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섬은 섬을 돌아 거제도 칠백리 끄트머리에 꽃으로 피어난 섬 ,'화도'로 간다.

이바구아지매 2012. 2. 23. 07:41

 

 

 

29020

 

 

 

 

 

 

 

2012년 02월22일 (수)

 

거제도에 딸린 작은  섬   칠천도, 이수도, 황덕도,지심도, 내도, 외도,산달도,가조도, 고개도 그리고 화도

이 10개의 유인도 중  아홉개를 최근 몇년간에 걸쳐 돌아보았으며

 봄이면 진달래꽃으로 붉게 물들어  아름답다는  섬'화도'를 열번째로  찾아간다.

 거제도가 고향인  나는   많은  시간을 섬에서  보낸  섬아낙이지만

여전히 미지의 섬   화도(花島)를 만나러 가는 날은 또 다른 설레임을 보듬고

1월보다 오히려 더 매서운 추위를 느끼게 하는  2월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섬으로 간다.

 

이른 아침 06시 10분경 네비게이션에' 통영여객선터미널'을  찍어 달리며 차창밖으로

눈부시게 달려드는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정면으로 보며 대우조선소 혹은 삼성중공업으로  

 출근길에 바쁜  통영,사천, 고성쪽에서 달려오는  차량들의 행렬 또한 볼만하다

창 밖은   어둠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이라

 섬으로 가는 여정이

 순탄하기를 2월의 섬신 영등할만네(북서계절풍이 동남풍으로 바뀌는 시기를 민속화(民俗化)한 것)

를 불러 조심스레 부탁 해 본다.

 

언제나 단조로운 일상을 못견디는   아내의 엉뚱한  길나서기에 무겁고 나른한 몸 일으켜 이른 시각

통영여객선터미널까지  직접 운전 해 주며  잘 다녀오라는  남편(줄리앙소렐님) 에게

고맙다는 말조차 아껴버린 꼴이지만  경상도 남자는  분명 경상도 여자의 그 마음을 헤아렸을게다.

 

'화도'

'행정구역상으로는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 ,

 하지만 거제에서 정기여객선이 없어 낚싯배(5만~6만원)에 의존해야만

섬으로 드나들수 있는 불편한 곳이라

  결국 둘러  가는 길이지만 정기여객선으로  비용을 아끼려고  통영항을 택했다.

 할아버지의 멈춰버린 오래 된 시계처럼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는 느림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것.

 

 

 

 

 

 

통영시 서호동 316번지 통영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06시50분  

'빨리  들어 가  배 놓칠라 시간 없어"

라는 남편의 말에 대꾸조차 못하고  무조건 터미널로 달렸다. 

 

 

 

 

 

 

 

 

 

"화도 가는데요"

"2,450원입니다 "
""화도까지 가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죠?"

"배 타서 물어보세요"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개찰구를 빠져 나와 오른쪽 2호산판으로

 달려  용초도 방면으로 가는 '섬누리호'에 올랐다.

휴 ~안도하며

시간을 확인하니 정확하게 07시

곧장 어둠속으로 엔진소리가 시작되며 섬으로 가는  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어둠속으로 질주하는 그녀는 소매물도행 배를 향해  달리고...

 

 

 

 

 

 

 

이른 시각이라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에 배를 탄  우리는 마치  밤배를 탄 사람들같다.

오래 전 많이도 탔던 밤배의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를 다시 기억 해 낸다.

 

"아저씨,. 화도에는 몇시쯤  도착하나요?"

"2시간20분  후에 도착합니다  마지막에 내려 드릴테니 안심하고  섬구경이나 실컷 해보세요

이런 섬여행 쉽지 않을걸요 "

 

 

 

 

 

 

 

통영항의 아침이 오는  시간은
통영 출신 소설가 김용익의 작품   "밤배" 를 아련하게나마  떠 올릴 수 있을것 같다

 미국으로 그림공부를 떠난지  10년만에 제법  알려진  화가가 되어

고향  통영으로 오는 날 , 수런거리는  밤배를 탄  조영감의 둘째아들이 본 풍경을 그려보며.

 

 

 

 

 

 

바다에서의 시간은 참으로 더디 간다

등대는 여전히 깜빡이며 낯선 바닷길 달리는 배들에게 곧 항구임을 알려 주는 희망의 불빛을

반짝거림으로 알려 주는 등대의 친절을  확인하며.

 

 

 

 

 

 

 

소매물도로 향해 가는 배를 탄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라고 보면 얼추 맞을것 .

 

 

 

 

 

 

 

리아스식 해안이  절경인  통영바다.

 

하늘에서 섬의 씨앗을  훠이훠이  뿌려 심은 듯

바다위로  촘촘히 박힌 섬들 사이로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가는 예닐곱척 배들의 항해

그 중 내가 탄 섬누리호는

07시:30분경 용초도에 배를 댄다.

  할머니 한분과 해풍에 삐득하니 말린듯한  체구의 늙수구레한 남자가

배에 오른다

남자는 용기좋게  바로 옆자리로 와서   앉는다.

 "통영에 가세요?"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밭에서 키운 도라지를 캐서  다려 몸보신  할거라며  통영 서호시장에 간다고 했다

나이를 물어보니 62세라며 쑥쓰러워하는  남자는 낯선 여자가 이것저것 물어주는 것이  즐거운것 같다.

2년 전 용초도에 있다는  악질포로수용소의 흔적을 찾아가던 그 해 여름의 뜨거웠던 햇살을 기억하며

다시 그 배를 타고 가는 '배 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생각 해 본다.

 

 

 

 

 

 

 

07시 50분경 배는 다시  제법 큰 섬 '호두'의 부두  작은 산판에서 통영으로 나갈 사람들을 태운다

섬마을 입구에는 어김없이 큰 교회와 호두보건소와 편의점도 보인다 제법 큰 섬인가 보다

배를 타고 온 건장한 두 남자가 내리길래 혹시 호두섬에 호두까러 가느냐고 물었더니

종일 호두를 까다 해지면 통영으로 돌아오겠다며 피식웃으며  내린다.

세번째 섬 죽도(대섬)에서조차  교회 건물을 어김없이 보며  언젠가 황덕도에서 만난  빈집같던 작은 교회와 비교를 해 보니

통영쪽의 섬들은 모두 교회에  힘이 실린듯하다

용신제, 용왕제 등 민간신앙과  토속신앙등이   뭍과는 달리 뿌리깊이 내린 섬에서는

 기독교가  섬마을  깊숙히 파고들기란  만만하지 않을것이라고 말한 누군가의   의견은  맞지 않는듯하다.

완행열차가  간이역에 잠깐 멈추듯 네번쩨 섬  진두에 배를 1분간  댄다.

  진두는 한산도의 면소재지로 용초도의 경민이가 배를 타고 와서 다니던 한산중학교가  나타나니 무척이나 반갑다 .

용초도이장님의 아들인  김경민  이제 고등학교로 진학했을지도  모르겠다.

한산도의 진두에서 추봉도를 건너가는 추봉연륙교를 지나

8:40분경 배는 다시 동좌도의 산판에서 두어사람 태운다.

역시 동좌 마을회관(동좌어촌계를 겸함)이 보이고  태양이 아침햇살을  바다로

 조금씩 뿌리기 시작하니 갈매기들이 좋아서 앙앙거리며 높이 날아 오른다.

바다는 잔물결조차 일지 않아 파도가 없는 호수같다.

배는 다시 서좌도 마을에 8:53분경 잠깐 대더니 대여섯명의 승객을 태운다

유난히도 빨강색 지붕이 많이 보이던 서좌마을은  마을회관조차 빨강색 지붕이다

배는 다시 엔진소리 드높혀 황토밭으로 온통 섬이 빨간 비산도에 댄다

비산길이란 길주소가 얼룩진 창가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배가 오기를 기다리며 찬바람에 수건으로 칭칭 동여 맨 할머니가 '비산도'산판위에서

배가 나타나자 맑게 웃으며  섬누리호 사무장님의 손을 잡고 배에 오른다

그리고 먼저 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웃사촌을 만난것처럼 반가워한다.

각각 다른 섬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로 모두 통영으로 시장을 보러 가는 길인것 같다

혹은 병원에 가거나..

 

 

 

 

 

 

 

일곱개의 섬을 지나자 창가로 아침 햇살이 확  밝아오더니  여덟번째 꽃섬으로 불리는   화도가 나타난다.

"자 화도에 도착했습니다

 화도여행 즐겁게 하시고 오후 2시 15분 다시 태우러 오겠습니다 "

라는 인사를 남기고 흰머리 희끗희끗한 모습의 온화한 인상의 사무장아저씨,  방향을 돌리는 뱃머리를 따라  함께 멀어져갔고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0분이면 화도에 도착하지만  따로 배를 운항할 수 없어

언제나 화도는 빙빙 돌아  마지막 뱃길의 행선지가 되는 곳 

그렇더라도  화도사람들은 아무런 불평한마디 않는단다.

배를 타고  2시간 20분 소요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배삯이  2,450원 정말 착한 가격이다

이렇게  저렴한 배삯을 받는 것은    도서민을 위한  국고지원이 따르는  때문이란다.

 

 

화도에 내리는 단 한사람인 나를 내려 주고 돌아가는 쓸쓸한 배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화도의 첫마을인 면포마을에 올라서자

어디선가 날아 든 괭이갈매들이 하늘가에서 야단스레 춤추고 소리지르며  화도를  찾아  준  손님을 반긴다.

 섬에서의 첫 느낌은  너무 조용하다는 것 그리고 가끔씩은 자연이 펄펄 살아나서 제 각각의 소리를  내지른다는 것 .

  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현재 시각은  09시 24분을 가르킨다. 

  버스 정류장모양을 한  화도 선착장

뒷편에 매여 있던  심심한 개  복슬이는 낯선사람을 보자   

 저 할일이 생겼다고 야단 법석을 뜬다

킁킁 멍멍 훨훨  킁킁 멍멍 훨훨 왈왈 머~엉 ...

날씨는 해를 언듯 보이다가 다시 꾸물한 회색빛으로 무겁게 내려 앉는다. 

일기예보를 귀기울이지 않고 나섰더니

혹시 비라도  내린다면 낭패다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배가 고파온다. 물한병도  챙겨오지 않았으니 얼마나 버텨낼지

작은 섬에 구멍가게 하나 있을리 만무한데...

.

 

화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