섬에서  '멍멍멍'하고 소리칠   필요가 있을까?

도둑조차  찾아들지 못하는 고개섬인데 ...

 

 

 

 

고개도...

 

꽃을 가꾸며 동화 쓰는  할머니로 알려진  타샤 투더'의   정원처럼 

 그렇게 가꾸어도  좋겠다. 

타샤의 정원은   30만 평의 대지에 펼쳐진 꽃들의 천국이자

 ‘지상 낙원’으로 알려져 있다.

. 18세기 영국식으로 꾸민 커티지(전원풍) 가든으로 전 세계 원예가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꽃의 정원을 가꾼 타샤 투더 ,

 그녀를  이곳으로 초대한다면,

 자연을 존중하고 삶을 사랑하며  부지런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그녀는 허브향 가득 퍼지는 꽃을 심고 가꾸며  꽃같은  동화를  다북히  써내려가서

 섬은 마음껏  아름다움을  뿜어내지 않을까?


 

 

 

고개섬으로 찾아 간  손님들

 

 

The Lake Isle of Innisfree

W.B.Yeats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of clay and wattles made
거기 잔가지 진흙이겨 바른 토담두른 작은 오두막 짓고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벌 윙윙대는 숲속에 나 혼자 살으리.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sings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And noon a purple glow
한낮엔 보라빛 환한 기색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소리 가득한 그곳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소리 들리나니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한길 위에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위에서 있을 때면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소리 들리네. 

 

 

 

 

Innisfree 의 풍경 <옮긴 사진>

 

 

 

섬에서  

 '이니스프리의 호도' 를 흥얼거린다.

닮아버린 두 개의 작은 섬을 생각하며.

 

 

 

 

 

 

 

꼬랑지만한 겨울해가 섬을 떠나라고 재촉한다.

 

 

 

 

섬에서  시원 <始原> 을 느껴본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섬에 배를 운행하지 않는다니

얼마나 불편할까?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생활권을  도시로 옮겨가야 하는 실정이다. 

갑자기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또 어떻게 대처하는지

생활의 불편이 이만저만일까?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는  섬에서 한기를 느끼니 당장  

 따끈한 커피한잔이  간절해진다.

그렇더라도  철저한 준비는 오롯이 여행자의 몫이다.

 

오후 3시 30분경 우리를 태우러 온   착한 어부의 배를 빌려 타고

  처음처럼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고작 200~300m 거리의  바다를   배 타고   돌아가야 한다니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섬은 무거운   죄를 짓고 귀양이나  가는 유배의 섬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놓아 주어  조금은 편하게   

걸어서 건너가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 해 본다.

 

불편한 그 섬에 말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순박하고  착하지 않는가.?

 


2012년1월29일,고개도를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