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Anne of Green Gables

이바구아지매 2012. 5. 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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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과 함께 초록들판으로 떠나볼까요? ★

 

 

5월의 끝자락인 마지막  일요일

사랑스런 가나양과 함께

 '밀과 보리'라는 책 한권 들고

초록들판으로 펼쳐지는  연초로   갑니다.

차창으로 날아드는  바람맛이 기분좋게 상쾌하니   콧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집니다.

 

 

 

5분만에 희리릭 달려 도착한 황금색 보리밭.

 

  착실하게 익어가는 작은 보리이삭들

알맞게 익은 보리는  이삭 꺾어  '보리모태'를  해 먹어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겠습니다.

석쇠하나만  있으면 즉석에서 바로 구워 손바닥에 놓고 쓱싹쓱싹 비벼  호호 불어 껍질 날려 버리고

입안에 톡 털어 넣고 오물대며 느끼는 고소함이란 말이 필요없습니다.

입가는 숯검뎅이가 되고 하얗게 드러난 이가 더   하얗게 보이던 시간

순전히 숯검뎅이 덕택에 하얗게 웃는 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던 때도 있었군요.

흐르는 강물처럼 ,

 유년은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버렸지만  추억의 꾸러미는  누렇게 익은 보리밭에서 되살아납니다.

 

 

 

 

 

 

 

 

어머니의 정원에 도착하여.

 

어머니가  정성껏 가꾼 텃밭에는 상추,쑥갓,참깨,완두콩이  푸른 키를 쑥쑥 키우고 있습니다.

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바쁘게 벌레도 잡고 잡초도  뽑아 줍니다.

 

 

 

" 앗, 민들레닷 ~한번 불어볼까?

민들레 홀씨되어 어디로 날아갈까?바람타고 둥둥 날아서  강 건너고 바다 건너서  어느  언덕밑에 내려앉아

내년에 다시  노오랗게 꽃 피우겠지?  "

하고

가나양 민들레 홀씨를 향해 볼에  힘 잔뜩 주고 불어봅니다 .

 

 

 

 

민들레 홀씨에게  어서 날아가라고 재촉하는 노랑가나입니다.

 

 

 

 

힘주어 부느라고 볼따구니가 제법 아플텐데 용케 참으며 민들레 홀씨를 날려 보내려고 안간 힘을 씁니다.

바로 옆에는 날아갈 준비를 끝낸 민들레 홀씨들과 아직도 게으르게 노란꽃인 민들레도 있네요

 

 

Anne of Green  Gables.

 

너무도 싱그러운 감나무밑  이 곳은

산소가 펑펑펑 만들어지는 산소공장이랍니다.

나뭇잎사이로 햇살도 놀러 오고

아이보리색 감꽃은  곱게  피어나서  초롱불 켜들기 시작했습니다.

아 참 상쾌한 곳

빨강머리 앤이 태어나고 자란 초록동산입니다.

 천방지축 뛰어 놀던 늘 푸른 동산에서  하늘을 보며 드넓은 세상을 향해 꿈도 키웠죠.

 

올해도 변함없이  감꽃은 피기 시작했군요.

 

하늘 향해 입 벌리고  서 있으면 초롱감꽃이 입안으로 톡 떨어져서 기분좋게 해주었던 감나무밑.

떨어진 감꽃 한웅큼 주워 한입 가득 넣고 초롱별을 살살  씹던 날이  어제같습니다.

 

 

 

 

 

마늘밭에서...

 

 

 

 

오늘, 엄마는 집에 계실까?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외외가의 외할머니께서 오셨군요  오신김에 한달정도 머무실까요?아마 그럴겁니다.

함께 늙어가는 외할머니와 엄마 와  또 한사람 안사돈댁도 함께입니다

 

 

 

 

 

햇살좋은 날 마루에 걸터앉고 아궁이에 장작불  활활 피워올리기도 하는 ,

그래서    찜질방으로 통하는  온돌방에  모여앉은 여인천하...

 

 

 

 

 

초롱같은 감꽃으로 목걸이 만들어 목에 걸고  감꽃으로 꽃머리띠 만들어   화관처럼 써  보고 싶어집니다 .

감꽃향을 지그시  맡고 서 있음에도  배고파서 허기졌던 옛날의  감꽃냄새가 다시 아릿하니  그리워지네요.

 

 

 

마당 깊은 집,

 

 

다섯채의 집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려 안간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힘겨워보이는 빨강머리 앤의 늙어버린 고향집입니다 .

 

 

 

 

 텃밭의  콩포기도  느리게 익어가네요 햇살의 영양분을 편식하지 않고 받아 먹으며..

 

 

 

열살 가나양의 오월,    기억속에서  언제나 찰랑대길 바래봅니다

 

 

 

 

 

 

 

가나양도 입 벌리고 감꽃이 입속으로 떨어지나 안떨어지나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실험  해 봅니다.

그런데 가나양이 벌린  입은 감나무 아래와는 거리가 조금 비켜난듯  보입니다.

낮에 뜬하늘의 별들이  그만 졸다가  가나양의 입안으로 툭 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의 참깨밭

 

풀한포기 얼씬 못하게 말끔한 공단이불같은  밭에 참께도  한창입니다

여름날에는 하얗고 엷은 분홍빛이 도는 깨꽃이 주렁주렁 밭머리에서 피어나겠죠?

밭의 경계인 돌담은  언제 보아도  정겹기만합니다..

 

 

 

초록그늘

 

 

 

감또개는 언제쯤 열릴까?

 

 

 

 

 

 

 

 

 

돌담에 기대서는 풍경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네요.

가나양 , 할머니랑  손 잡고  추억만들기에 바쁩니다.

  콩콩 발도장 찍으며 기억창고에 저장할겁니다.

 

 

 

 

어 마디호박이 꽃을 피웠네요.

  넙적한  잎파리 아래로  호박 주렁주렁 열렸을까요?

 

 

감자밭을 지나 오래 전 이 곳에 벚꽃나무랑 함께 버티고  있었던  파출소  터를 지나

밭모를 심어놓은 형원이네 논을 지나갑니다 물없이도 벼가 자란다는게 얼마나  신기한 풍경인지요

 

 

 

감자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보라색으로  피어난 감자꽃밭을 지나갑니다.

 

 

 

감자꽃도 이렇게 예쁠수도 있군요.

붉은  황토땅에서 피어나는 감자꽃은 무척이나 행복해보입니다.

 

 

 

빨강머리 앤,  고향집으로  어린 가나양과   종종 와 봅니다

초록동산은 사계절 고루 예쁘며 기억해야할  자연의 변화를 시시각각 알려주어 고향집 다녀 가는 날은  행복나무 한그루 심는 기분입니다.

 

 

 

 

초록풀밭이 무성하여 늙은 엄마 호미로 다 뽑을만큼을 예전에 훨씬 넘어선 풀밭

 그만 풀숲으로 새길 내고 다닙니다 .

이런 풀밭 뱀도  참 좋아하는 놀이동산이지요

심심하면  종종  마슬나와 사르르 샥샥 하고  누군가의 발뒤꿈치를  노리며  

서늘한 기운 느끼게 하는 비암 (뱀)이 여름과 함께  대밭저쪽에서  날씬한 몸매로 비단감는  소리 내며  오고 있겠죠.

 

 

 

가나양은 착실하게 공부중인 학생이라 매사를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네요.

물없이 자라는 벼를 책에서 찾아 바로 확인합니다.

 

 

 

 

이번에는 집뒤의 마늘밭으로 올라 봅니다.

마늘은 더 매운맛을 내려고 마지막  햇살을 한껏  받아 먹는 중이랍니다.

 

 

 

어머니, 감나무, 빨강지붕을 한 스레트 집이  아파트와 빌딩에 가려진채  샌드위치처럼  되어버린 옛집, 그리고 그늘진 땅

그래도 어머니는 손바닥만한 땅도 놀리지 않고 밀을 심으셨네요

귀여운 손녀에게 밀과 보리를 정직하게  알려 주려고. 애쓰시는  따스한 모습을 어찌 꿈엔들 잊으리오.

 

 

 

밀밭에서. 나그네가 되어...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머위랑 양화랑.

습기찬 대밭가에 서식하는 귀한 찬거리들

 

 

 

 

 

 

 

 

 밀같은  보리같은...어머니.

 

 

 

밭작물에는  어떤것이 있나 어린 손녀딸에게 직접 알려주시며..

 

 

 

어깨동무도 해 주고.

 

 

 

밭에 가득 심어 놓은 달래  이야 기도 알기쉽게 해 줍니다.

어머니께서도 , 공부하셨더라면 훌륭한 선생님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보리밭에서....

 

 

 

 

 

한낮의  햇살이 쨍쨍이는 보리밭에서  어머니는 햇살을 무서워 하지도 않고  달팽이를 잡으시네요

보리를 갉아 먹는못된  달팽이들 잡아서  몹시 혼내줍니다. .

 

 

 

보기좋게 여물어가는 보리이삭을 훔쳐먹는 달팽이녀석들 보이는대로  다 잡아 냅니다.

 

 

 

보리밭의에 오똑하니 서 있는 11개의 밀이삭  아직은  푸르네요

보리보다 늦게 익어 보리타작하고  난 후  7~10일 이후쯤 말타작을 하게 된다네요.

어린 가나양 할머니가 들려주는 보리와 밀이야기가 신기한듯 두 귀를 쫑긋 세웁니다.

 

 

 

 

 

 

 

벌써 이만큼이나 잡았습니다.

어머니의 손바닥에서 꼬물대는 달팽이녀석들 이걸 어떻게 혼줄을 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리이삭에 올라붙은 달팽이녀석들  겁도 없이 보리이삭에 달라붙어 잘 지은 농사 다 망칩니다.

 

 

 

어린 가나도 달팽이를 잡아냅니다

그런데 달팽이는 왜  보리이삭을 좋아할까요?

배추잎도 다 갉아 먹더니 , 못된 녀석들이니 보는대로 다 잡아내야죠.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는 보리가 내지르는  소리

7월이면

무공해로 키운 보리밥지어   열무김치에  쓱쓱싹싹  비벼 먹으면

 맛있는 밥상에  더위에 지쳐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 주지 않을지...

 

초록동산 펼쳐진 거제시 연초에서  빨강머리 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