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한 바퀴

'바람의 언덕'에서 영화속 주인공처럼...

이바구아지매 2012. 4. 2. 15:03

 

 

 

 

 

29052

 

 

 

 

 

 

2012,03 29(목) 바람 많고  맑은 날

 

09시 35분

오늘도 섬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샛바람(동풍)입니다

샛바람은   거제도의 봄을  앗아가는 심술을 종종 부리곤 합니다.

 바람은 내친김에  더 욕심부려 

 봄을 몰고 다니는  처녀들의 하늘거리는  꽃무늬 치마를 갑자기 달려들어 훽 뒤집어 놓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놀란 처녀들은   마릴린 먼로처럼  날아가는 치마를 꼭 붙들며 아우성을 치겠죠

이건 순전히 샛바람 때문이라고 ...

사람들은 종종  말하더군요 거제도는 봄이 없는 바람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심술부리는  바람도 가끔씩   그리운 날에는

거제시 고현 버스터미널에서 해금강행 56번 버스를 타고 바람의 동네

  도장포  '바람의 언덕'으로 갑니다 .

 

 

 

 

 

 

 

 고현~해금강행  56번 시내버스

 

 

고현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니 어르신들이  

좌석을 꽉 메웁니다

이른 시각에 시내에서 무슨 볼일들이그리  많으셨는지...

차를 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건넵니다.

버스는 종점인 해금강(갈곶)으로 가는 길에

사곡삼거리~두동~화원~귀목정 ~~학동(학동 검은 몽돌해수욕장)

내촐길(한국의 아름다운 길,동백숲이 길이 되는 곳, 사진 찍기 좋은 전망 )~함목을

지나 도장포  버스정 류장에 내려 줄것이며

종점이 가까운 도장포 '바람의 언덕'에 도착할때까지는

  어르신들의 대화속에  깊숙하게  파묻히다가  경사진  해안도로를

구비구비 돌때면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 앉아 나른한 봄날의  졸음속으로  빠져 

기대앉은 창문에 몇번이고 머리를  부딫힐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에는   연두빛으로 물들어가는

  오리나무들이 줄지어 나타나서   봄의 행진곡을  연주하듯 연두빛 음표를 가득 매단 풍경을 보여주니   

마음 상쾌해집니다.

 

 

 

 

10:30분경 버스에서 내려  도장포에서 만난 바다

 

터키 옥빛으로 물든  청정해역  바다에 봄을 실은  배 한척 떠 있습니다.

 

 

 

 

 

 

 

길 건너편  '신선대'로 내려 가는 소롯길 왼쪽 언덕배기에는   분홍빛 고운 등대가 그리움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으며   오른쪽 언덕배기에는 유채꽃이 노오랗게 피었네요.

바람에 실려 온 연두와 노랑은 봄을 데려왔으며   이제 계절을 

넘겨 주고  떠날 준비를 하는  빨강은 (동백꽃) 겨울의 흔적입니다.

 

 

 

 

 

 

길 건너 신선대의 바람도 '바람의 언덕 '만큼이나  바람이 거칠게 부네요.

모자조심,치마조심 하라고  바람이 당부하네요

 하지만 사랑을 허락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라면   조금 방심해도 뭐  괜찮을듯 ...

 

 

 

 

 

여기는 도장포마을입니다

그렇다고 도장파는 마을은 절대로 아니랍니다.

길 위는 .벌써부터 바람이 춤을 춥니다

버스정류장 옆  

  작은  쉼터 공간도 바람에 흔들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길 위 .

누군가는 겨울 어느날  이곳을 찾은  느낌을   바람이 하도 불어 

 눈,코,귀,입이 해체되어  다 날아가버린줄 알았다는...

 

 

 

 

동백꽃 흐드러진   이 곳은 도장포의 '동백공원 '.

 

오늘은 도장포 작은 마을속으로  천천히 한번 돌아봅니다.

한바탕 꽃을 활짝 피운 동백꽃 우거진  길을 따라 걸어 가니 

마치  꽃의 나라에 온 요정이 된 듯한 착각이 드네요..

새소리 가득한 동백꽃 그늘속으로  걷다 보면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는 길에 도착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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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로 바람의 언덕에서 있는  풍차가 보이네요.

 

 

 

 

이렇게 고운 동백숲에 날아든 가득한 새소리를 들으니 팔색조인지,혹은  

동박새 아니면 삼광새? 그도 아니면 직박구리 혹은 노랑부리저어새?

 그도 아니면 참새, 휘파람새  ...  아니 비비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박사 윤무부교수님께 여쭈어 봐야겠습니다.

새들의 지즐대는 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화음이 되는지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동백숲으로 난 길을 따라 붉은 꽃송이 뿌려진 길 차마하니 밟고 지나가지 못하고 

 까치발로  살금살금 지나갑니다. 

떨어진 동백꽃을 보고

 그 옛날 절망의 땅 유배의 땅으로 불리던 거제도를  에워싸고 피어나던

동백꽃이 꽃잎 싱싱한데  성질급하게도  툭툭 떨어지는 것을 본 이 땅으로  유배 온 이들은 

  자신의 목이  떨어져 피흘리는 모습으로

떠올렸으며 그렇게 생각되자 섬뜩하고  무서워져서 그 많던 동백나무를 

사정없이 배어버렸다고 전합니다

  거제도에 자생하는 동백나무와 형제나무로 알려진

  후박나무는 다행하게도  붉은 꽃송이 달지 않아 이런 수난을 비켜간 나무라네요.

 한 시인은 동백꽃의 낙화를 보며 어느 학도병이 피흘린  선혈같다  하였으며 ...

 

 

 

 

 

 

 

톡톡 떨어진 붉은 동백꽃이  길 위로  구릅니다. 

다시 꽃으로 피어난 풍경이 서릿하니 곱습니다.

 

 

 

어느 학도병이 흘린  선혈같은 동백꽃이여

이 땅에서 영원하라 ...

라고 쓴   누군가의 시를  기억 해  봅니다.

 

 

 

 

 

 

 

 

도장포유람선 터미널입니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지척에 있는  바다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해금강을 돌아 본 다음 동쪽으로 약 20분 정도 더  나아가면

' 겨울연가'의 마지막회  촬영지였던   '외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바닷가에서 목수인듯? 어부인듯한 이가 배를 만들고 있네요 .

 

 

 

평화로운 바다를 지나   

 

 

 

 

 

빨강머리 앤 지금부터 ,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 가 볼게요?

 

 

 

 

조개모양의 하얗게 아름다운 화장실을 지나 데크를 따라 올라갑니다

바람이 많은 이곳의 본래 이름은  띠밭늘

바람이 하도 불어젖히니 그렇게 많았던   띠풀마저  잘 자라주지 않더라네요.

언제나 휘몰아치는 바람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으며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바람을  예찬하고 , 추억하고 , 기억하게  되겠죠.

 

 

 

 

 

 

 

데크를 따라 바람의 언덕을 등 뒤에 두고 떠나는 연인들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 되어줍니다.

 

 

 

 

언덕 위의 풍차

 

 

 

 

제주도의 '섭지코지'를  닮았다는 사람들도 참  많더군요

아직은 겨울이 머물러 있는  모습이지만 가만히 들여 다 보면

봄이 파랗게 올라오는 모습도 보입니다.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죠?

 

 

 

바람의 언덕에

 서러운 무덤 하나  있어 언덕은   더 한층 애잔한  풍경입니다.

.

 

 

 

봄,피안 [彼岸]

 

 

노모의 눈물 가두어 점점이 꽃무덤이라 ?

흙먼지 털어 내고  읽어 보니

스물 여섯살 동생을 하늘길로 떠나 보내며

시인 금서휘 누나가

 슬픔을  시로 승화시켜  '봄 피안'으로  남겼군요.

 

 

 

 

 

 

 

 

 

 

 

 

 

 

낚시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바다랑 참 잘 어울리는군요

 가실때는 흔적 남기지 않고 가는 것 아시겠죠 ...^^*

 

 

 

 

 

 

파란 등대...봄의 빛깔입니다.

 

 

 

 

 

빈 벤취는 누군가 찾아와서 앉아주기를  기다리는 풍경 같습니다.

 

 

 

 

 

혼자라도 좋은....

 

 

 

그네타는 빨강머리 앤 ...

 

이 곳은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 전망대로 가는 동백숲의  큰 나무에 매단  그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스쳐가지만 

꼼꼼하게 잘  살펴보면   숲속의  그네가 보입니다

그네가 있는 산은 개인소유지라 길을 내서  바람의 언덕길을 따라  시원하게 한 바퀴  휘돌아

 바닷길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게 되는 구간입니다. 

염소 몇마리가  띠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보며  언덕위로 올라  숲이 시작되는 곳으로 

가면 우리들이 타고 하늘가로 날아  올랐던  추억속의  그네가 나타납니다 

 오래 전 mbc 주말 드라마 '회전목마' 에 어린소녀 형제가 바다로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이곳에서 그네를 타던 풍경 기억날까요?

 

 

 

 

 

바람의 언덕으로 오셨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말고   바다를 향한  벤취에 기대앉아

지중해의 빛깔을 빼다 박은 풍경을 영화

'맘마미아'(나의 어머니, 이태리어로  어머나, 혹은 엄마야 라는 뜻을 가진 ...)로부터 한번  찾아 볼까요?

  활기찬  엄마 ' 도나'와 사랑스런 딸 '소피'가  

  되어 영화에서처럼   아바의 노래를  불러 보는 건 어떨까요?

 '맘마미아'의 촬영지로 알려진  

그리스의  작은 섬 스키아토스(Skiathos)섬과 스코펠로스(Skopelos)섬을 닮은 이곳에서라면

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 충분히 가능한 일  ...

 

 

 

 

영화' 맘마미아 '중에서 ...

 

 

 

 

 

 

 

 

 

이제 풍차는 돌지 않네요

예전에는 전기의 힘으로 돌았는데...

 

 

 

풍차를 향해 가는  아빠와 딸아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워보입니다.

 

 

 

 

 

 

 

 

 

 

도장포 양지마을

 

 

 

 

혹시 쑥 캐러 오셨나요?

 

이런 멋진 풍경속으로  한 할머니께서  '바람의 언덕'으로 쑥을 캐러 작정하고 오셨나 봅니다

멀리서 관광버스 타고 쑥 캐러?

"쑥 캐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곳에도 쑥이 많나요?"

하고 묻네요.

" 아니요

 바람의 언덕에는 쑥같은건   잘 자라지 않아요  띠풀은 많지만..."

" 쑥 캐려고 칼도 준비 해 왔는데..."

아마도 할머니의  늙은 노모가 중병에 걸려  바람의 언덕에서 캔 쑥으로' 도다리 쑥국'을 

 몇번이고 끓여 먹으면

병이 완치될것이라는   처방이 났나 봅니다.

 

 

 

 

 

 

도장포 양지마을...평화로운 마을이 참 이국적이죠?

 

 

 

 

 

 

 

 

 

바다를 향해 있는 빼어난 경치의 조망프리미엄이 붙은  도장포마을

 

 

 

 

 

 

바람의 언덕을  돌아보고  버스를 타러 가다가  길에서  보수공사를 하고 계신

도장포 새마을지도자  최세철(65)님을 만나 궁금했던 도장포 마을이야기도 제법  많이 듣습니다. 

17세에 강원도 묵호에서 어머니를 따라 거제시 거제면 명진리로  이사를 왔으며  

' 바람의 언덕 '에 (당시에는 띠밭 혹은 띠밭늘이라 불렀다고 함) 우연하게 와서  

 만난 도장포아가씨를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하여 지금까지 잘 살고 계시다네요.

 오래전 바람의 언덕에 반해 이곳에  눌러 살게 된  아저씨는 젊은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외항선원이 되어 먼먼  바다를 항해한  뱃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도장포마을을 이루는  양지마을, 음지마을, 가운데마을로 가는 식수인 물길을 손 보다가

지나가는 앤에게  생각지도 않았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젖힙니다..

새마을지도자의  급여로  매달  10만원을 받는다시며

부인자랑도 대단하여  활발한 성격으로 거제시  남부면을  책임진

 부녀회장직을 맡아 적극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시는 아저씨. 

 이 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아쉽게도 머무는 관광이 아닌 스치고 지나가는 관광으로 끝나

결국 여행자들이 지나가고 난 뒤는  흔적으로 쓰레기만 곳곳에 나딩굴뿐   

지역주민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라 마을주민들은

오히려  불편만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라네요

언젠가는 바람의 언덕에서 풀을 듣고 있던 000님의 염소를  관광 온 관광객이 훔쳐 간 일도 있으며

바람의 언덕 반대편인   신선대 옆 야산에서 풀을 뜯고 있던

염소 몇마리도   관광객들의 손에 끌려 가는 등 ...

참 별일도 다  일어난다시며 씁쓸 해 하시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여행자가 아쉬워하며 오래  머물고 싶은곳이 되는  방법은 ...

 

 

 

 

"그기가 어디야":

"응 여기,  바람의 언덕이야

바람 무지막지 불어"

하고  걸려 온 친구의 전화를 받았던 날  

오래 전  mbc드라마 ' 회전목마'  촬영팀이 이곳 바람의  언덕에서 촬영중

  무심코 전화로 내 뱉은 말이

' "바람의 언덕" 으로  이름 바뀌게 되었다니 이름지은이의  순간적인 순발력도 .놀랍습니다.

본래 이름이었던  이곳 지명  띠밭, 띠밭늘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몇사람이나 될까요? 

  바람의  유명세는 대단하여  바람처럼 세상으로  훨훨  퍼져 나갔죠.

 

 

 

 

 

도장포마을은 작디 작은 어촌마을입니다

이 작은 바닷가 마을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광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와서 사랑의 언약식을 행하는 곳으로도  유명하구요.

 

 

 

반대편  신선대에서 ..

 

 

 

 

 

바람의 언덕에서  동백꽃의 정열을 보았으며,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샛바람에   흠씬  두들겨 맞기도 하였지만

   봄바람을 맞은 날의 기분 퍽 상쾌합니다

   12:55을 지나자 해긍강쪽에서 버스가  달려 와 멈춥니다.

먼곳에서 여행 온  젊은 연인들이 안도하며  손을 꼭  잡고 버스에 오릅니다  

바다로 쏟아지던 봄햇살은   그들의 얼굴에도 달려들어

 영화같은  추억을 만들며   버스를 타고 함께 갑니다.

샛바람을 맞으러  바람의 언덕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따뜻한 풍경이었습니다.