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70년대의 아득한 향수가 해넘이로 물드는 ' 성포마을'

이바구아지매 2012. 5. 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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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를 보는 순간, 

 숨이 딱 멈춰버릴만큼 아름답다고  소문난 작은포구 성포항으로 갑니다 .

 

 햇살시계는 찬란한 불덩이로 작은 포구에서 긴 하루를 찰박거리며 놀다가 돌아갈 시간이 되자

  마지막 정열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이며

바다속으로 자멱질을 시도합니다.

   정성을 다해  성포항을 표현하는 자연의 예술가  해넘이의 향연.

그 화려하고,장엄하고 ,성스러운 햇살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보게 되었으니

발소리,숨소리 죽이고  해넘이를 숭고하게 맞이하렵니다.

 

 

 

 

함께 동행한 이웃블로거 백세청풍님,  오래 전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데

어느 날, 집안사정으로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통영으로 이사를 갔다네요

 하지만     마음에 담은  고향이  그리운 날에는    가끔씩  찾곤한다는데

오늘은 빨강머리 앤의 작은아이 가나랑    손 잡고 고향길 걸어봅니다.

 

 

 

 

 

 

 

 

 

 

오월 하순,  05월21일  성포항에서 바라보는  해넘이가  시작되는 시각.

 

햇살은 늘어날대로 늘어난 고무줄처럼  길어져서 오후 6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지만

 바다로 주렴<珠簾> 펼치며 늦은 게으름으로 고혹적인  유혹을 합니다.

 

 

 

 

 

자연의 빛깔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니   이리도  아름답다는걸  작은포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요?

 

 

 

 

 

 

 

 

 

 

 

숲에서 내다 보는 해넘이도 황홀합니다.

바람맛도 상쾌하구요.

 

 

    오래 전

이 길은 숲속으로  난 작은 오솔길이었겠죠 ?

 '햇살이 지고    어스름 달빛이 내리는 밤이면  배고픈 삯<살쾡이>의  울음소리가  마을을 휩싸고 돌았을법한 신작로길

 

 

 

 

 

 

 

 

뉘집 벽을 타고 돌아가다 만난 멸치떼입니다

이 곳에 있었던  사등면사무소는 새로운  마을소재지를 정해 옮겨가고  

그 터를 산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지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네요.

 

 

 

 

 

 

바다를 내려 다 보며 날마다 해넘이를 즐기는 집 ,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욕심부려 넘치도록 다 받은 사람일겁니다.

백세청풍님  그러네요 

아름다운  집의 주인은 유년의  따뜻한 날의  우정을 나누며 함께자란 친구네 집이랍니다.

 

 

 

아 참 이쁜 울타리의 집

붉은 장미꽃이 울타리가 되어 준  집, , 뽕나무가 오디를 달고 오뉴월 햇살에 익어가려고   애 쓰는 집 .

 

 

 

친구랑은 인사도 없이   그냥 ...

 

이 길 지나가니 특별하게 아름다운 마을 두개가  생각납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인 체코의 '동화마을'과  ,대한민국 거제시의  '성포마을'

누구라도 꼭  기억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걷다 만난 버스,

버스는 또 하나의 섬  가조도로 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질녘을 본 적이 나 살아 가는 동안 몇번이나 있었는지...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것같은, 발그레한 평화가 느껴지는 .이마을에서라면 , 라고 욕심부려봅니다.

 

 

 

 

해넘이가 시작되는 동안은  마을도 붉게 탑니다.

작은 마을이 이렇게도 아름다룰 수 있다니 ...이건 사람의 능력으로는 연출하지  못하는

자연의 아들인  햇살이 주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어떤 수식어로도 지금의  해넘이 모습을  분명하게 혹은 아름답게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할정도로 .

.

 

 

 

 

 

2012 .05.21(월)

고향을 찾아와서 옛날을 들려주며  걸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얗게 예쁜집은  바닷가 마을을 지켜주는 사등면파출소며

여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찬물같은 시원한 한줄기의 바람맛이며.

예전의  지서앞에는  반공호도 있었고, 방위병도 있었으며,

 방위병들의 특별한 간식이었던  몇개의 별사탕이 든 건빵을 얻어 먹는 재미도 있었다고 들려주네요.

  오래된 이야기를 전설처럼 쏟아내며  서 있는  하얀집인  파출소.

 

 

 

 

 

 

 

 

오래전 ,

이곳에는 2층집의 약국도  있었다는데 , 어디에도 흔적조차  없네요

다만  밭작물과 찔레꽃이 줄기 뻗어 어울려 놀고 있는  오월의 성포

 

 

 

바닷가로 가는 길에 지서랑 약국터를 지나자 버스정류장이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버스를 기다리는지 ,

물어보지 못했지만

천진스런 아이들이 뛰노는 풍경도 예뻐서 한컷 살짝. 담아봅니다.

 

 

 

 

오월의  텃밭이야기

 

 

 

쉬엄쉬엄 성포의 역사를 들으며 도착한 작은포구에는 할일없어 시간만 죽이고

있는  건달같은 배들이 밀려드는 파도와 부대끼며  뒤척이는 모습을 만납니다.

 

 

 

60~70년대의 풍경이 세월의 이끼를 매단채  남아 있어 더  아름다운 성포

백세청풍님이 들려주는 성포이야기는 몇번이고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오래 된 수협과  어판장과  수협앞의 파란색 지붕인  일본식 집은 작은 아버지댁으로  옛풍경을 유물처럼 버리지 못하여

보전하고 있다니   역사의 향기마저 느껴지는 숭고한 마을같습니다.

 

 

 

 

 

 

걷다가 길에서 만난  작은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대화로 소통하는  백세청풍님,

 

 

이 골목길로 한번 달려 가 볼까요?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는 느낌이 드는 길입니다.

 

 

 

아 그 유명한 노루표페인트 가게가  따뜻하게 작년처럼 그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조용한 어촌 ,

 

 

 

멀리로 수협위판장이 보입니다 오래 된 작은포구의 역사가  오늘까지 이어져 온  곳..

성포의 수협 위판장이 번창하던  시절에는  많은 고기가 잡혀서  판매고 또한 대단하였다고 전하지만

이 곳을 눈여겨 본 통영의 견유(유방마을)에서  활어경매장을 열어 이 곳의  어민들을 다 몰고 갔다고합니다

값을 좋게 매겨 준 경매가 ,

  견유마을의 마케팅전략으로 먹혀든  유인책은 움직이는 시장경제를 잘  보여주는 한 예가 되었다죠.

 

 

 

 

 

 

'이별의 정거장'으로  불리던 성포항

뱃길이 교통수단이었던 바닷길 시절

이곳에서 배를 타고 떠나간 사람들과 다시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성포항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가고  오던 뱃길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라

  이곳에서 배를 타고 부산, 혹은 여수로 오가던 시간을 사람들은 이제 기억에서조차 잊어가는지도  모를일입니다.

'김밥사이소 맛있는  토영김밥 사이소'를 외치던 '밤 배'의 늙수구레한 할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혹 있는지

배에서 화풍단이란 환을 팔던 하얀머리의 키큰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또 혹시 ...

 

 

 

 

 

해넘이로 함께 물드는 포구의 오래 된 건물들도 빨갛게 상기되어 수줍은듯 웃고 있습니다.

 

 

 

해는 곧 달에게 임무교대를 하겠죠.

 

 

 

내일은 만선을 꿈꾸는 작은 배

 

 

 

 

 

 

 

 

 

 

 

서쪽하늘은  빨갛고 서쪽의 건물들은 까맣게 타는  밤으로 가는 대비가 심한 풍경도 확인합니다.

 

 

 

동쪽의 시간은 오후 7시 06분으로 달리지만 아직 밝음입니다.

 

 

 

 

창호편의점과 거제시 사등우체국이  낯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거제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해넘이의 영화같은  장관을 몇번 보지 못했습니다

 해넘이의 풍경이 아름다웠던 영화가 있었는지  기억속을 더듬어  봅니다.

 

 

 

 

 

성포항에서 부산으로 날개펴고 물위로 달리던 '엔젤호' 가 이 곳에 있었다면 퍽이나  반가웠을텐데

그 배는 몇해전 사량도 옥녀봉 가는 길의 금평마을   바닷가에서 만났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별이 되어버린 불가사리들이 손바닥에서 도토리 키재기를 합니다. 

 

 

 

바닷가 마을, 성포의 빛깔.

 

 

 

 

60~70년대의 풍경이 또아리를 뜬채 앉아 있는 성포에서 오래 전 시간의  아득함을  제대로 맛봅니다.

 

 

낯설지 않은  옛풍경들이  내다 보는 곳

 

 

 

 

 

 

 

 

 

 

 

 

상록수다방은 업종을 바꿔 상록부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하니  곁에서 불피워 올리던 아저씨께서 가만 듣고 계시다가

한마디 거듭니다.

"어찌그리 동네 사정을 그리도 훤히 꿰뚫고 있어요 이 마을 사람도 아닌것같은데요"

 

 

 

낚시하고 싶은 가나양.

 

 

 

오래전 도시가 활발했던 풍경은 수줍게 고개 숙였지만 세월의 바람을 맞은 풍경은  

더 매력적으로  인정넘치는   성포 ...

누구라도 이 마을을 한번이라도 찾게된다면   단박에 좋아서 어쩔줄 몰라  하는곳.

 

 

 

 이 불은 어디에 쓰일까요 ?

 장어구이가  고소하게 구워질것같은 .예감.

양철통속의 불빛조차도 해넘이의 빛깔과 하나도 다르지 않네요.

 

 

 

 

 

 

 

 

 

두어시간 걷다보니 배가  고파옵니다 .

 

 

 

 

 

해넘이가 절정으로 내달릴때 성포는 온통 빨간 홍시감처럼 익어가나봅니다.

이 시각을  담아가려고 진사님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진다는데 과연 그럴것같습니다.

이 곳의 해넘이는 소문이 퍼져나서 전국의 예술가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되었으며

조만간 '노을이 지는 언덕' 이란 이름의 공원도 만들어질 예정이라네요.

 

 

 

 

 

 

이만하면 영화같은 풍경으로 손색이 없지 않나요?

 

 

 

저녁노을이 지는 피렌체에서 아름다운 키스신을 연출한 유진,기태영 커플의 '석양키스'가

이곳 성포에서 이루어졌더라도 퍽이나 괜찮은 화보가 만들어졌을법합니다.

불후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하여  지구촌 사람들의  영원한 연인으로 기억되는  

 비비안리와 크라크 케이블의  '허리꺾기 키스신' 일명

'헐리우드 키스신'으로 불리어지는  명장면,을 탄생시킨 ,

  석양과 함께 무척 잘 어울리는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시간.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점차 밤이  내리는군요.

 

 

 

 

 

 

 

 

방파제로 나가는 길목에   간첩이 출몰한 지역을  표지판으로 세워두었습니다

6.25 전쟁 때 전사했다고 알려진  조장완이  1974년 6월26일

이곳으로 침투해와서  1966년6월에 납북되었다가 돌아온 어부 강백열과 접선하여 지령임무를 수행하고  북으로 도주하였으며

1974.6.27일 휴가중이던 강백열의 동생 강장오가 접선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하였다고 적고 있네요.

 

 

 

 

작년에 몇번인가 들락거렸던    향우다방이 반깁니다

1960년생 성포의' 향우다방' 은 간판의 글자가 떨어져서 '향다방'이 되어 있군요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라 붉은 벽돌을 타고 기어오르는 장미넝쿨이  참 예쁩니다

 

 

 

향우다방의 여주인 복남씨는 여전할까요?

 

 

 

대추차가 특별하게 맛있는 향우다방으로 들어가 봅니다.

부산사람 복남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빨강머리 앤을 보고 깜짝 놀라며 반깁니다

언제까지나 향우다방으로 남아 있어 달라고  부탁을 몇번이나 한 뒤

그녀가 끓여준 대추차를 마시고 빨간 등대불이 깜빡이는 모습과   가조도연륙교가 내뿜는 화려한 야경의 조명을 

한동안 바라 봅니다. 

 

 

 

 

 

성포앞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노루섬 숲속으로 해가 떨어집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픈지 사발면을 하나씩 들고 방파제로 갑니다.

 

 

 

 

 

 

 

 

 

 

 

 

 

 

 

 

 

 

 

향우다방의 이웃으로 맞닿은 항구횟집에서  맛 있는 장어구이를 실컷 먹고  깊어가는 성포의 밤을  느껴봅니다

 

오래 된 건물들과,  조용한 바다와,  해넘이가 특별했던   작은포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