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개와 늑대의 시간 (성내에서)

이바구아지매 2012. 6. 29. 10:39

 

29106

 

유월의 끝자락,

 

 

 

 

도라지꽃이 한창인 '성내마을'

 

 도시생활이 팍팍하게 느껴지거나  가끔씩  풀냄새가  그리운 날은  차를 타고 가까운 교외로 나가곤합니다.

 이미 하지[夏至] 를 넘긴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여름햇살의 여유로움을 보니   아직 늑대의 시간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남았다고 여겨지니  오늘도 한번 나가봐야겠죠.

 

 

 퇴근 후 ,

 거제시 사등면 사등성지,성내마을로 어둠이 내리는 풍경을 보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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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성내마을'

 

천년을 훨씬 넘게 버텨 온 독로국의 왕성이었다는  사등성지,

 

  변한 12개국중 독로국이라 칭하고 왕도는

 이곳 사등성으로  정하였다고 다산 정약용의 아방강역고의 변진별고에서 추정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1,400년 된 왕성으로 증명 할 수 있는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안에서  정직하게  대대손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 모습이  신비롭고 특별한 곳.

사등성안,   성내마을입니다.

 

 

 

 

여름꽃 능소화도  곱게  피었군요.

 

시내에서 종종 만나는 외국인들이 아는체를 하며 자전거를 타고 이국땅의  골목길을 여유롭게 달려갑니다.

저들은 마을의  유구한   역사는  잘 알지 못하겠지요?

단지 집으로 가는 길목으로 생각할뿐.

 

 

 

 

 

넝쿨꽃 능소화가 주렁주렁 피어 난 여름.

 

성내마을에서 능소화를 보는 기분은 또  시리고  아득해집니다.

이 곳이 그 옛날, 독로국 왕성이었다면   

 그리운 님(임금님)을 기다리다 지쳐 쓰러져간  가녀린 여인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잊혀진 여인의  슬픔 ,

능소화의 슬픈이야기를 기억하며  꽃을  보니  애틋한 마음이 솟구쳐  발길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해넘이가 시작되는  시간 ,

해는 아주 오래 전   쌓았다는 성안의 돌담을   잠깐동안  빨갛게 물들여줍니다.

콩콩거리며 달려 가는 가나를 보며 천년전 성안에 살았을법한  어떤 아이를  생각 해  봅니다.

 

 

 

 

 

 골목길조차 예사롭지 않은 미로형태라  마을 밖으로 찾아 나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적(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합니다만,

 가끔씩 찾아왔다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해매이기도 하지만

분명한건 선조들이 만든 지혜로운 성이라는 사실이죠.

현재는 불편하다는 이유로,개발이란 미명아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성터의 흔적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돌무더기조차  귀한 역사의 유물처럼 되어버린 곳.

잘 가꾸어 대대손손 물려 주어야 할 문화유산 ,사등성지.

 

 

 

 

 

 

화살표 방향으로 따라 가면  '사등교회'와 만나기도 합니다.

1907년 세워진 사등교회의 역사 , 그러고 보니 100년을 훌쩍 넘었군요.

 

 

 

 

 

 

 

해질녘,

 밭작물들에게  물을 주는 할머니,

많이 가물었다며  바가지에 물을 떠 와서 식물들에게 힘내라며 물을 먹여줍니다.

 

 

 

 

 

 

 

무심한 흙무덤에서 찾아 낸  조가비 몇개 들고 마냥 신기하여 들여 다 보며

 성내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작은아이 가나는  몇년 전 발간 된 거제의 역사 '독로국이야기'를 재미있어 몇번이나

읽었다며 자신있게

마을을  관찰합니다.

 

 

 

 

 

 

 

 

들풀이 무성한 옹성위로   이웃마을 사근리가 고향인  백세청풍님과  걸어갑니다.

 

 

 

 

 

우리지역의 향토사 연구에 관심이 무척이나 많으신 이웃블로거 백세청풍님

성내마을이  고향인 친구들도 몇몇 있었지만  청운의 꿈을 안고  모두  도시로 나가버렸다고 합니다.

 

 

 

 

 

 

 늑대의 시간이   들풀 무성한 옹성위로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옹성위에서  내려 와 논에서 폴짝이는 작디 작은 개구리를 발견합니다.

"와우  개구리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

하고 가나가 소리칩니다

 

 

 

 

성내마을을 요리조리 걷다가  발견한

"한 그루의 동백나무를 위하여"

누군가가  한그루의 나무를 위해  틈새를 제법 벌려놓고  담장을 쌓았군요

이 멋진 배려를 한  누군가가 궁금해집니다

내친김에 나무를 사랑한이를 찾아 가 봐야겠습니다.

 

 

 

 

 

 

많이 걸었다며 다리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는 투정쟁이 가나를   얼른 업어주는 나무같은 사람.

 

 

 

 

 

사등3길 22-7 혹시 평화로워 보이는 이 집에  마음 따스한 이가 살고 있을까요?

한번 들어 가 보겠습니다.

 

 

 

 

혹시...했더니

역시 그랬군요 

 무척이나 젊어보이는 임정문(72) 아저씨, 나무를 지독히도 사랑하는 분이셨군요

오래 전 이 곳에 나란히 다섯그루의 나무가 있었는데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도로를 넓히려고 돌담을 허물다 보니

나무를 베어내야 할 형편이었지만  잘려나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한그루는 저렇게 두게 되었다고 ,

옛일을 어제처럼 회상하시는 임아저씨.

노란 양은주전자에 물 가득 담아 오늘  밭에 심었다는  고구마가 뿌리 내리기를 잘하라고  물주기로 여념이 없는

모습도 참 평화롭고 맑은  성내마을의 소담한 풍경입니다.

마당을 잔디밭으로 곱게 잘 가꾼  어여쁜 집에서   천년도 넘게 견뎌 온  돌담과 , 오래 된 한옥과 ,

일찍 나온 낮달과 함께 아저씨네 뜨락으로 찾아 든  여름 풍경은  정말 정말 서정적입니다.

밤이 깊어지면  반딧불이도 도깨비가 되어 놀러 올것같은 곳.

 

 

 

 

일찍 나온 여윈 달을 보며 아저씨네 마당에서  착하고 얌전하게 생긴 아저씨의

아주머니께서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며 밭으로  막  달려가서 따다주신 싱싱한 토마토를 몇번이고 인사를  하고 맛 있게 먹었습니다.

시원한 찬물 한잔도 청하여  단숨에   들이키며 아저씨로부터  마을의 유래를  열심히 듣기도 하였습니다

아저씨의 착한 아주머니께서는  밭에서 잘 키운 오이를 시골의 후한 인심으로  몇개 성큼 따다 선물로 주셨구요

나무를 사랑하는 임아저씨,   우연히 찾은 방문객을 이렇게 반겨주시다니요.

고향집으로 돌아 온 느낌처럼  푸근하니 좋습니다.

 

 

 

 

 

 

논바닥으로  둥둥 떠 다니는 개구리밥 ^^*

 

 

 

 

 

똑똑미로찾기게임 정말 재미있어요^^*

 

 

 

 

 

 

 

개와 늑대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속으로...

 

 

 

 

조금 더 어둠이 내리면 자전거도 도깨비로 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새밭머리에서 ...

 

낮이란 햇살이 따가운지라  어둠이 짙게 깔리기전  밭일을 한참동안이나  한 성내아주머니

참깨꽃,도라지꽃, 방풍꽃,고추꽃등 , 밭에서 자라는 식물들조차  저마다 예쁜꽃을 피워 올려

여름이 더한층 예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 

 

 

 

 

 

 

고추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성내상회...

 

 

큰성 사등성, 성내마을을 쏙쏙드리 돌아보고 나오니

   사방은  이미 어둠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습니다.

조그만 구멍가게 '성내상회' 작은 간판에도  파랗게  불이 들어왔습니다.

가로등 불빛은  심심한 시골길에서 밤새 졸지도 모를일입니다 .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